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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4-09

건강상태 자동 점검하는 ‘스마트 화장실’ 10가지 생체표지자 측정, 맞춤 변기도 개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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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을 통해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스마트 화장실’은 기기를 비데처럼 간단히 변기에 장착해 대장암과 비뇨기암 등을 포함한 10여 가지의 생체표지자를 검출해 내는 데까지 발전했다.

이 장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전립선암 또는 신부전과 같은 특정 유전적 소인이 있는 개인들에게 특히 매력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네이처 생의학 공학’(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6일 자에 자신들이 개발해온 스마트 변기(smart toilet)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인 과학자인 박승민(Seung-min Park) 선임연구원과 스탠퍼드 분자영상프로그램 초청 과학자인 데이비드 원(David Won) 박사, 브라이언 리(Brian Lee) 박사후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를 이끈 방사선과 산지브 샘 감비르(Sanjiv Sam Gambhir) 주임교수는 15년 전 ‘스마트 변기’ 개념을 구상한 뒤, 현재 21명에 대한 실험실 연구를 완료하고 정밀 건강에 초점을 둔 스마트 변기를 구현했다.

이 스마트 변기는 흔히 보는 변기 안에 기기를 장착한 모습이다. 서로 다른 기술로 구성된 이 기기는 움직임을 감지해 침전물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수행한다. 소변 샘플은 물리적, 분자적 분석을 거치고, 대변 평가는 물리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

샘플에서 추출된 데이터는 자동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송돼 안전하게 보관되고, 이후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송할 수 있다.

감비르 교수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기록관리시스템에 통합하면 쉽고 빠르게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변기’는 모든 샘플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안전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자동 전송해 안전하게 보관한다. 스탠퍼드 의대 홈페이지 자료 사진. © James Strommer / Stanford Medicine

현재는 10가지 생체표지자 측정

스마트 변기는 스마트 시계와 같이 입거나 몸에 장착해 지속적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기술 범주에 속한다.

감비르 교수는 “스마트 변기는 웨어러블 기기와 같이 마음대로 벗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어서 질병 감지장치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에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를 비데처럼 일반 가정집 화장실의 일부로서 구상하고 있다.

기기에는 질병의 징후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건강-모니터링 기술을 장착했다.

소변 샘플과 대변 샘플은 모두 영상으로 캡처해 정상적인 ‘유로다이나믹스(urodynamics, 유량과 배출되는 시간 및 총량 등)’와 대변의 일관성을, 불건강한 상태와 구별할 수 있는 일련의 알고리즘으로 처리한다.

이 변기에는 또 물리적 흐름 분석과 함께 분자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소변분석 스트립 혹은 ‘딥스틱 테스트(dipstick tests)를 장착했다.

이 테스트에서 나타난 백혈구 수와 지속적인 혈액 오염, 단백질 등의 수치를 보고 감염에서부터 방광암, 신부전 같은 다양한 질병을 추정할 수 있다. 감비르 교수는 현재 이 변기가 열 가지의 생체표지자를 측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 변기’는 사진의 일반 비데와 같이 애드-온으로 간단히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 Practical Bathing

용변 보는 사람의 신원 파악은?

스마트 변기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사용자의 신분 확인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처음에 지문을 확인할 수 있는 물내림 레버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용한 사람이 물을 내리지 않고 다름 사람이 레버를 눌러 물을 내린 경우, 혹은 자동으로 물내림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방향을 바꿨다.

신체의 ‘부끄러운 부분’ 즉 항문을 이미지화하는 작은 스캐너를 추가한 것. 감비르 교수는 “우리는 그것이 좀 이상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항문은 개인 각자마다 독특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설명했다.

손가락이든 다른 부위이든 신체 스캔은 오직 사용자와 사용자의 데이터를 인식하는 데만 사용될 뿐, 본인이나 주치의조차도 이 스캔 결과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는, 가령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과 같은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사생활 보호를 갖춘 앱이 사용자의 주치의 등 의료팀에 경고를 보내 전문가들이 적절한 진단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보호는 식별과 샘플 분석 측면에서도 이번 연구의 핵심 연구 부분이었다. 감비르 교수는 “모든 정보가 클라우드로 전송될 때는 식별이 되지 않도록 하고,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갈 때는 HIPPA(미국 건강보험 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에 의해 보호받도록 하기 위해 엄격한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15년 동안 ‘스마트 화장실’ 연구를 해온 스탠퍼드 의대 감비르 교수. © Stanford Medicine

스마트 화장실 2.0을 향해

감비르 교수팀은 스마트 변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오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었다. 즉, 참가자 수를 늘리는 것과, 대변 분석에 분자적 특성을 통합시키는 것 그리고 이미 작동 중인 기술을 더욱 정교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변기에 채용된 테스트를 개인에 맞게 조정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당뇨환자들은 소변에서 당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방광이나 신장암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변기를 통해 혈액검사를 하기를 원할 수 있다.

감비르 교수의 또 다른 목표는 대변 샘플에 대한 분자 분석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이다.

그는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스마트 변기는 대소변같이 무시되는 자료 원천을 활용하는 완벽한 방법으로서, 사용자가 별다르게 할 일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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