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조들은 어떻게 철기구를 만들었을까?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제철기술 복원실험 추진

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선조들은 어떻게 철광석으로 철기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을까? 이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충주에 위치한 ‘제철기술 복원실험장’에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제철기술 복원실험이 진행되어 주목을 끌었다.

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선조들의 제철 복원 실험이 최근 진행됐다 ⓒ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이번 실험은 한반도에서 이뤄졌던 고대의 철 생산기술을 주로 연구하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에서 주관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분소인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충북 및 강원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조사 및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3대 철산지로 손꼽혀온 충주에서 제철기술 복원실험 진행

충주는 예전부터 3대 철산지로 손꼽혀온 곳이다. 철은 무기와 농기구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소재이기에, 철산지를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략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충주에는 중원정복을 노린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의 삼국 간 치열한 경쟁이 고스란히 유적으로 남아 있다. 다른 지역은 그곳을 지배하던 국가의 유적만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충주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유적이 모두 발굴되는 유일한 지역인 것이다.

이처럼 충주가 철과 관련된 유서 깊은 지역이다 보니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인류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철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제철과 관련된 모든 기술을 총망라하여 복원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연구소 내에 마련된 제철기술 복원실험장에서 진행한 제철기술 복원실험도 이같은 복원작업의 일환이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지붕 없는 간이 실험장에서 악천후를 견뎌내며 고대 철 생산 실험을 해오다가 지난해 체계적인 시설을 갖춘 복원실험장을 준공한 이후 올해부터는 안정적으로 전통 제철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련공정 및 단야공정 복원실험 단계 ⓒ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이번 복원실험은 충주의 칠금동 제철 유적지에서 확인된 백제의 제련로(製鍊爐)를 참고하여 시행됐다. 제련로는 광석을 녹여 금속을 만들기 위한 시설인 노(爐)를 의미한다.

실험에 참여한 연구진은 실험로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철광석과 숯을 넣고 불을 피워 괴련철(塊鍊鐵)을 생산했다. 괴련철은 철광석을 직접 제련하여 얻는 철 덩어리를 말한다. 철광석과 숯을 넣고 불을 피워 생산한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확보한 원료와 연료, 노의 재료 및 생성된 철, 그리고 유출재(流出滓) 등과 관련된 결과를 고대 제철기술의 복원연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출재는 금속보다 녹는점이 낮아 노 밖으로 흘러나온 불순물을 뜻한다.

또한 오는 9월에는 기존 실험에서 만들어진 철 덩어리이자 중간 소재인 철정(鐵鋌)을 제작하는 단야(鍛冶) 실험과 주조(鑄造)실험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야는 금속을 불에 달구어 벼리는 것을 의미하고 주조는 액체 상태의 재료를 형틀에 부어 일정한 모양을 만드는 방법을 뜻한다.

제련 단계와 단야 및 주조 단계 중요

고대 한반도의 제철기술은 괴련철과 함께 선철도 생산하는 중국의 기술을 수용하여 철문화를 급속히 발전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철은 철광석이 용광로에서 환원되어 만들어진 철을 가리킨다.

또한 제철공정은 철광석이나 철광석 성분이 섞여있는 모래인 사철 등을 원료로 하여 총 4단계 공정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공정은 철 소재를 생산하는 제련단계이고 2단계는 생산된 철 소재의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주조할 선철을 생산하는 정련단계이다.

3공정은 정선된 철 소재를 단조하여 철기제작용 소재를 생산하거나 선철로 주조철기를 제조하는 단계이고, 4단계는 철 소재를 성형 단조하여 사용할 철기를 제작하거나 주조된 철기를 열처리 하는 단계를 뜻한다.

이 중에서도 1공정과 3공정은 제철공정에 있어 특히 중요한 단계다. 1공정인 제련단계는 철 소재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목탄으로 제련로를 1,000℃ 이상 될 때까지 충분히 가열한 한 후, 철광석이나 사철, 그리고 연료인 목탄을 반복적으로 집어넣은 다음 송풍관을 통해 강하게 바람을 집어넣는 작업이다.

이때 노 내부는 고열의 환원 분위기 속에 철광석 내의 산소가 일산화탄소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로 방출된다. 그리고 철광석 내부의 여러 불순물도 유리질의 철재로 추출되어 노 외로 방출되거나 노 내부에 철재로 잔존하게 된다.

선조들의 주조과정을 그대로 복원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또한, 3공정은 단야 및 주조공정으로 구분되는데, 단련단야는 괴련철 정련 및 초강정련에 의해 생산된 2차 소재를 다시 반복적으로 단타하여 봉상 혹은 판상 등의 유통 가능한 판매용 강소재인 철정(鐵錠)을 제작하는 공정이다.

3공정의 또 다른 과정인 주조공정은 선철을 각종 기형의 용범(鎔范)에 주입하여 주조철기를 제조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용범의 제작과 건조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 내부의 쇳물을 받아 용범에 넣는 방식으로는 도가니가 사용되지만, 경주 황성동유적의 경우는 토제로 된 출탕구(出湯口)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탕구란 제련 과정의 제강로(製鋼爐)에서 강철 쇳물을 뽑아내는 구멍을 말하는 것으로서, 조선시대 이후로는 철광석과 사철을 이용한 철제련 유적이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연구소의 관계자는 “실험 조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고대 철 생산 기술을 복원함과  문화재 보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와 융복합 공동연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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