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달 먼지’ 청소법 찾았다

전자빔으로 음전하 발생시켜 먼지 제거

1972년 아폴로 17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는 임무 수행 당시 목이 따갑고 코가 막히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물질은 바로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불리는 달 먼지였다.

우주복에 달라붙은 레골리스가 마치 지구의 미세먼지처럼 작용했던 것. 이 같은 달 먼지 알레르기 반응은 해리슨 슈미트뿐만 아니라 달에 착륙했던 12명의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아폴로 17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의 신발과 우주복에 달 먼지가 붙어 있다. © NASA

심지어 달 먼지는 우주복 부츠의 표면을 부식시키거나 아폴로 샘플 컨테이너의 진공 실링을 파손시키기도 했다. 때문에 달 먼지는 인간이 직접 달에 착륙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우주인의 달 먼지 제거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볼더 캠퍼스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LASP)의 쉬 왕(Xu Wang) 박사팀이 전자빔을 사용해 음전하의 저에너지 입자들을 집중적으로 뿜어내는 장치를 개발한 것.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장치를 달의 먼지를 닮은 다양한 물질들로 코팅한 진공 챔버의 내부에 조준했다. 그 결과 몇 분 만에 먼지가 많은 표면을 평균 75~85%로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우주학회(IAA) 학회지인 ‘악타 아스트로노티카(Acta Astronautica)’ 최신호에 게재됐다.

지구상의 먼지와는 차원이 달라

달 먼지가 달 탐사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지구상의 서가 위에 쌓이는 먼지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 먼지의 성분에는 주로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종종 발견되는 소재인 규산염이 포함되어 있다. 지구에서 이처럼 미세한 입자들은 바람이나 물에 의해 침식되므로 오래될수록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달에서는 그런 침식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달의 먼지는 마치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고 거칠다.

게다가 달 먼지는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복사열과 방사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어 정전기적으로 대전된다. 이처럼 먼지 입자가 대전되면 더 끈적거리게 되고, 공중으로 쉽게 부양할 수 있다.

연구진이 달의 먼지를 모방해서 만든 입자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 IMPACT lab

최근의 과학 연구에서 발전된 이론에 의하면, 전자빔 같은 장치는 먼지 입자의 전하를 그들에 대항하는 무기로 바꿀 수 있다.

즉, 전자의 흐름으로 층층이 쌓인 먼지를 때리면 먼지투성이의 표면은 음전하를 추가적으로 모으게 된다. 이처럼 입자 사이의 공간에 전하를 충분히 채워 넣으면 먼지들이 서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마치 같은 극의 자석들이 서로 밀어내는 원리와 같은 셈이다.

쉬 왕 박사는 “전하가 커져서 서로 밀어내면 먼지가 표면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우주복과 유리를 포함한 다양한 표면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달 우주기지에서 필수품 될 것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이 붓으로도 제거하기 어려운 달의 미세먼지를 깨끗이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주인들이 달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전자빔의 먼지 청소 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콜로라도대학의 벤자민 파 연구원은 멀지 않은 미래에 전자빔의 먼지 청소 장치가 달의 우주기지에서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NASA의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는 정전기를 띤 달 먼지가 우주복이나 우주선에 달라붙은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초박막 코팅기술을 활용한 정전기 차단 페인트 안료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NASA는 우주복에 전극 네트워크를 장착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달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실험해 왔다. 하지만 전자빔은 그런 방법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사용하기에 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LASP의 교수이자 콜로라도대학의 물리학과 교수인 미할리 호라니(Mihalily Horanyi)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달 먼지를 제거하는 데 진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는 달에 가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복을 특별한 방에 걸어놓는 것만으로 우주복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 방에서는 전자빔에서 나오는 전자들이 다 알아서 청소를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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