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법제 시스템화 시급하다”

STEPI 포럼서 2020년 과학기술혁신정책 방향 논의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 원을 넘었고, 조만간 민간 예산까지 합쳐 국가 총 연구개발비 100조 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의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 NIS)가 국가 R&D 100조 원 시대 대비에 적합하지 않다며 시스템 재설계를 제안하는 주장이 나왔다.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STEPI가 바라보는 2020년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주제로 열린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특히 예산, 정책, 사업 등 과학기술정책 의사결정시스템이 지나치게 관료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성과가 나와도 실질적인 연구자나 연구기관에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TEPI가 바라보는 2020년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주제로 지난 29일 과학기술정책포럼이 열렸다. ⓒ김순강/ScienceTimes

과학기술 법제 시스템화 시급해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 법제 시스템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양 본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부문의 국가경쟁력에서 인프라는 선진국 반열에 와있으나 법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현행 과학기술 관련 조항이 헌법상 경제 편의 편재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정책의 경제정책에 대한 종속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학기술 법제 제·개정 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과학기술기본법이 어떻게 국가과학기술정책 총괄규범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연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조화롭게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총선이 치러지는 해로,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과학기술 관련 신규 입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입법 시 과학기술 관련 조항 체계 재편과 과학기술 법제의 시스템화, 과학기술기본법 체계 개편, 국가연구개발 혁신 관련 법제의 정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대형연구개발시설·장비 관련 법률의 제정 등에 대한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학기술 법제의 정비가 국가과학기술 혁신정책의 목표와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연구 제도의 혁신을 위한 추가 검토 사항을 제안했다.

즉 과학기술 법제 시스템화의 구체적 방법과 관련하여 임무중심형 혁신정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처별·분야별 법제 체계를 임무별 또는 주요 기능별 법제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가? 국가과학기술 혁신정책을 수립하는 정부 부처와 R&D를 직접 수행하는 대학·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들의 개방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이나 기구의 개편 방안에 대한 고려 사항은 없는가? 이런 점들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혁신성장 위해 산업 경쟁법칙 전환해야

이주량 STEPI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이 ‘과학기술이 견인하는 혁신성장 정책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김순강/ScienceTimes

이뿐만 아니라 이날 포럼에서는 혁신성장을 위해 올해를 전 산업 경쟁 법칙 전환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위해 이주량 STEPI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은 “우리 주력산업의 혁신과 경쟁 법칙의 대전환을 저해하는 규제에 대한 과감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법제도를 완성한 후에 신기술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기술의 발전을 기존 법제도가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경제 시대 산업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SW 기반 서비스기업 유성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스마트화 지원 △중견기업 전문화와 업종 전환 지원 △생태계 간 진입장벽 완화와 수요시장 발굴 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병주 한국정보화진흥원 ICT융합본부 팀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동력인 데이터, 인공지능이 모든 영역에 걸쳐 융합되면서 국가 사회 전반에 변화를 초래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며 “ICT 융합으로 국민의 삶이 편리해지지만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 도입에 따른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 임시허가를 받은 사례들이 본사업화될 수 있도록 조속한 후속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교통과 에너지, 환경 등에 ICT를 접목하여 생활여건 개선과 생활 안전, 환경문제 해결 등 국민들의 단기간 체감도가 높은 정책사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주요 과학기술정책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순강/ScienceTimes

이 밖에 21세기 블루오션인 신남방 국가와의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김왕동 STEPI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은 “방대한 배후시장과 젊은 노동력, 풍부한 자원 등을 보유한 아세안이 전 세계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과학기술·ICT 협력을 통해 4강국 중심의 한계에 봉착하고 글로벌 밸류체인이 무너지고 있는 현 난국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남방 국가 관련 정책 거버넌스 협업 체계 구축 △‘한-아세안 과학기술협력센터’를 플랫폼으로 과학기술협력 추진 △신남방 국가 관련 다자협력기구 대응 상의 일관성과 전략성 견지 △신남방 국가에 대한 유형별, 국가별 대응 전략 수립 △신남방 국가와의 과학기술협력 현황 및 성과 홍보 강화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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