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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심재율 객원기자
2015-10-20

과학고 학생들 영어 질문에 '깜짝' [과학정상회의] '과학창의로 여는 미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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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과학정상회의 첫날인 19일 오후 열린 ‘과학창의로 여는 미래’ 강연은 의외의 손님으로 큰 활기를 띠었다. 대전지역 동신과학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100명이 넘게 찾아와 강연장을 꽉 메운 것이다.이들은 강연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내용에서부터 창의력을 기르는 방안 등에 대해 영어로 질문을 퍼부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과학, 창의교육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메이커 운동’에서 “과학경진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므로 과학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창의교육을 설명하는 김승환 이사장 ⓒ ScienceTimes
우리나라의 창의교육을 설명하는 김승환 이사장 ⓒ 김의제 / ScienceTimes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면서 배우는 메이커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메이커 운동을 추진할 창조적인 공간을 63개로 확대했음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미래사회에 맞게 교육시스템이 중장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을 비켜줘야 창의적인 연구가 나온다”

초청 연사로 나온 미국 국립고자장연구소 그레고리 보빙어(Gregory Boebinger) 소장은 “젊은이들이 자기 의견을 마음껏 낼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줘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직원 750명의 이 연구소는 지구자기장의 최대 200만배 되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각종 신소재를 개발하거나 융합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다양한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한다. 플로리다에 있는 이 연구소는 특히 다양한 분야의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융합을 잘 하는 곳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렇다면 이 연구소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사용하나?

보빙어 소장은 “길을 비켜줘야 창의적인 연구가 나온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길을 비켜주는 것은 두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서로 다른 전공과의 융합이다.

“열린 소통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보빙어 소장은 “내 교실에 있는 학생과 대화하고 다른 학생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흥미로운 학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홍보 부서는 연구소의 잘하는 내용을 외부에 알리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원들이 서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일에 역량을 쏟았다. 내부 인터넷 망을 손질해서 인터넷만 잘 훓어봐도 다른 연구원들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 잘 알 수 있게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화학 물리 생명공학이 서로 융합하는 새로운 연구성과를 계속 내고 있다.

창의성을 일으키는 또 다른 방향은 종적인 관계를 뛰어넘는 일이다.

“우리 연구소는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할 때 매니저를 부르지 않고 조직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과학자와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나는 이들에게 5년 후에 연구소가 어디로 갈 지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독립위원회나 젊은 과학자가 전략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도록 한다.”

이 같은 방식을 보빙어 소장은 한마디로 “소장과 지도부는 길을 비켜줌으로써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원들이 가장 창의적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이사장, 보빙어 소장, 비숍 부소장(왼쪽부터)이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 ScienceTimes
김승환 이사장, 보빙어 소장, 비숍 부소장(왼쪽부터)이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 김의제 / ScienceTimes

원자폭탄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드는 연구를 한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알란 비숍(Alan Bishop) 부소장은 “우리 연구소는 직원이 1만명에 연간 예산이 23억달러(약 2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다양한 연구를 워낙 많이 하기 때문에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비숍 부소장은 “역사는 사회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이 교차하는데서 만들어 진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자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면 사회가 그것을 사용하고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다시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사회에 돌려주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말도 안돼”라고 이상한 아이디어도 나중에 생각하면 좋은 것

초청 강연자들의 발표내용도 좋지만, 더 놀란 것은 질의응답시간이었다. 여러 학생들이 대부분 영어로 신선한 질문을 던져 미국에서 온 과학자들의 미소를 불러 일으켰다.

첫 번째 학생은 “과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우리 같이 학교에서 반복적인 생활을 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돌발적인 질문에 보빙어 소장은 “내가 생각하기에 여러 가지 장비나 재료를 가지고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보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경험해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것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운다고 보빙어 소장은 말했다.

강연자들에게 질문하는 동신과학고 학생 ⓒ ScienceTimes
강연자들에게 질문하는 동신과학고 학생 ⓒ 김의제 / ScienceTimes

또 다른 학생은 “브레인스토밍이 창의적이라고 들었는데 브레인스토밍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보빙어 소장은 “좋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려면 먼저 혼자 브레인스토밍을 잘 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슨 생각이든 적어보는 습관이 중요하고, 처음에는 “말도 안돼”라고 이상하게 보이는 아이디어도 나중에 생각하면 좋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빙어 소장은 “여러 사람과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아이디어도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좋지 않아 보여도 거기에 자꾸 아이디어를 붙이고 가다듬으면 창의적이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이야기라도 서로 나누기 시작하면 창의적이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비숍 부소장도 “브레인스토밍을 할 땐 친구들과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은 다 말할 수 있고 비판하지 말자’는 합의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의견을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화문화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 자기 의견을 말하면 대들거나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관습은 창의력을 죽이는 지름길이다.

보빙어 소장은 “한국에서는 연장자들이 더 현명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기를 꺼리지만, 미국에서는 어린 사람들의 의견도 신선하기 때문에 존중 받는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이어 뇌연구에서 MRI의 역할이 어떠한지, 인체모델 로봇 등 매우 전문적인 내용도 질문을 던져 초청 연사들의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강연이 끝난 다음에도 두 초청 연사들을 붙잡고 영어로 대화를 나눠 강당을 메운 어른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과학창의로 여는 미래 포럼을 메운 청중들 ⓒ ScienceTimes
과학창의로 여는 미래 포럼을 메운 청중들 ⓒ 김의제 / ScienceTimes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5-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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