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업혁명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소멸됐다. 다시 그 자리에는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났다. 앞으로 펼쳐지게 될 4차 산업혁명 시대 또한 인간의 일자리가 대거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다를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지식 노동 영역에 더욱 많은 일자리 소멸이 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때문이다.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시대, 일자리의 가치가 변화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미래에 경험해야 할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이 아이들의 미래에는 현존하는 직업의 65%가 사라진다. 가까이로는 5년 안에 510만개의 일자리가 AI 등 기계에 대체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보스(세계포럼)에서 전망한 것과 같이 이와 같은 미래가 현실화 된다면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경제적 불평등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미래 인재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적 경제 활동이 어떻게 인간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날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은 “경쟁과 효율을 근간으로 한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는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고 내다보고 “연대와 협력,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보완해 미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동의했다. 우 대표는 "이제 협력과 배려 없는 경쟁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하고 "협력, 배려, 상생의 정신으로 시장경제가 다 못한 그늘을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는 협동과 상생, 배려와 존중, 상부상조 등을 통해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생태 시스템을 의미한다. 커피나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이나 경제권, 환경보호 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해나가는 ‘공정무역’(Fair Trade)이나 최근에 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과 비슷한 ‘마을기업’ 등이 바로 구체적인 예이다.
미래에는 인간이 일자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희망 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갈구해왔다. 일자리는 곧 생명줄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인간은 이제 일자리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이원재 정책연구소 LAB2050 대표는 기술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일자리 변화를 ‘아파트 경비원 시스템’에 빗대어 설명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을 설득해 경비원을 계속 고용 하겠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훈훈한 바람을 일으켰다. ICT 기술 발달로 무인 자동화 경비시스템이 고착화되면서 좀 더 저렴한 관리비로 경비업무를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관리비 5천원을 더 부담하고 고용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경비원의 변신은 화려했다. 경비업무를 무인 기계가 대신 해주면서 주민들을 위해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시간이 늘어났다. 칼도 갈아 주고 택배로 받아 전달했다. 화단을 돌보고 주변을 청소하고 바쁜 주민들을 대신해 분리수거도 도왔다. 주차 문제와 이사 문제도 척척 지원했다.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져갔다.
이는 기계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인간의 일자리 직무에 대한 변화를 보여준다. 에누리 없는 효율 위주의 시장경제 중심의 일자리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 새로운 가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존의 일자리에서 기계가 대체된 부분은 제외하고 새로운 업무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도 있겠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은 소비자의 역할만 생각하고 편의성을 받아드렸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반문하고 있다. 이원재 정책연구소 LAB2050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술에 의해 일자리의 가치가 변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분석한 경비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협력, 상생, 배려,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된 사회적 경제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영역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 시민, 정부, 기업이 함께 길을 찾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자본주의 4.0-따뜻한 자본주의’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은 “따뜻한 자본주의는 정부, 시장, 시민이 공생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갑질 근절, 불공정 거래 근절, 경제 민주화, 비정규직 철폐, 최저 임금 상향 조정, 노동 존중, 재벌 지배 구조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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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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