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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6

과학기술과 천둥 번개 심영기 인제대학교 나노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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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년보다 더 일찍 여름이 와버린 것 같다.

30도 가까이 수은주가 올라가기도 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바탕 쏟아졌으면 하는 게 일찍 찾아온 여름을 맞는 바람이다. 소나기가 올때는 신나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것이 좋다. 이들이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비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석탄이나 석유 중에 포함되어 있는 유황 성분을 최소화해 배출시키지만, 가스 중의 질산화물(NOx)이나 황산화물(SOx)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적인 협정(Montreal Protocol)을 맺어 오염된 공기를 규제하곤 있지만 약속처럼 쉽게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여하튼 현재 공기 중엔 상당량의 질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비에 섞여 곳곳에 뿌려지고 있다.


본래 공기 중엔 탄산 가스가 0.3% 정도 들어 있다.

공장 배기 가스를 통해 추가적인 공기 오염이 없다고 하더라도 빗물 속엔 탄산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빗물은 수소이온 농도(pH)가 약 5.6 정도인 약산성을 띄고 있다. 이 약산성 빗물에 질산화물을 통해 만들어지는 질산과 황산화물을 통해 만들어지는 황산이 녹아 들어가게 되니까 빗물의 수소이온농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산성비(acid rain)의 피해다.


그런데 이 산성비의 수소이온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물론 지역마다 다르고 시기마다 다르지만 미국 동부에선 빗물의 pH가 2.6인 경우가 있었다. 우리가 음식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식초의 pH가 2.0~3.0이니까 소낙비를 그냥 맞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식초로 샤워하는 것이나 만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빗물을 받아 음료수로 써야 되는 섬 주민들은 황토로 구슬을 만든 단단한 흙덩어리를 바닥에 깐 옹기 항아리에 물을 받아 두었다가 써야 된다.

탄산 음료의 산도도 상상외로 낮아 pH가 3.5 정도인데 혹시 비를 맞으며 탄산음료를 마시게 된다면 몸 안과 밖이 모두 식초에 쩔어 버리게 되는 셈이다.


사람들이야 옷도 입고 우산도 쓰지만 산과 들의 나무들을 포함한 식물들은 생명의 원천인 엽록소가 파괴되어 결국 말라 죽고 만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장이나 자동차 배기 가스에서 NOx와 SOx를 줄여야 한다.

공기 중에 탄산가스의 양도 줄여야 한다. 아예 원천적으로 공기 중에 이들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도록 고효율의 촉매를 사용하여 NOx는 질소(N2)로, SOx는 황(S)으로 변환시켜 주어야 한다. 탄산가스(CO2)는 다시 석유 화합물이나 탄수화물로 재활용하여야 한다.


최소한 농축시켜 고체로 만든 다음 깊은 바다나 수 십 Km 탄광 속에 묻어 버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여기에 과학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있다.

상쾌한 아침,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바로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 주는 과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과학기술 수준이 자연의 능력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소나기가 쏟아질 때 천둥을 동반하는 번개는 공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를 흔들어 깨워 수십억 톤의 암모니아(NH3)를 만들어 상처 받은 공기를 말끔히 중화시켜 준다.


이왕에 비가 오려면 천둥치고 번개치며 우르릉 꽝꽝, 신나게 오도록 기원하자! 희뿌연 안개비나 이슬비는 절대 사양이다! 올 여름엔 한번 ‘번개야 고맙다, 천둥아 고맙다’고 마음 속 깊은 감사를 드려 보자!


<심영기 인제대학교 나노공학부 교수>

저작권자 2003-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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