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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2007-09-20

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제7회 새로 보는 과학기술 포럼 취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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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예술, 사회, 종교, 고령화 사회, 여성을 만난 과학기술이 이번에는 미디어를 만난다. 과학기술부(부총리 김우식)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나도선)은 '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포럼을 10월 11일 개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와의 연속 대화 중 7번째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취지문과 기조강연이 사이언스타임즈에 미리 게재되고, 포럼 관련자들이 댓글로 달리는 독자들의 의견을 참조해 실제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첫 번째로 제7회 '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포럼 취지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註]



과학기술이 미디어를 만나면 미디어가 더 발달하고, 동시에 과학기술이 더 널리 전파될 것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갖는 의문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미디어가 추구하는 정보의 전파만이 아니라 소통까지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미디어는 활발해지고 소통도 원활해진다”라는 명제가 진(眞)으로 성립할 수 있겠느냐 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미디어가 발달하는 것을 우리가 많이 보아왔다. 미디어는 오늘날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web 2,0이나 3.0, 그리고 ucc 등의 형태까지 띤다.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만 흐르던 정보가 양쪽으로 또 입체적으로 흐르게 되었다.


이번 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포럼의 취지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미디어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것인가와 동시에 이것이 과연 인간사회에서 제일 소중한 소통의 질까지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남이 알아듣기를 원한다. 표현으로 끝나는 것보다 이 표현이 남에게 전달되어 같이 생각하거나 또는 달리 생각하는 것을 살피려고 한다.


내 생각과 느낌을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필연적으로 관습화된 기호 체계나 상징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웃거나 흥얼거림으로써 기쁨을 표현하고 울거나 신음함으로써 슬픔을 표현하는 등의 자연적인 모습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이 이외에도 시, 그림, 조각 또는 몸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예술형태와 같은 인위적인 수단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관습화되고 널리 알려진 형태를 통하여 자기의 느낌, 생각, 관념 등의 소통을 도모할 줄 안다. 또 시각적 의사소통(visual communication)은 제스처(gesture)와 흉내(mimicry)로써 달성될 수 있다. 그리고 접촉에 의해 이루어지는 촉각적 의사소통의 단순한 방법으로는 악수, 등 두들김, 애무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삶 대부분이 매스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며 살아가게 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문화양상을 우리는 대중문화라 일컫는다. 과거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일방적이고도 단결된 커뮤니케이션은 현재 지배와 피지배의 차이를 뛰어넘어 매스미디어 문화에 의해 모든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는 비교적 그 정보를 제공하는 엘리트들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일반대중에게 강요하는 양상을 띤다.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어서 매체들의 상업주의적 성격은 불가피한 것으로 문화 자체가 상품화되고 시뮬라클르가 되어 소비자가 현혹되기 일쑤다. 이들은 자칫 저질문화로 타락해버릴 위험조차 있다. 또 발전된 기술로 인해 세계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인 듯 즉각 보도되기 때문에 세계는 아주 좁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됨으로써, 모든 세계 사람들이 동질화된 문화를 소비하게 되는 것은 자칫하면 주체성을 잃고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문화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마샬 맥루헌이 경고한 내용이다.


이번 포럼에서 과학기술과 미디어 전반에 걸친 내용 모두를 다 섭렵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미디어가 유용한 기제이면서 동시에 강한 권력으로 군림해 인간과 사회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도 촉진하고 미디어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매트릭스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디어의 기본이 되는 언어, 그 signifier와 signified, 그리고 메타언어와 대상언어, 세만틱스, 나아가 패러독스 등 소통이 어긋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를 과학의 힘으로 더 이해를 돕고 더 보충할 길은 없는가가 궁금하다.


끝으로 이번 포럼에서 발표될 주제 논문(‘뉴미디어가 조직과 권력에 가져온 변화’와 ‘탈영역적 소통과 미디어 하이브리드’)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이 취지문의 용도가 그리 크지 않겠으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명심했으면 하는 것은 앞으로 점점 생명과학과 뇌과학이 발달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양태가 변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체계에 덧붙여 시각, 청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을 직접 송수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와 대비가 있으면 좋겠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2007-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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