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중한 퍼트 실력으로 1950년을 전후해 이름을 날렸던 남아공의 골프선수 보비 로크((Bobby Rocke)'는 '드라이브는 쇼, 퍼트는 돈(You drive for show,and putt for dough)‘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멋진 드라이브 샷으로 골프공을 페어웨이 지역에 잘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쇼(show)’에 불과하다는 것. 진짜 실속이 있는 것은 멋진 퍼팅인데, 퍼팅을 잘해 골프공을 홀 속에 집어넣는 순간 큰 돈(dough)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골프 경기에 있어 퍼팅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골프 강습회사인 펠츠 골프(Pelz Golf)에서 대표 강사를 맡고 있는 타이 월드론(Ty Waldron) 씨는 전체 골프경기에서 평균 퍼팅 수가 43%에 이르고 있다“고 말한다.
“기하학적인 사고방식이 정확도 결정”
대다수 골프 경기에서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퍼팅이다. 선수들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시간만 나면 퍼팅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데 최근 과학자들까지 이 퍼팅 연습에 가담하고 있다.
30일 워싱톤 포스트는 많은 과학자들이 골프 퍼팅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일 대학의 물리학 교수였던 로버트 글로버(Robert Grober)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물리학을 적용해 골프 퍼팅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퍼팅을 할 때 홀을 막 지나간 지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공리(axiom)를 더 발전시켜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공리란 '공공적으로 시인된 것'이라는 의미다.
일정한 이론 체계의 맨 앞에 있고 그 체계에서의 다른 모든 명제가 그로부터 도출되지만 그 자신은 논리적으로 도출될 수 없는 일군의 명제를 말한다. 퍼팅과 관련, 글로버 씨가 제시하고 있는 명제는 ‘사각형’이다.
퍼팅할 때 두 발과 퍼팅 지점, 그리고 홀 사이에 선을 그어보면 다이아몬드 형상이 만들어지고, 이 다이아몬드 형상의 이 사각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퍼팅 성공률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학학적인 이론이다.
스윙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퍼팅은 어깨를 이용한 시계추 운동이다. 백스윙과 다운스윙 간의 길이·높이·속도 등 모든 요소가 퍼팅 성공률을 좌우한다. 글로버 씨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거리다.
연구 결과 다운스윙과 백스윙 간의 거리 비율이 1:2일 경우 공이 도달하는 거리는 다운스윙 거리의 4배로 늘어났다. 백스윙과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퍼팅 거리가 변화하고 있어 이 원리를 활용할 경우 정확한 퍼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오르막 퍼팅보다 내리막 퍼팅이 더 정확해”
골프 강습회사 펠츠 골프(Pelz Golf)를 설립한 데이브 펠츠(Dave Pelz) 씨 역시 과학자다. 이전에 NASA에서 기상학의 한 부분인 행성 대기(行星大氣)를 연구한 바 있다. 그는 지금 사람처럼 퍼팅할 수 있는 퍼팅 로봇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로봇을 통해 완벽한 퍼팅을 구현하고 있다. 펠츠 씨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자연스러운 포즈다.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할 때 어느 정도 흔들리지 않는 포즈를 취할 수 있는지에 따라 퍼팅 성공률이 결정된다고 한다.
캐나다 뱅쿠버 아일랜드 대학에서 천문학과 엔지니어링을 강의하고 있는 물리학교수 레이몬드 페너(Raymond Penner) 씨는 골프 퍼팅과 관련, 최근 매우 반직관적인(counterintuitive) 이론을 내놓았다.
내리막 퍼팅의 성공률이 오르막 퍼팅 성공률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페너 교수는 “그 때문에 많은 프로골퍼들이 그린 안에서 내리막 퍼팅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내리막 퍼팅을 선택한 후 그 다음에 오르막 퍼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다.
최근 퍼팅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많은 부분 물리학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 링컨 대학에서 정신생리학(Psychophysiology)과 스포츠 성과와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마크 스미스(Mark Smith) 교수는 “물리학을 통해 퍼팅 과정을 예민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퍼듀 대학의 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제시카 위트(Jessica Witt) 교수는 퍼팅을 하면서 그린 위 홀을 더 크게 볼 수 있도록 환상(illusion)을 불어넣어주는 방식으로 퍼팅 성공률을 10% 정도 더 높일 수 있었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파에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퍼팅 성공률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런 방식이 성공해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다면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이론들이 모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퍼팅과 관련한 연구 결과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이 골퍼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 퍼팅 성공률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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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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