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블랙 아이스(Black Ice)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블랙 아이스, 도로 살얼음은 겨울철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라 도로 표면에 생기는 얇은 빙판을 뜻한다. 도로 살얼음은 잘 보이지 않으면서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고속 주행 시 운전자들이 차량을 제어하지 못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로 살얼음 사고 건수 자체는 많지 않아도 사망률은 다른 사고 원인보다 높다.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률이 눈길 사고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최근 5년간 관련 사고 사망자가 19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브레이크 없는 위험’으로 꼽히고 있다.
블랙 아이스로부터 국민 안전 어떻게 지키나

이에 21일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도로 살얼음으로부터 국민 안전 어떻게 지키나’ 주제의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온라인으로 열고, 표면 온도가 낮은 그늘진 곳에 생기기 쉬워 겨울철에 특히 더 위험한 블랙 아이스 사고에 안전하게 대처하는 방법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과학적 정보를 공유했다.
겨울철 지표의 온도가 어는점 이하일 때 강수량이 증가하게 되면 어는 비 가능성이 높아져 도로 살얼음 발생 위험도 역시 증가하게 된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부연구부 팀장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쉬운 교량 위나 터널 내부 기온에 비해 노면온도의 상승이 더 크게 나타나는 터널 출입구, 맑은 날씨와 약한 바람, 복사냉각으로 냉수대(Cold Pool) 형성이 쉬운 산지에 인접한 계곡이나 골짜기, 비 또는 눈이 내린 후 식생의 그늘 효과로 얼음이 잘 녹지 않는 나무 그늘진 곳 등이 도로 살얼음이 생기기 좋은 여건”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같은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과학기술적 해법 모색을 위해서는 교량 구간이나 터널 출입구 등 취약 구간에 대한 도로 기상 관측 정보가 중요한데, 현재는 그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20년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으로 도로 살얼음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팀장은 “기상청에서 가지고 있는 이동식 기상관측차량과 한국도로공사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기상정보 수집장치를 기반으로 도로기상 관측을 하고 상습 취약 구간에 대해서는 고정식으로 기온, 기압, 습도, 바람, 노면 온도, 노면 상태를 관측하고 있다. 또 광학식노면상태센서를 통해 정말로 그 지역에 도로 살얼음이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도로관측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도로기상 관측과 노면온도 관측, 도로 살얼음 실증 실험 등을 통해 모아진 자료를 토대로 인공지능 기반 노면 상태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내년에는 ‘도로 살얼음 위험도 예측정보’를 생산할 예정이다.
빅데이터 AI 기반 '도로 살얼음 관리 시스템' 개발 중
이와 함께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도로 살얼음 예측 위험도’ 정보를 관리자에게 전달해 제설작업 시행과 염수 분사, 도로 전광표지에 도로 살얼음 정보와 속도제한 표지 표출 등이 자동으로 이뤄지게 하고, 내비게이션을 통해 운전자에게 도로 살얼음 위험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는 ‘신개념 도로 살얼음 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황우주 한국도로공사 재난관리처 차장은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비나 눈이 올 때 제설작업을 하고 난 후 도로 살얼음으로 인해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결빙주의 표지 또는 도로전광표지에 감속운행 문구가 보이면 제한 속도에 맞춰 꼭 감속 운전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운전자 입장에서 도로 살얼음 구간에 진입했을 때 어떻게 안전 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요령 설명도 있었다.
장진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도로 살얼음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차량 뒷부분이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차량 뒷부분이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차량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핸들을 원위치 시켜야 한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차량이 움직이는 만큼 핸들을 움직여야 한다. 핸들을 과도하게 돌릴 경우,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 수석연구원은 “도로 살얼음 위험과 관련해서는 기상청이 진단하는 의사이고, 도로공사는 치료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며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을 위한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 과학기술 측면에서는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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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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