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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1

과학과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 최현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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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칼럼] 지금은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원래 나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런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도 토목을 전공한 기술자였던 아버님를 존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분과 과학 입국의 꿈을 함께 하셔서 친구분께서는 물리학을, 당신은 토목공학을 공부하셨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뿐만 아니라 아버님께서는 당신의 전공과 직업에 많은 애정을 가지셔서 당신 자식들이 토목공학을 공부하기를 바라곤 하셨다. 다행히 삼형제 중 둘째 형님이 이런 아버님의 기대를 따랐다. 나는 아버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토목공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사회학이라는 과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버님께서 과학에 거셨던 기대를 받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할 때 과학이란 자연과학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과학이나 역사학 역시 중요한 과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학이란 어떤 대상이 되었든 그 대상을 자체의 발전법칙과 연관 속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을 대상 밖의 어떤 초월적 힘에 의해 변화 발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종교나 신화 또는 미신 등 비과학적인 사고와 구분해주는 것은 이러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과학을 발전시키는 것은 단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을 발전시킴으로써 우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력의 법칙을 발견해서 우리는 우리가 왜 날아다닐 수 없는가를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비행기를 발명했던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내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예수의 가르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에 몇몇 환경론자들이 과학과 과학이 발견한 진리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확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과학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중요하다.

무공해 에너지의 개발 등 과학의 발전이 환경문제의 해결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가져오는 것인가 아니면 과학과 기술을 이윤 때문에 남용하는 것이 환경파괴를 가져오는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 역시 과학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과학이나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런 논지에서 지난 몇 세기 동안 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켜왔는가를 보여주는 예를 들고자 한다. 과학은 산업의 발전과 도시의 융성을 가져왔고, 세계의 중심을 바꿨으며, 인류의 생활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케빈 코스트너의 ‘로빈 훗’을 봤던 사람들은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로빈 훗은 아랍인(모건 프리먼 분)이 건네 준 망원경을 들여다 보고는 적이 바로 앞에 있는 줄 알고 칼을 휘두른다.

이 장면은 당시 유럽의 과학이 아랍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져 있었던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아랍은 당시 망원경뿐만 아니라 탄소강을 개발해 무기를 만들었는데 유럽인들은 무쇠 칼을 들고 다녔다. 그 결과 십자군들은 아랍인들과의 싸움에서 연패했고, 여자와 아이만을 죽이고 돌아오는 전공(?)을 세웠다. 이런 유럽인들이 세계의 중심에 등장하게 된 것은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에 흘러들어온 은을 과학과 기술발전에 투자하면서 급속한 과학 기술 발전을 이룩한 다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회와 문화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 자체를 바꿨다.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이후 유럽인들은 평균 30cm 정도 성장했고 수명도 40년 정도 늘게 되었다. 유럽인들의 현재 평균 신장을 대략 180cm 정도로 잡더라도, 17세기 이전에 유럽인들의 평균 신장은 150cm 남짓밖에는 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7세기의 유럽인과 현재의 유럽인은 같은 인종의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다르다. 이런 변화는 과학의 발전에 따른 산업화와 그에 따른 농업의 발전과 식생활의 변화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과학이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 생활에 활용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물리, 화학, 지학, 수학 등 시험을 볼 때만 필요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이 생활에 뿌리를 내리려면 무엇보다도 과학은 즐길만한 것이 되어야 한다.

내가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미국의 여러 도시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이었다. 여러 도시의 자연사박물관을 가봤지만, 특히 뉴욕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면서 거기서 어린이들이 과학의 힘과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들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갖가지 전시물들을 보고 거기에 달린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 천체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에 관해 배울 수 있다.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 하나 없이 ‘과학 입국’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과학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큰 힘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다 알다시피 현대 산업에 필요한 자연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다.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을 통해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다. 사회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 자연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며, 우리가 당면한 통일, 환경문제, 실업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아버님이 그랬듯이 과학을 통해 행복해진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준다. 또한 어린이들이 과학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자연사박물관과 과학박물관을 건설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2004-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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