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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7

건강장수 사회를 꿈꾼다 - (21) 식품공학 연구원 심재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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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사이다의 대명사인 ‘칠성사이다’가 1950년에 처음 생산되면서 청량음료시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6·25전쟁 뒤 탄산수에 색소와 과일 향을 넣어 만든 향 음료가 나오면서 음료수 제품의 종류가 하나 둘씩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60년대 중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상륙하여 대량 생산되면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청량음료시장에서 부동의 판매실적 1위를 차지해왔다. 특히 코카콜라는 유엔회원국보다 더 많은 1백95개국의 시장을 장악하고 매초마다 4만병 이상을 판매하면서 ‘지구촌을 식민지화하는 제국’으로 불리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이들 콜라회사에 저항하지 못하고 자국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고유의 보리차와 콜라와의 퓨젼 음료수인 ‘맥콜’이 84년에 출시되자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청량음료시장의 판도가 새로 짜여지기 시작했다. 곧 이어 우유탄산음료인 ‘암바사’ 등과 스포츠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 ‘게토레이’, 식이성 섬유음료인 ‘미에로화이바’ 등이 출현하면서 음료수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소비도 급격히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개발된 음료수에 우리가 지불하는 로열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기업의 연구소에서는 외국상표 일색의 음료수를 국산화하는데 매진하게 되었다.

90년대 들어서 음료수의 개념이 목만 축이는 것에서 벗어나 건강을 생각하는 건강지향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천연과즙음료와 함께 전통 음료수인 식혜, 수정과 등이 등장하여 청량음료시장의 주도권이 탄산음료에서 천연음료 쪽으로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외국산 콜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등장한 토종 콜라 815(1998년)와 우리 몸에 맞는 토종음료 식혜는 한국 음료수의 역사에 일대 혁신이었다. 더욱이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물까지 사먹는 상황이 되면서 물 만난 물 시장은 대호황을 맞게 되었다.

2000년도로 들어서면서 이런 움직임은 다시 기능성 음료제품 개발로 이어져 콜레스테롤 저하, 암 예방, 성장촉진, 숙취해소, 골프력 증진 등 다양한 기능성 음료가 선보이고 있다. 대추음료, 당근주스, 미숫가루, 매실, 유자, 감식초, 솔잎, 쑥, 게껍질, 미역, 다시마 음료 등이 지금 시장에 나와 있다.

이와 같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한국 음료수 시장에서는 물론, 식생활 개선으로 건강장수 사회 구현을 실천하는 자리에서 그 가치가 한결 돋보이는 이들이 바로 ‘식품공학자’이다. 양에서 질로 향상된 식생활을 주도하는 직업의 세계를 알아보았다.

음료수 중에서도 93년 국내산 엿기름 추출액과 멥쌀을 사용해 만든 전통 음료, 비락식혜의 폭발적인 인기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음료 개발’을 가속화하여 음료수 국산화를 선도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유사품들이 70여종이나 등장했으나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몇 개 회사제품만이 남아있지만 최고의 식혜 자리를 한 번도 뺏기지 않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동안 팔린 비락식혜는 총 10억 캔 이상으로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2바퀴 돌고도 남는 양이다. 생산과정에서 소비된 쌀이 대략 7000톤으로 쌀 소비가 위축되어 있는 지금 우리나라 농촌 경제에 희망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등 세계 10개국에 수출되면서 ‘rice juice’라는 새로운 용어로 한국의 입맛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제품을 개발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를 찾아 식품공학자들의 활약과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식품공학 연구원이란?

식품과학기술은 인체 기능성 물질의 탐색과 산업적 신물질의 탐구, 안전하면서도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친 환경적 식품산업의 육성, 또한 전통발효식품의 과학성을 입증하고 산업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식품과학자(Food scientist)는 이러한 분야에서 식품의 생산, 저장, 가공, 유통, 소비 및 인체 건강에 관련된 포괄적 종합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식품공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의학의 경계가 점차 없어지면서 인접 학문 간의 융합으로 관련 기술들을 서로 합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고, 또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개발과 실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식품공학 연구원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식품공학은 식품과 관계된 모든 학문을 포함하는 종합과학이다. 이 분야에서 다루는 식품 재료는 식물, 동물을 총 망라하므로 화학, 미생물학, 물리학의 지식은 물론 공학기술뿐만 아니라 영양학 및 생화학, 유통과 관련된 경제학 지식까지도 요구된다. 식품공학은 이러한 중요성과 포괄성 때문에 첨단과학인 생명공학의 한 분야이기도하다. 식품생명공학은 기초과학 분야의 빠른 발달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한 에너지와 영양의 공급으로만 생각하던 단계에서 인간의 건강증진과 질병 및 치료에 식품소재가 활용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식품공학과에서는 화학 및 미생물학적 현상을 공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며, 주요 분야로 식품화학, 식품미생물학, 식품공학, 생화학, 발효공학, 식품가공학, 식품영양학, 식품위생학 등이 있다. 또한 식품공학에 생물공학, 유전공학 및 전자공학을 응용하여 안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소재의 개발, 식품기능성의 체계적 해석, 전통식품의 과학화 및 식품공정의 첨단기술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식품공학 관련 지원자는 관찰력과 객관적 사고력이 있어야 하며, 화학, 생물학,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목을 이해하고 이를 식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첨단기술을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창의성과 응용력은 성공적인 식품공학도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식품공학은 그 학문범위와 활용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더 많은 전공자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생명공학과로 불리는 학과들 대부분은 식품공학과를 모태로 하고 있다. 식품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품섭취가 인체 대사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생명현상과 건강증진 분야 등에 대한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 조류독감, 광우병, 유전자 조작식품 등 사회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늘어날수록 안전하고 건강지향적인 식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식품을 개발할 젊고 유능한 식품공학도가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체 및 가공식품 유통업체는 연간 30 조원의 매출 외형을 보이는 주요 산업분야이며, 약 20여 업체의 대기업과 400여 업체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분야의 일터로는 첫째, CJ, 롯데, 해태,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매일유업, 서울우유, 동양제과, 두산, 대상, 하이트맥주, OB맥주, 삼양식품, 풀무원, 동서식품, 태평양화학 등과 같은 식품제조업체에 진출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식품개발 연구원, 식품의약품 안전청, 생명공학연구소, KIST, 국립보건원,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등 국, 공립연구소 또는 기업체의 생명과학, 식품관련연구소 등에 진출할 수 있다. 셋째, 제약회사 약품개발연구 분야에 참여할 수 있다. 일양약품, 동아제약, 동화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등 우수한 제약회사에 진출할 수 있다. 넷째, 식품관련 전문직 국가 공무원으로도 일할 수 있다. 다섯째, 식품 및 생물 신소재 벤처기업, 생물공학 이용 생명산업체 등 식품관련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늘고 있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생명활동에 대한 식품의 생체조절기능의 역할은 생명공학의 놀라운 발전으로 식품공학은 제 2의 녹색혁명을 주도하는 분야가 될 것으로 믿는다. 식품생명공학은 식량자원 고갈이 예상되는 21세기를 대비하고, 다가올 건강장수 사회를 이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장래 인류의 수명유지를 위한 다양한 기능성 식품의 개발 및 가공식품 분야에 종사할 유능한 사람들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조상들의 지혜에서 배운 ‘신토불이’ 건강음료 개발

심재현 식품공학 연구원: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응용개발실 음료연구팀 근무하고 있다. 유산균이 생산하는 천연 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의 최적 생산조건을 연구하였으며, 생산된 박테리오신을 활용하여 발효식품의 보존성 향상과 피부염증 억제제 개발연구를 수행 했다.얼마 전까지 발효유 개발과 기능성 식품개발 연구를 하다가, 현재 건강기능성 음료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과학발전이 선진 산업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과, 문과보다는 이과 쪽에 더 많은 성공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던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이과를 선택했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적성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며 학과를 선택하던 중 문득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식품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이르러 식품공학을 전공하였다.

학부과정에서 식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위한 다양한 전공과목들을 접하면서 식품학은 과학의 여러 분야를 폭 넓게 알아야하는 종합 응용과학이라는 점을 절감하였고, 어렵지만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제어되어할 대상이면서도, 발효유, 김치, 장류, 젖갈류 등 건강발효식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식품미생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원 과정에서 유산균의 생육환경이 그들의 생리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미생물이 생산하는 천연 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의 생산최적화와 산업적 적용을 위한 응용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과 어려운 점은?

전통식혜를 누구나 손쉽게 마실 수 있도록 제조공정을 과학화, 산업화하여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던 식혜생산을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등과 같은 전통식품의 과학화와 그 우수성을 밝히는 의미 있는 연구에 참여하게 되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식습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문화이므로 다분히 보수적이며, 그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민족의 성품은 물론 환경, 기후여건 등과 조화될 수 있어야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은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크게 사랑 받을 수 있다. 맛, 향기, 입에서의 감촉, 색상 등 시각적 요소, 맛있게 먹는 소리 등 청각적 요소까지 품질의 판단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므로 새로운 식품의 완성도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부단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인내심을 갖고 정진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청소년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면서 중요한 시기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일찍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이때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식품과학도가 되 보겠다는 생각도 해보길 바란다.

지난 20세기가 물질생산의 효율성 증대에 역점을 둔 중화학 산업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는 휴먼산업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중 생명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식생활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기본요소이다.

식품을 공부하려면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또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본인의 적성과 비전을 고려해서 진로를 선택하기 바란다. 목표를 설정하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어떤 분야 건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

<기획 및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저작권자 2004-03-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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