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사이다의 대명사인 ‘칠성사이다’가 1950년에 처음 생산되면서 청량음료시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6·25전쟁 뒤 탄산수에 색소와 과일 향을 넣어 만든 향 음료가 나오면서 음료수 제품의 종류가 하나 둘씩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60년대 중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상륙하여 대량 생산되면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청량음료시장에서 부동의 판매실적 1위를 차지해왔다. 특히 코카콜라는 유엔회원국보다 더 많은 1백95개국의 시장을 장악하고 매초마다 4만병 이상을 판매하면서 ‘지구촌을 식민지화하는 제국’으로 불리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이들 콜라회사에 저항하지 못하고 자국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고유의 보리차와 콜라와의 퓨젼 음료수인 ‘맥콜’이 84년에 출시되자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청량음료시장의 판도가 새로 짜여지기 시작했다. 곧 이어 우유탄산음료인 ‘암바사’ 등과 스포츠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 ‘게토레이’, 식이성 섬유음료인 ‘미에로화이바’ 등이 출현하면서 음료수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소비도 급격히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개발된 음료수에 우리가 지불하는 로열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기업의 연구소에서는 외국상표 일색의 음료수를 국산화하는데 매진하게 되었다.
90년대 들어서 음료수의 개념이 목만 축이는 것에서 벗어나 건강을 생각하는 건강지향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천연과즙음료와 함께 전통 음료수인 식혜, 수정과 등이 등장하여 청량음료시장의 주도권이 탄산음료에서 천연음료 쪽으로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외국산 콜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등장한 토종 콜라 815(1998년)와 우리 몸에 맞는 토종음료 식혜는 한국 음료수의 역사에 일대 혁신이었다. 더욱이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물까지 사먹는 상황이 되면서 물 만난 물 시장은 대호황을 맞게 되었다.
2000년도로 들어서면서 이런 움직임은 다시 기능성 음료제품 개발로 이어져 콜레스테롤 저하, 암 예방, 성장촉진, 숙취해소, 골프력 증진 등 다양한 기능성 음료가 선보이고 있다. 대추음료, 당근주스, 미숫가루, 매실, 유자, 감식초, 솔잎, 쑥, 게껍질, 미역, 다시마 음료 등이 지금 시장에 나와 있다.
이와 같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한국 음료수 시장에서는 물론, 식생활 개선으로 건강장수 사회 구현을 실천하는 자리에서 그 가치가 한결 돋보이는 이들이 바로 ‘식품공학자’이다. 양에서 질로 향상된 식생활을 주도하는 직업의 세계를 알아보았다.
음료수 중에서도 93년 국내산 엿기름 추출액과 멥쌀을 사용해 만든 전통 음료, 비락식혜의 폭발적인 인기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음료 개발’을 가속화하여 음료수 국산화를 선도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유사품들이 70여종이나 등장했으나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지금은 몇 개 회사제품만이 남아있지만 최고의 식혜 자리를 한 번도 뺏기지 않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동안 팔린 비락식혜는 총 10억 캔 이상으로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2바퀴 돌고도 남는 양이다. 생산과정에서 소비된 쌀이 대략 7000톤으로 쌀 소비가 위축되어 있는 지금 우리나라 농촌 경제에 희망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등 세계 10개국에 수출되면서 ‘rice juice’라는 새로운 용어로 한국의 입맛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제품을 개발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를 찾아 식품공학자들의 활약과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식품공학 연구원이란?
식품과학기술은 인체 기능성 물질의 탐색과 산업적 신물질의 탐구, 안전하면서도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친 환경적 식품산업의 육성, 또한 전통발효식품의 과학성을 입증하고 산업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식품과학자(Food scientist)는 이러한 분야에서 식품의 생산, 저장, 가공, 유통, 소비 및 인체 건강에 관련된 포괄적 종합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식품공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의학의 경계가 점차 없어지면서 인접 학문 간의 융합으로 관련 기술들을 서로 합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고, 또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개발과 실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식품공학 연구원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식품공학은 식품과 관계된 모든 학문을 포함하는 종합과학이다. 이 분야에서 다루는 식품 재료는 식물, 동물을 총 망라하므로 화학, 미생물학, 물리학의 지식은 물론 공학기술뿐만 아니라 영양학 및 생화학, 유통과 관련된 경제학 지식까지도 요구된다. 식품공학은 이러한 중요성과 포괄성 때문에 첨단과학인 생명공학의 한 분야이기도하다. 식품생명공학은 기초과학 분야의 빠른 발달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한 에너지와 영양의 공급으로만 생각하던 단계에서 인간의 건강증진과 질병 및 치료에 식품소재가 활용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식품공학과에서는 화학 및 미생물학적 현상을 공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며, 주요 분야로 식품화학, 식품미생물학, 식품공학, 생화학, 발효공학, 식품가공학, 식품영양학, 식품위생학 등이 있다. 또한 식품공학에 생물공학, 유전공학 및 전자공학을 응용하여 안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소재의 개발, 식품기능성의 체계적 해석, 전통식품의 과학화 및 식품공정의 첨단기술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식품공학 관련 지원자는 관찰력과 객관적 사고력이 있어야 하며, 화학, 생물학,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목을 이해하고 이를 식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첨단기술을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창의성과 응용력은 성공적인 식품공학도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식품공학은 그 학문범위와 활용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더 많은 전공자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생명공학과로 불리는 학과들 대부분은 식품공학과를 모태로 하고 있다. 식품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품섭취가 인체 대사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생명현상과 건강증진 분야 등에 대한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 조류독감, 광우병, 유전자 조작식품 등 사회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늘어날수록 안전하고 건강지향적인 식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식품을 개발할 젊고 유능한 식품공학도가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체 및 가공식품 유통업체는 연간 30 조원의 매출 외형을 보이는 주요 산업분야이며, 약 20여 업체의 대기업과 400여 업체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분야의 일터로는 첫째, CJ, 롯데, 해태,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매일유업, 서울우유, 동양제과, 두산, 대상, 하이트맥주, OB맥주, 삼양식품, 풀무원, 동서식품, 태평양화학 등과 같은 식품제조업체에 진출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식품개발 연구원, 식품의약품 안전청, 생명공학연구소, KIST, 국립보건원,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등 국, 공립연구소 또는 기업체의 생명과학, 식품관련연구소 등에 진출할 수 있다. 셋째, 제약회사 약품개발연구 분야에 참여할 수 있다. 일양약품, 동아제약, 동화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등 우수한 제약회사에 진출할 수 있다. 넷째, 식품관련 전문직 국가 공무원으로도 일할 수 있다. 다섯째, 식품 및 생물 신소재 벤처기업, 생물공학 이용 생명산업체 등 식품관련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늘고 있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생명활동에 대한 식품의 생체조절기능의 역할은 생명공학의 놀라운 발전으로 식품공학은 제 2의 녹색혁명을 주도하는 분야가 될 것으로 믿는다. 식품생명공학은 식량자원 고갈이 예상되는 21세기를 대비하고, 다가올 건강장수 사회를 이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장래 인류의 수명유지를 위한 다양한 기능성 식품의 개발 및 가공식품 분야에 종사할 유능한 사람들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기획 및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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