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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하린 객원기자
2008-01-02

과학과 예술의 상호유도 상호 유도(Mutual Induction)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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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학에서 쓰이는 용어인 ‘상호유도’는 코일의 전류가 변화하면 이웃 코일에 전류 현상이 나타나거나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모터의 자기장처럼 코일에 전기를 흘려보내 다른 쪽 코일에서 전자기적 상호유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기와 자기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1960년대 후반 과학이 예술과 상호 작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예술이 기계시대에서 전자시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들은 점차 예술과 기술의 교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66년에 빌리 클뤼버는 실험단체(예술, 공학 실험회, EAT: 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를 설립하여 엔지니어와 예술가 사이의 효과적인 협력을 모색하였다. 클뤼버와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진 틴글리, 존 케이지 그리고 제스퍼 존스와 같은 예술가들은 10여 년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벨연구소(Bell Labs)의 지원 아래 운영되었던 EAT는 예술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연구원, 과학자들 사이에서 복합적 공동 작업에 대한 최초의 실례였다. 이후 EAT는 예술가들과 공학자들의 지속적이고 영향력 있는 협력의 장이 되었다.


기계시대에서 전자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예술가들과 전시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68년에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테크놀로지에 기초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이 전시에 EAT가 주최한 공모전이 진행되었다. 이 공모전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고도의 첨단 테크놀로지 작품을 선보였는데, 쟝 뒤뷔레(Jean Dupuy)의 <먼지 속을 해치는 가슴, 1968>이라는 작품이 선정되었다. 또한 코발스키(Piotr Kowalski)는 과학적 현상에 대한 관심에서 네온사인과 설치물 혹은 전자기적 특징들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상호작용의 장, 1983>이라는 작품에서 발광요소들의 구조를 변형시켜 관객과 작품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시도하였다.


빛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설치작가 레들(Erwin Redl)은 발광 다이오드(light-emitting diodes)를 이용하여 건축 구조적 개념을 표현하였다. 레들은 설치작품 <옮겨가기, 아주 느리게>에서 디지털 매체를 최소한 이용하는 대신에 수없이 많은 작은 발광 다이오드들이 빛을 내어 스스로를 표현하도록 하였다. 다이오드 빛은 서서히 색이 바뀌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레들은 <매트릭스(Matrix), 2001> 시리즈를 통해 가상공간을 물리적인 것으로 해석하였다. <매트릭스>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수천 개의 발광 다이오드를 설치한 것으로, 관객은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마치 비현실적인 3차원 공간에 들어선 느낌 또는 스타워즈 영화의 한 장면으로 빨려 드는 느낌을 경험하였다. 이처럼 레들은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 사이에서 오는 거리감과 공존감을 동시에 표현하였다.


전통적 의미에서 예술 작품과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가 동일하였다면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전자예술에서 작품과 매체는 서로 독립성을 갖게 되었다. 전통 예술에서 하나의 매체로 된 작품을 다른 형태의 매체로 변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1960년대에 발전한 전자예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기점이 되었다. 즉 전자예술에서 정보는 고유 속성을 지닌 채 다양한 매체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변환 가능하였다. 하지만 ‘작품-물체’에서 ‘작품-정보’로 변환은 관리 및 보존에 새로운 문제점들을 야기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전시 형태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예술가와 전시 기획자는 다양한 전시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편집 혹은 연출하는 모습에 변화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시도로 설명 가능한 KTF gallery the orange에서 개최되는 <상호 유도(Mutual Induction)>展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의 능동적인 작품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자예술은 수용자 중심의 상호작용적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새롭고 기발한 장치들에 집착한 채 오히려 대중과 소통에서 멀어져 갔다. 이후 관객이 참여하면서 작품이 완성되는 수용자 중심의 미술패러다임이 등장하였다. 즉 이러한 변화 속에서 관객이 다양한 기계장치와 가상공간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인터렉티브 아트가 활성화되었다.


이번 <상호 유도(Mutual Induction)>展은 동시대에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과 과학 사이의 상호소통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이번 전시에 홍성철, 이배경, 손민아, 정승, 박예철 등이 참여하였고, 이들은 뉴미디어 아트로 표현된 회화 혹은 조각, 이외에 다양한 형식들을 소개하였다. 또한 이들은 관객과 작품이 어떻게 만나고 관객이 그 작품을 자신과 어떻게 연결하는지 고심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현대미술과 과학기술의 관계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고 있다. 미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과학기술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과학기술을 수용하되 수단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처음부터 두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로운 교류를 독려하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미술 혹은 예술의 영역이 변화하고 있다. 즉 과학기술의 영향으로 탄생한 일상생활의 모습들이 작품으로 탄생하여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작품-물체에서 작품-정보로의 변화를 예술적으로 표현하였다.


오늘날 예술과 기계, 기계 상품 사이에 그어졌던 선들이 희미해지고 있다. 과학 기술이 녹아 있는 새로운 예술 개념, 즉 멀티미디어 아트니 인터렉티브 아트니 사이버 아트와 같은 것들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새로운 예술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공하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8-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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