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인자와 생태계의 비밀(1)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212)

기업 경영자나 경제 분야 관련자가 즐겨 쓰는 용어 중에 이른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것이 있다. 미꾸라지들이 많이 있는 곳에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하려고 재빨리 움직여서 도리어 활동성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포식자 또는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개체나 경쟁자들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수족관의 메기가 다른 물고기들을 활기있게 한다는 메기효과는 익숙한 경제용어이다. ⓒ 위키미디어

이 용어는 옛날 노르웨이의 어부가 정어리들을 싱싱하게 살아 있는 상태로 멀리까지 옮길 수 있는 비법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즉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정어리들은 항구까지 운반하는 동안 대부분이 죽었지만, 한 어부가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어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는 활어 상태의 정어리들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전과 응전’이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이 용어를 자주 인용한 바 있으며, 기업 등에서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 위기의식 등이 개인과 조직의 정체 및 매너리즘 등을 극복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메기 효과가 마치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무한 경쟁에 따르는 구성원의 고충을 합리화하는 식으로 악용되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실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어리든 미꾸라지든 피식자들이 가득 찬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으면 물고기들이 한동안은 활기가 돌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산소와 에너지가 고갈되어 오히려 사망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도 한다.

아무튼 자연 세계의 원리를 그대로 인간 사회에 적용하려는 ‘자연주의적’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자연의 생태계에서는 피식자들의 이러한 공포 인자(Fear factor)나 최상위 포식자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생태계 내에서 생물들 간에 먹고 먹히는 피라미드식 먹이사슬 관계에서, 자칫 생산자인 식물들과 이를 먹는 초식동물들이 늘어나면 생태계가 번성하고, 상위 포식자들이 늘어나면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연의 생태계는 정교한 톱니바퀴들처럼 복잡하고 고도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최상위 육식동물이 갑자기 없어지는 등으로 어느 한쪽의 균형이 깨지면 도리어 생태계의 다양성이 줄어들거나 생태계 자체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늑대 ⓒ Yellowstone National Park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짐으로 인하여 커다란 혼란과 황폐화가 초래되었던 대표적인 경우로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를 예로 들 수 있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1930년대에 늑대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주변 가축의 피해를 염려한 농부들이 이전부터 계속 늑대들을 잡아들였기 때문인데, 상위 포식자였던 늑대가 사라지자 피식자였던 엘크 등 사슴 종류의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늘어난 사슴들이 국립공원의 풀과 나뭇잎을 거의 싹쓸이해서 숲이 황폐화하였는가 하면, 먹이가 부족해진 사슴이 강가의 나무까지 먹어치우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강변의 토양이 침식되고 강에 살던 비버 등의 동물들까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는 등, 옐로스톤 국립공원 생태계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환경이 크게 훼손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미국 정부가 1995년에 캐나다로부터 늑대를 들여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풀어놓은 이후, 과도하게 많았던 사슴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숲과 나무가 살아나고 생태계 전반이 회복되게 되었다.

최상위 포식자로부터의 하향조절에 의한 이른바 ‘영양단계 연쇄반응(Trophic cascade)’에 의해 생물들의 개체 수가 적절히 조절되고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는 사례는 이외에도 대단히 많다. 또한 최상위 포식자가 먹잇감인 초식동물 등을 꼭 잡아먹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피식자들의 행태 및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상위 포식자에 의한 영양단계 연쇄반응 ⓒ Ccarroll17

남태평양 피지의 얕은 산호초에서 상어에 의한 생태계의 영향을 연구한 미국의 한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상어가 출몰하는 곳에서는 해조류가 잘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피지의 해안 산호초 지대는 조수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닷물에 잠기게 되는데, 썰물 때에 물이 고여 웅덩이가 형성된 곳에는 상어가 접근할 수 없어서 초식성 물고기들이 마음 놓고 해조류를 뜯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어의 접근이 쉬운 얕은 산호초 지대에서는 해조류가 물고기에 거의 먹히지 않아서 무성하게 자랐다고 한다. 즉 상어에 대한 공포 인자에 의해 일부 산호초 지대가 해조류의 피난처가 된 셈이다.

상위 포식자의 존재 자체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공포의 경관(Landscape of fear)’은 여전히 자연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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