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산문집 「촌아 울지마」 중에 실린 초등학교 학생의 글이다. 초등학교 학생의 눈에 비춰진 우리 농업․농촌의 모습이다.
4월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3년 농가경제 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말 농가 부채는 2697만1천원으로, 10년 전인 1993년(682만8천원)에 견주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를 반영하듯이 농촌공동체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농민들은 부채 경감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에 나설 정도로 위기상황에 있다.
한편 타산업 부문은 바야흐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회 각 분야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지식기반․디지털 시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농업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 단계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개방화․국제화라는 시대 조류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해야 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21세기형 농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농업 스스로 농업 내부의 구조적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환경의 변화가 미래의 농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견하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21세기형 농민과 농업이란
농업의 전통적인 역할(식량과 원료를 생산․공급하는 기능)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국경개방의 가속화, 과학기술의 발달, 경제발전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 확대 등에 따라 농업과 농민들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기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의 농업은 전문적인 기능의 활용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기후 및 자연에 관한 지식으로부터 비료, 농약 등에 관한 화학적인 지식, 그리고 최근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인터넷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이 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21세기에 있어서 농민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자연과학, 사회과학은 물론 인문과학 등의 새로운 지식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전통농업과는 다른 새로운 라이프 사이언스 비즈니스(Life Science Business)를 행하는 사람이 바로 21세기의 백성, 즉 21세기형 농민인 것이다.
21세기 모든 산업의 경쟁력은 첨단과학기술과 정보의 접근 정도에 달려 있으며, 농업도 첨단기술의 개발과 이용 여부에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농업의 생산방식과 경영, 농산물의 가공․유통․무역, 나아가 소비자의 소비패턴까지 영향을 주게 되며, 특히 교통 및 수송수단의 발달, 정보통신 기술의 고도화, 종합 정보통신망의 구축 등은 농업경영과 유통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술․경영․정보 등 지식이 농업의 경쟁력을 결정함에 따라 토지와 인력에 의존하던 농업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종합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품목에 따라서는 전통적 우위요소인 자연조건이 아니라 자본과 과학기술, 그리고 농업종사자의 경영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게 된다.
농업 : eat + entertainment = eatertainment 산업
물론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토지 의존성이 높고 기후의 변동에 좌우되기 쉬울 뿐 아니라, 국토가 좁고 인건비가 비싼 우리나라에서의 농업은 전통적인 농업방식만으로는 자생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종합적인 농업 비즈니스(agri-business)가 필요하게 된다. 즉, 농업내부의 개선을 넘어, 비농업 부문과의 다양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단순한 공급측면만이 아닌 농산물의 유효수요의 확대와 이를 위한 혁신적인 발상, 예를 들면 ‘탈식품화’ 등의 발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농업을 식품, 제약, 유통, 관광, 레저 등을 포함한 관련산업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예술, 문화 분야하고도 연계를 모색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 앞으로의 농업은 단순히 먹을 것을 생산하는 ‘eat’라는 산업에 ‘entertainment’가 접목된 ‘eatertainment’ 산업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농업은 다양한 분야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농업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농업이 갖고 있는 잠재적 경영자원을 찾아내고 도전정신을 조화시켜 새로운 시장이 만들고 성공사례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농업의 새로운 생태계
첫째 농산물을 구매해 주는 고객, 즉 소비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과거에 고객은 농산물을 무비판적으로 소비만 하는데 그쳤으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다 안전한 농산물과 고객 취향에 맞는 농산물을 요구하고 있다. 성공 농업인은 고객을 동반자라 여기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듣고 고객이 원하는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이다.
둘째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방면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벤치마킹을 통해 농업경영활동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업 회생의 원동력은 바로 이들과 같이 남으로부터 배우는 벤치마킹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과거의 관행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현재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과거의 관행에 집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농업인들은 미래 농업의 변화를 남보다 앞서 수용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문제점을 신속히 버리면서 창조성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에는 농업의 경쟁력이 합(合)의 개념이었다. 토지, 노동, 자본 등을 더했을 때 그 크기가 얼마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졌다. 그러나, 이제 농업의 경쟁력은 이러한 고정적 요소에 과학적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 서비스 등이 곱해지는 승(乘)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과학적 지식과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가 고정적인 요소에 곱해질 때 부가가치를 몇 배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농업은 노동․토지․자본 등 인적․물적 요소의 확대에 치중하는 관행농업을 탈피해 그 자체의 한계를 감안하여 아이디어와 기술, 창의력에 기초한 지식기반 농업 창출에 주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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