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수화물이 오고가는 공항에서 검역견으로 활약하고 있는 특수목적견이다. ‘특수목적견’이란 후각이나 청각 등 특별한 감각 능력을 활용하여 인명 구조나 동식물 검역, 마약탐지 등과 같은 전문적 역할을 수행하는 개를 말한다.
동이가 맡은 역할은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각종 수화물들 중에서 반입금지 품목인 식품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이일을 검역견은 거침없이 척척 해낸다. 하루 평균 4천~5천 개의 수화물들 중에서, 동이의 코가 적발하는 반입금지 품목은 보통 수십 건에 달한다.
올해로 검역 업무 2년째를 맞고 있는 동이는, 과거 인천공항에서 8년 동안 농축산물 탐지견으로 활약하다 퇴역한 ‘태백’이의 복제견이다.
각종 현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 복제견
농촌진흥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뛰어난 특수목적견의 능력을 물려받은 복제견들이 검역 탐지 및 마약 수색 현장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검역탐지견의 경우 사람보다 수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을 이용하여, 해외여행자의 가방이나 국제우편물 등을 통해 불법으로 들여오는 동·식물류를 찾아낸다. 현재 국내에서는 총 42마리의 검역탐지견들이 전국의 공항 및 항구 등에서 활약 중이다.
이 외에 복제견은 마약탐지견으로도 맹활약을 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앞서 소개한 태백이의 복제견으로서 지난해 관세청이 개최한 마약 탐지견 경진대회에서 입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이들 복제견을 탄생시킨 농촌진흥청 동물바이오공학과의 연구진은 수상의 의미에 대해 “기존 개체의 뛰어난 탐지 능력이 후대인 복제견에게도 완벽하게 전달되었음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3년 태백이의 체세포를 채취한 뒤, 그 다음해에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연구진과 함께 태백이의 복제견들을 생산해 내는데 성공했다.
일반견을 특수목적견으로 육성할 경우 훈련 합격률이 20%∼30%에 그치는 반면, 체세포 복제견의 훈련 합격률은 85% 이상이어서 보다 효율적인 특수목적견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복제견들의 활약에 힘입어, 농촌진흥청은 올해도 우수 탐지견의 혈통을 이어 받은 복제견 5마리를 공군과 경찰청, 그리고 관세청 등에 추가 보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복제견 생산율 향상 방안 마련
동이와 같은 복제견은 과연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동물의 복제과정은 복제하려는 동물의 체세포를 빼낸 뒤, 이를 핵이 제거된 암컷의 난자에 집어넣어 수정란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생성된 수정란이 대리모 역할을 할 동물의 자궁에 착상된 뒤, 그곳에서 건강하게 자라기 시작하면 복제 과정의 어려운 단계는 끝이 난다. 세계 최초의 복제 동물인 양을 비롯하여 소와 말, 돼지 등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다만 복제견의 경우, 개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수정란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착상 조건도 까다롭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복제 성공률이 극히 희박했었는데, 농촌진흥청이 세계 최초로 개의 체세포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는데 성공하면서 복제견 생산율을 향상시킬 방안을 규명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복제견 보급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동물바이오공학과의 이승훈 연구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 복제견 생산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농촌진흥청만의 핵심 기술은?
체세포 핵치환 수정란을 대리모 난관에 이식하는 기존 방법 대신에 배반포를 직접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복제견 생산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물론 쉽지 않은 기술이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복제견의 임신율을 30% 정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 복제견들을 검역 탐지견과 마약 수색견으로 구분하는 까닭은?
검역과 마약은 모두 냄새를 가지고 찾아낸다는 점에서 같은 개념이지만, 훈련에 따라 해당 품목에 대한 감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람도 대학에 가면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선택하듯, 복제견도 자신의 전문 탐지 분야를 정해 육성할수록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복제견들의 생식능력과 유전적 교란 문제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재까지의 테스트결과만 놓고 보면 자연적으로 분만된 개들과 비교하여 생식능력에 있어서 전혀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도 현재 연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전적 문제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기간에는 짝짓기를 금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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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3-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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