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사회와 과학 잇는 다리 돼야”

제1회 과학기술문화 심포지엄 개최

제1회 과학기술문화 심포지엄이 지난 1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과학기술소통 얼라이언스 출범식과 연계해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선 국내 과학기술문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올해로 첫 회를 맞은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문화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과학기술과 사회 소통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첫 번째 세션인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위한 변화’에선 과학기술소통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모색했다.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촉진 방안’을 발제한 김춘식 동신대학교 교수는 독일의 과학문화사업과 활동을 소개하며 “과학기술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 모범국가”라 밝혔다.

제1회 과학기술문화 심포지엄이 1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첫 회를 맞은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문화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과학기술과 사회 소통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이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민간 영역이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덕이다. 더불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과학문화 활동 프로그램 역시 독일 과학문화에 지속가능성을 더해준다.

과학문화 선진국 독일의 비결

독일의 과학문화 지속성을 위한 노력을 상징하는 것이 ‘대화하는 과학(WiD)’이다. 이는 과학 대중화 사업을 위해 공익목적으로 설립된 유한회사로서, 수많은 독일 과학 행사들을 주관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일종의 허브로서, 전체적인 소통을 체계화하는 작업이다.

독일 과학문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역’이다. 김 교수는 “독일은 각 지역 축전이나 활동에 지역 지방정부나 교육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며 “이를 통해 각 지역은 특색 있는 과학문화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방교육부의 후원으로 진행한 과학도시사업이 그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진행된 과학도시사업은 매년 1개 시를 과학도시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역 과학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독일의 과학문화 지속성을 위한 노력을 상징하는 것이 ‘대화하는 과학(WiD)’이다. 이는 과학 대중화 사업을 위해 공익목적으로 설립된 유한회사로서, 수많은 독일 과학 행사들을 주관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그 결과 브레멘은 해양과학, 쉴트는 기후변화 등 각 도시는 자신만의 과학 정체성을 확보하며 시민들의 과학참여를 이끌어 냈다. 김 교수는 “특히 드레스덴의 경우, 과학 자체가 해당 도시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과학문화 생태계 조성에 나선 과학기술인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프로젝트 연구비는 세금에서 나온다. 때문에 이를 적절히 쓰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황 박사는 이어 연구자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로 강연, 저술 등을 꼽았다.

과학기술문화단체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태이론물리센터 등 과학문화와 큰 연관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과학과 대중의 연결 통로를 놓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얘기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론물리센터의 경우, 최근 과학결과를 대중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물리학과 과학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웹진, 과학도서 선정, 청소년 대상 독후감 대회 등 다양한 방식의 과학문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들은 과학자와 사회를 연결시킴으로써 과학문화 생태계 조성에 일조한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과학자를 만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한국천문학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천문우주과학 강연 – 동네 과학자’ 등 그 극복을 위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문화소통 활동을 통해 과학문화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천문학회에서 진행 중인 ‘찾아가는 천문우주과학 강연 – 동네 과학자’는 그 대표적 사례다. Ⓒ 한국천문학회

지역 과학문화 확산에도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황 책임연구원은 대전시 유성구에서 진행하는 ‘다 함께 과학을 상상하다(다과상)’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과학 골든벨, 사이언스 시네톡 등 다양한 행사가 자리 잡으면서, 다른 도시에서도 이러한 과학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 관, 연구계 모두 과학기술소통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과학기술인이 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 황 책임연구원의 제언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어 “의지는 있지만, 그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연구자들도 많다”며 “이를 위한 소통 채널을 꾸준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더불어 ‘연구자들의 과학문화 활동에 대한 인식 개선’을 요구하며 “과학문화 활동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는 등 과학기술인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생적 시장 형성 아직은 ‘부족’… 투자와 고민 ‘필요’

원종우 사이언스리퍼블릭 대표는 민간 입장에서 과학기술소통 시장의 현황을 짚었다. 원 대표는 “포인트는 전문인력과 시장”이라며 “과학문화는 정부나 시민운동만이 영역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과학문화가 정부 지원이나 시민운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수익이 창출되고 지속 가능한 산업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시장을 움직이려면 결국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민간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실제 과학 소통만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책, 팟캐스트, 유료 강연 등 기존 시장의 수익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튜브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원 대표는 “개인이라면 모르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구독자 백만 명 유튜브 채널이라도 회사를 한 단계 더 이끌어 가고, 새로운 시도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버라이어티 공연 라이트 폴스(Light Falls)는 각종 조명과 무대 효과, 홀로그램 기법을 사용해 상대성 이론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이러한 고퀄리티 공연이 가능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장성이 확보돼야 한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그렇다면 과학기술문화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투자’다. 원 대표는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버라이어티 공연 라이트 폴스(Light Falls)를 한 예로 들었다.

라이트 폴스는 각종 조명과 무대 효과, 홀로그램 기법을 사용해 상대성 이론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원 대표는 “2016년 당시, 한화 8만원 가량의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8번의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며 과학기술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퀄리티 콘텐츠엔 시장성이 필수라는 점이다. 원 대표는 “이런 규모의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선 제작과 홍보 비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손해가 나지 않아야 하기에 결국 시장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이어 “결국 민간사업 지원에 대한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며 투자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나 정부 등에서 적극적 투자를 통해 사업이 자생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자양분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토크 콘서트, 강연 등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를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후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임홍탁 서울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문화 시장에 대해 “과학기술문화는 공급자 대부분이 고급 인력”이라며 “ 때문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석봉 대덕넷 대표는 과학기술인들이 전공에만 집중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과학기술인이 역사, 사회 등 여러 영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주도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어야 소통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이은희 과학책방 갈다 이사는 “단순히 과학기술인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고 소통이 아니”라며 “소통도 전문 영역이다. 과학기술문화 소통을 이끌기 위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온라인 소통…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소통의 변화

두 번째 세션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과학기술문화 소통을 다뤘다.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공을 살려 데이터 기반 과학기술문화 활동을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2019 대전 자생커뮤니티 송년 큰잔치, 독서모임 백북스 활동 등을 소개하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도, 과학기술문화는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러 시도를 통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 말했다.

최재홍 국립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최근 이슈인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최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달리는 컴퓨터, 로봇들은 단순 기계가 아닌 인공지능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며 “이처럼 이미 모든 기술들은 융합하면서 세상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미 가상공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업무, 공부 등을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교육, 의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메타버스 세상이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통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과기인들도 70% 이상이 향후 소통 참여 의사를 보이는 등 많은 과기인들이 과학기술소통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이근영 사이콘 대표는 실제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과학소통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 대표는 “소통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과기인들도 70% 이상이 향후 소통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과기인들이 과학기술소통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적극적인 활동 시 현실적으로 조직 내 문제를 겪는다. 과학소통을 꺼리는 인식도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소통을 원하는 과기인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전담부서 마련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이종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경용 앱툴즈 대표는 “예전 컴퓨터를 못하는 사람을 ‘컴맹’이라 부르는 것처럼, ‘메타버스맹’이라는 용어가 나올지 모른다”며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정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공유하며, 최근의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를 제시했다. 윤 책임연구원은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실시간 강연, 세미나, 질의응답은 물론 해외 유학을 원하는 이들과 해당 국가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등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글로벌과 지역, 과학기술문화 확산의 중요한 축

마지막 세 번째 세션에선 에너지‧기후‧환경변화 등 글로벌 과학이슈와 지역과학문화의 연관성을 논의했다. 김은영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팀장은 글로벌 과학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자세를 제시했다. 김 팀장은 오픈사이언스, AI 윤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유네스코의 움직임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이슈를 좀 더 알리고, 해결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팀장은 “이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더불어 과학에 대한 인식과 소양을 높이는 것이 과학기술문화의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과학관 중장기 조성 계획을 설명했다. 안 연구위원은 “권역별 대형종합과학관과 지역의 사립소형과학관을 잇는 중규모 전문과학관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지역 과학기술, 산업 등과 연계한 지역 거점 과학문화 향유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역별 대형종합과학관과 지역의 사립소형과학관을 잇는 중규모 전문과학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김지연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과학과 시민사회 간 접점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민들 사이의 신뢰가 높을수록 학문적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제 연구 협력이 활발해지는 등 과학지식 생산과 시민사회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안정성과 유연성, 전문성과 지속성, 정책적 지원과 지역의 자율성 등 자칫 상충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 과학 거버넌스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패널토론에는 손동운 부경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문경수 플레이랩스 대표, 김성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팀장이 참여해 앞선 발표에 대한 부연설명을 더했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점 대중과 과학자의 갭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어떻게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한다”, “과학관은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근 문화 콘텐츠는 과거의 진부한 스토리를 극복한 것이다. 지역 과학관 역시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진부함을 극복해야 한다”며 입을 모아 대중 및 지역과의 접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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