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게걸스러운 심해 말미잘 좋아하는 먹이 골라 먹는다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심해는 잠수정과 같은 특수한 장비가 없으면 들여다볼 엄두도 못 낼 신비한 곳이다. 심해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모습 뿐만 아니라 행동 역시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심해탐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심해에 살고 있는 생물의 신비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자기 몸무게의 6배 먹이 잡아먹어

영국국립해양학센터(NOC, National Oceanography Center)의 과학자들이 수심 3000m가 넘는 심해에 사는 말미잘도 자기가 좋아하는 먹이를 골라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7월 2일 보도했다.

심해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생물이 살고 있다. 사진은 심해말미잘의 모습. ⓒ 한국해양연구원
심해에는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생물이 살고 있다. 사진은 심해말미잘의 모습.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저속도사진촬영(time-lapse photography) 기법을 사용해 대서양 북동부에 위치한 포큐파인 심해평원(Porcupine Abyssal Plain)에서 모두 18마리의 심해말미잘 이오삭티스(Iosactis vagabunda)가 먹이를 잡거나 구멍을 파는 모습을 관찰했다. 20개월 동안 8시간 마다 사진을 찍어서 관찰했으며, 그 가운데 한 개체는 20분 간격으로 2주 이상 관찰했다. 이오삭티스는 심해 밑바닥에 살면서 자기 몸무게의 6배까지 먹이인 갯지렁이를 잡아먹는 등 게걸스럽게 폭식했다. 이렇게 많은 먹이를 먹은 심해말미잘은 소화하는 데만 80시간 이상을 소비하기도 한다.

심해저에 구멍을 파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도 관찰했다. 이전에도 이와 같은 심해말미잘의 행동에 대한 관찰 결과가 있었다. 독일 해양생물학자가 포큐파인 심해평원에서 저속도사진촬영을 통해 여느 말미잘처럼 바닥에 붙어살지 않고 특이하게 이동하는 이오삭티스를 관찰해 1997년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로써 이오삭티스라는 심해말미잘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거의 20년 전에 존재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이 심해말미잘이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돌아다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었다.

심해말미잘 이오삭티스는 포큐파인 심해평원에 사는 가장 흔한 동물이다. 가로 세로 각각 100m 면적에 약 2400 마리나 있을 정도로 많다. 심해평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절반은 이 말미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해평원은 다양한 서식지 가운데 지구 표면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넓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가장 흔한 심해말미잘의 생태를 알면 전 지구 생태계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부분 심해 말미잘의 경우 물에 떠있는 먹이를 촉수로 걸러먹는 현탁물식자(suspensionn feeder)로 알려져 있으며, 바닥에 구멍을 파고 사는 심해말미잘의 경우 퇴적물 속에 녹아있는 유기물도 섭취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이오삭티스가 물에 떠있는 유기물입자를 걸러먹기보다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유기물을 먹거나 살아있는 생물을 잡아먹는 두 가지 섭식 행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먹이동물을 잡아먹는 포식 행동이 이오삭티스가 영양분을 얻는 중요한 방법일 것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먹이동물로는 물에 떠서 사는 부유성 다모류(갯지렁이)가 있다. 대부분 바닥에 붙어 고착생활을 하는 포식자의 경우 먹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들은 같은 값이면 크기가 큰 먹이를 선호한다.

심해잠수정 덕에 관찰 가능

심해말미잘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심해잠수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은 ‘Autosub 6000’이라는 심해 자율형무인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을 이용했다. 이 잠수정은 영국에서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심해 AUV로 최대 수심 6000m까지 잠항할 수 있고, 최대 1000㎞를 항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양과학자들도 자체 개발한 6000m급 심해원격조종무인잠수정(ROV; Remotely Operated Vehicle) ‘해미래’를 이용해 동해 수심 2000m가 넘는 심해저에서 지난 6월 심해말미잘이 구르면서 이동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바 있다.

영국 해양과학자들이 탐사한 포큐파인 심해평원은 지난 25년 이상 지속적으로 심해생태계 모니터링을 해왔기 때문에 심해생태계가 다른 어떤 곳보다 잘 알려있는 곳이다. 영국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으며, 육지로부터 약 500㎞ 떨어져 있는 공해로 수심은 4000~5000m가 된다. 평원의 넓이는 유럽 대륙의 절반 정도이다.

심해 탐사를 하려면 탐사 비용이 많이 들게 마련이다. 영국의 자연환경연구위원회 (NERC: Natural Environmental Research Council)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심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탐사가 수행되었다. 탐사의 목적은 심해저에 살고 있는 동물의 공간적인 분포를 파악해 심해 생태계에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포큐파인 심해평원전체 생태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육상 뿐만 아니라 이제 수천 길 바다 속도 오리무중이 아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저작권자 2015-07-21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