이번 학술 대회는 정보통신, 생명과학, 나노기술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그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큰 현실에서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전망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홍 교수는 특히 생명과학 발전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생명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생명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생명과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아주 크기 때문에 생명과학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머리를 맞대고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이 무엇인지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서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성찰과 자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홍 교수는 특히 과학기술자의 ‘외적 책임’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자는 연구개발에 있어서 윤리적 근거를 가져야 하며, 그 결과를 악용해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스스로 적극적인 경고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박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자는 변호사, 의사와는 달리 자격증의 담당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대신 교육 수준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또 과학기술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법률, 의료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그 영향력이 고객은 물론 일반 대중에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자는 변호사, 의사가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는 것과 달리 피고용인의 신분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송 박사는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며 “예를 들어 변호사나 의사에게는 자신의 노동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고객의 요구를 성실하게 들어주는 게 미덕이지만 과학기술자에게는 단순히 고용주에 대한 의무를 넘어서 사회적 차원의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 속에서 과학기술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 박사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으로 과학기술자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화를 제시했다. 그는 “과학기술자들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모색한다면 과학기술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윤리적 갈등’의 문제도 극복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종일 계속된 이 날 학술 대회에서는 이밖에 이정호 박사(고려대학교 생명자원연구소)의 ‘한국 생명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딜레마’,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의 ‘과학기술 이데올로기의 종말’, 이상동 시민참여연구센터 사무국장의 ‘과학상점 : 과학기술자의 새로운 사회적 실천’, 최경희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의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교육 방법’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 강양구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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