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도 암에 걸렸다”

7700만 년 전 초식 공룡 뼈에서 골육종 발견

선사시대 공룡도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M)과 맥매스터대 공동 연구팀은 7600만 년~7700만 년 전에 살았던 초식 공룡 센트로사우루스(Centrosaurus apertus)의 정강이 화석 뼈에서 공격적인 악성 종양인 골육종의 흔적을 발견해 의학저널 ‘랜싯 종양학(Lancet Oncology)’ 3일 자에 발표했다.

공룡의 몸에 퍼져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성 종양이 보고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암이 발견된 문제의 화석 뼈는 센트로사우루스 성체의 무릎 아래 정강이뼈인 비골(fibula)로, 이 공룡 뼈는 1989년 앨버타의 ‘공룡 주립 공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발견 당시 화석 뼈의 끝부분이 심하게 기형적인 모습을 띠었으나 지금까지는 골절됐던 부분이 치유 과정에서 변형된 것으로 생각했었다.

백악기 때 북미에 서식했던 초식 공룡 센트로사우루스와 사람의 크기 비교. © WikiCommons / Fred Wierum / User: Slate Weasel

뼈 모양이 비정상적인 것에 주목

이 뼈의 비정상적인 모습에 주목한 학자는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척추동물 고생물학 석좌인 데이비드 에반스(David Evans) 박사와, 맥마스터대의 마크 크로더(Mark Crowther) 병리학 및 분자의학과 교수, 같은 과의 골병리학자인 스네자나 포포비치(Snezana Popovic) 부교수였다.

이들은 2017년 뼈를 소장하고 있는 로열 티렐 박물관을 방문해 뼈를 자세히 관찰한 뒤 현대 의료기술을 사용해 추가 조사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병리학, 방사선학, 정형외과학, 고병리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의료진들로 연구팀을 구성한 뒤 뼈를 재평가하고, 인간 환자들에 대해 미지의 암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방법과 유사한 접근법으로 공룡 뼈를 진단했다.

크로더 교수는 “공룡을 대상으로 이같이 공격적인 암을 진단하기가 상당히 힘들었고 올바른 확인을 위해 의학적 전문지식과 여러 단계의 분석이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7600만 년 된 뿔 달린 공룡에게서 뼈 진행암의 명백한 특징을 밝혀내 매우 흥분했다”고 밝혔다.

주요 종양 덩어리는 왼쪽의 뼈 상단에 있고, 오른쪽의 3D 재구성에서 노란색 부분이다. 빨간 회색은 정상적인 뼈. © Royal Ontario Museum/McMaster University / Centrosaurus diagram by Danielle Dufault

3차원 CT와 현미경 세포 분석으로 골육종 진단

연구팀은 화석 뼈를 주의 깊게 조사, 서술하고 본을 뜬 뒤 고해상도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실시했다. 이어 뼈를 얇게 잘라 현미경을 통해 뼈-세포 수준의 조사 평가를 수행했다.

그런 다음 강력한 3차원 CT 재구성 도구를 이용해 뼈에서의 암 진행을 시각화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엄격한 과정을 통해 공룡이 골육종(osteosarcoma)에 걸렸었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들은 진단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화석 뼈를 골육종에 걸린 인간의 비골뿐만 아니라 같은 종의 공룡에게서 나온 정상적인 정강이뼈와 비교했다.

연구 대상 화석 표본은 성체 공룡에서 나온 것으로, 암이 다른 신체 부위에까지 퍼져 상당히 진행된 단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석 뼈는 공룡 뼈들이 대량으로 묻혀 있는 곳에서 발견됐다. 이는 큰 무리의 센트로사우루스가 홍수에 의해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뿔 공룡 전문가인 에반스 박사는 “공룡의 정강이뼈는 진행 단계에 있던 공격적인 암을 나타내는데, 이 암은 공룡 개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당시 거대한 포식자인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됐을 것”이라며, “아마도 큰 무리 속에서 섞여 살며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파괴적인 질병을 지니고도 비교적 오래 생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센트로사우루스의 암에 걸린 정강이뼈(왼쪽)와 정상적인 정강이뼈 비교. 뼈의 미세구조를 비교하고 골육종을 적절하게 진단하기 위해 화석 뼈를 얇게 잘라 박편을 만들어 분석했다. © Royal Ontario Museum/McMaster University

화석 통한 공룡의 질병 진단 표준 마련에 기여

골육종은 일반적으로 20대나 30대에서 발생하는 뼈암으로 알려져 있다. 무질서한 뼈의 과성장에 의한 것으로, 뼈를 통해 다른 기관, 가장 흔하게는 폐로 빠르게 전파된다.

골육종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한 채 ‘희망의 마라톤(1980년)’에 참석했던 캐나다의 영웅적 육상 선수 테리 폭스(Terry Fox)가 걸렸던 암과 같은 유형이다.

맥마스터대 정형외과 수술 파트의 세퍼 에크티아리(Seper Ekhtiari) 레지던트는 “골육종 환자를 진단, 치료하는데 쓰이는 것과 같은 다학제간 협조가 최초의 공룡 골육종 진단에 활용됐다는 것은 흥미롭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견은 동물계 전체에 걸친 공통의 생물학적 연계를 상기시키는 한편, 골육종은 뼈가 가장 빨리 자라는 부위와 연령대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을 강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공룡 화석에서 불명확한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새로운 표준을 확립하고, 더욱 정확하고 확실한 진단의 문을 열어준다는 목표도 세웠다.

인간의 질병과 과거 질병 사이의 연결을 확립하면 과학자들이 여러 질병들의 진화와 유전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우리가 공룡이나 다른 멸종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는 많은 질병들의 증거가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므로 현대적 분석 기술 사용해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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