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유전보다 장내 미생물군 영향이 더 크다?

식품 관련 장내 미생물군 활용해 질병과 건강관리 가능

특정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 같은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장내 미생물군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과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이태리 트렌토대 및 건강과학 신생기업 조(ZOE)가 참여한 이번 대규모 국제협동연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쳐 질병 위험을 높이거나 낮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11일 자에 발표된 이번 PREDICT 1 연구는 이 분야 연구로서는 최대 규모로, 식단과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 및 건강 사이의 강력한 연관성을 밝혀내 주목된다. <관련 동영상>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쳐 질병 위험을 높이거나 낮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동영상 캡처. © ZOE / joinjoe.com/blog

유전보다 장내 미생물군의 영향 더 커

연구팀은 미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메타유전체학(metagenomics)과 혈액 화학 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해 당뇨병과 심장병 같은 흔한 질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거나 높이는 각각 15개의 미생물군을 발견했다. 확인된 미생물 중 일부는 처음 발견된 것이어서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발견은 각 개인의 장내 미생물군을 검사해 건강에 유익한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PREDICT 1 연구는 최대 규모의 과학적 영양 연구인 PREDICT 프로그램 1차 연구로, 영국과 미국의 연구 대상자 1100명의 장내 미생물군 구성과 식습관 및 심장대사 혈액 생체표지자(biomarker) 구성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군집이 특정 식품 및 식단과 관련이 있고, 그에 따라 특정 장내 미생물이 대사 질환의 생체표지자와 관련돼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또한 놀랍게도, 장내 미생물군은 유전학 같은 다른 요인들보다 이런 생체표지자와 더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REDICT 연구 프로그램은 킹스 칼리지 런던의 팀 스펙터 교수가 출범시킨 최대 규모의 과학적 영양 연구로, PREDICT 2는 1000명의 미국 참가자를 추가해 2020년에 완료했고, PREDICT 3은 몇 달 전 시작됐다. 첨단 영양 연구 결과를 스타트업 기업을 통해 직접 대중들과 연계해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 ZOE / joinjoe.com/blog

장내 미생물군 수정해 건강 최적화 가능

이번 연구는 킹스 칼리지 런던의 팀 스텍터(Tim Spector) 교수와 이태리 트렌토대 니콜라 세가타(Nicola Segata) 교수의 지도 아래 트렌토대 인체미생물 및 메타지노믹스 연구자인 프란체스코 아스니카(Francesco Asnicar) 박사와 킹스 칼리지 런던의 영양학 강사 새라 베리(Sarah Berry) 박사가 이끌었다.

새라 베리 박사는 “각 개인별 미생물군의 고도로 개별화된 구성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는 개인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에 가장 적합한 식품을 선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군을 수정해 우리 건강을 최적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군에 프레보텔라 코프리(Prevotella copri)와 블라스토시스티스(Blastocystis) 균종이 많으면 식후에도 좋은 혈당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역학자로 PREDICT 연구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고 건강과학 스타트업 조(ZOE)를 설립한 스텍터 교수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단순히 인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장 안에 살고 있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군에 프레보텔라 코프리(Prevotella copri)와 블라스토시스티스(Blastocystis) 균종이 많으면 식후에도 좋은 혈당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동영상 캡처. © ZOE / joinjoe.com/blog

재택 검사로 자신의 미생물군 확인해 맞춤 식단 가능

연구팀은 또한 연구 대상자들의 장내 미생물군 구성이 특정 영양소와 식품, 식품군 및 전반적인 식단 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주요 위험요인인 심혈관질환 및 내당능 장애 표지자와 함께, 비만에 대한 강력한 미생물군 기반 생체표지자도 발견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개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개인 맞춤형 식사 계획을 작성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펙터 교수는 “건강기업 ZOE를 통해서 이제 대중들에게 자신의 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참가자들은 집에서 ZOE의 재택 검사(at-home test)를 거친 뒤 검사 결과를 PREDICT 연구 참가자 수천 명의 결과와 비교해 개인별 권장 식단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계 학습을 이용해 우리 몸이 어떤 음식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계산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 메디신’ 11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Medicine

건강한 식물성 식품이 ‘좋은’ 미생물군 형성

연구팀은 건강한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음식을 먹은 연구 대상자들이 ‘좋은(good)’ 장내 미생물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대로 고도로 가공된 식물성 식품이 많이 포함된 식단은 ‘나쁜(bad)’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니콜라 세가타 교수는 “이번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흔히 좋거나 나쁘다고 부르는 미생물들이 그렇게 대규모로 명확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미생물학자들이 이런 수많은 미생물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름도 없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말했다.

세가타 교수는 “앞으로 장내 미생물군을 수정해 인체 신진대사와 건강 증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고 믿는다”며, “이제 이 분야는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는 큰 영역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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