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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에 대한 새로운 수수께끼 냉혈도 온혈도 아닌 중온동물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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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지구상에서 1억6000만년 동안이나 생존한 동물이다. 인류의 역사와 비교해볼 때 무려 40배 정도 더 오래 생존한 셈이다. 당시 공룡들은 현재의 인간들처럼 지구를 지배한 주인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공룡을 두고 가장 성공했던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린 공룡에 대해 모르는 게 아직까지 너무나 많다. 백악기가 끝나면서 모두 멸종한 탓에 지금은 화석으로서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수수께끼 중 가장 뜨겁고도 해묵은 논쟁으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공룡은 냉혈동물이었을까 아니면 온혈동물이었을까 하는 문제다.

냉혈동물이란 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처럼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생물학적 장치가 없어서 외부 온도가 떨어지면 몸도 따라서 차가워지는 변온동물을 일컫는다. 반면 온혈동물은 항상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항온동물을 말한다. 포유류와 조류는 온혈동물인데 반해 파충류와 양서류, 어류는 냉혈동물이다.

공룡이 냉혈동물이었을까 아니면 온혈동물이었을까 하는 문제는 오랜 논쟁으로 남아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공룡이 냉혈동물이었을까 아니면 온혈동물이었을까 하는 문제는 오랜 논쟁으로 남아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공룡의 화석이 처음 발견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과학자들은 공룡을 냉혈동물로 추정했다. 두개골 화석에서 파충류와 똑같이 함몰공이 확인되고 이빨도 영락없이 파충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알을 낳는다는 점도 냉혈동물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공룡의 뼈에서 생장선이 발견된다는 점도 냉혈동물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체온을 외부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냉혈동물의 경우 성장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겨울철에는 느리게 성장해 뼈의 생장선이 짙은 색을 띠고 좁게 나타나지만, 봄이나 여름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계절엔 옅은 색을 띠고 넓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온혈과 냉혈의 엇갈리는 정황들

공룡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몸집도 냉혈동물설을 뒷받침하는 좋은 증거였다. 몸이 클수록 외부 기온 변화에 대한 체온의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체중은 부피의 세제곱에 비례하지만 표면적은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몸집이 큰 동물은 작은 동물에 비해 단위 시간 동안 발산하는 열의 양이 적다. 이에 따라 몸에서 나오는 열을 낮 동안 햇빛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열로 충당해 밤의 추위 속에서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그런데 공룡에 대한 연구가 점차 진전되면서 이상한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공룡이 냉혈동물이었다면 추운 기후에서는 활동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추운 기후에서도 존재했다는 증거들이 발견된 것.

또한 조류의 선조가 공룡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룡 역시 온혈동물일 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공룡의 알은 파충류 알보다는 조류 알과 더 흡사하며, 공룡의 골격구조도 새의 골격구조와 흡사하다.

1993년에는 더욱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마국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발굴한 작은 공룡 테스킬로사우루스의 가슴 안에서 불그스레한 돌덩어리 하나가 나온 것. CT 촬영으로 조사한 결과 그것은 포유류나 새처럼 2심방 2심실 구조의 공룡 심장임이 밝혀졌다. 이에 비해 파충류와 양서류 대부분은 1심방 2심실 구조이다.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의 구성 비율도 온혈동물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증거로 작용했다. 대부분의 파충류는 육식과 초식의 구성 비율이 각각 50%인 데 비해 공룡의 육식 구성비는 3~5%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수치는 포유류와 비슷한 구성 비율이다.

냉혈동물의 경우 신진대사가 빠르지 않으므로 먹이를 한 번 먹으면 며칠씩 굶어도 된다. 이처럼 먹이를 자주 먹지 않아도 되는 냉혈동물과 달리 온혈동물의 경우 일정한 체온을 항상 그 상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먹이를 수시로 먹어야 한다. 따라서 온혈동물은 다른 동물을 사냥해서 먹이로 삼는 육식 동물의 비율이 초식 동물의 비율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야생동물 중 육식동물의 구성 비율이 5% 남짓인 것도 먹이인 초식동물이 많이 분포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012년엔 양이나 소처럼 온혈동물에 속하는 야생 반추동물에서도 계절적 요인과 관련된 생장선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룡이 냉혈동물이라는 유력한 증거 중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중온동물설 뒷받침하는 연구결과 발표

그렇다고 해서 온혈동물설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것도 아니었다. 공룡이 냉혈동물이라는 증거도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호흡갑개골’이라 불리는 코 속의 소용돌이 모양의 뼈나 연골의 존재 여부이다.

포유류나 조류의 경우 호흡할 때 내뿜는 따뜻한 공기는 이 뼈를 통과해 차가워지게 된다. 이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소용돌이 모양의 뼈를 덮은 막피 위에 농축되는 원인이 되며, 이 현상이 생기지 않으면 급속 호흡을 하는 온혈동물은 수분을 잃게 된다. 따라서 모든 온혈동물의 코에는 호흡갑개골이 있으며, 공룡도 온혈동물이었다면 호흡갑개골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공룡의 화석화된 두개골을 컴퓨터단층 촬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뼈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이 이렇게 흘러가자 분류학적으로 공룡류를 따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냉혈동물과 온혈동물의 중간에 해당하는 중온동물로 부르자고 제안하는 과학자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이가 공룡 연구의 권위자인 스콧 샘슨이다.

그는 중온동물의 경우 극단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은 온혈동물성 물질 대사를 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냉혈동물성 물질대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장점으로 인해 공룡의 몸집이 거대해졌다고 설명한다.

최근 이 같은 공룡의 중온동물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 하나가 더 발표됐다. 미국 뉴멕시코대의 존 그래디 교수팀은 21종의 공룡을 포함한 381종 동물의 성장률을 대사율과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포유류는 파충류에 비해 성장률과 대사율(에너지 소모율)이 모두 10배 높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해 공룡의 대사율을 추론한 끝에 공룡은 온혈동물과 냉혈동물의 중간에 속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공룡이 중온동물이라는 생태학적 이점으로 악어보다 빠른 속도로 활동했음으로 불구하고 비슷한 체구의 포유류보다 먹이를 덜 먹고도 견딜 수 있어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럼 여기서 문득 의문이 하나 든다. 중온동물이라는 최적의 생태학적 이점으로 진화해 성공한 동물이 이미 예전에 생존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동물은 왜 냉혈과 온혈로만 존재하는 것일까.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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