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의 의미 찾기, 과학기술의 몫이 되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15) 집 짓기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이른바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집에서 머무는 체류 시간이 증가하고, 집 밖에서 행해지던 일들이 집 안으로 유입되어 집의 기능이 확장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심지어 집 짓기 콘텐츠들이 소개되고, 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집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 즉 거주지를 정비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시각적·기능적으로 변화시키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존 철학 관점에서 거주가 ‘현 존재’, ‘있음’을 의미하듯, 거주지를 정비하는 것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점검이며, 거주 세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내포한다.

특히 집의 기능이 외부 지향적으로 확산하였던 과거와는 달리, 집의 기본 기능은 강화하되 외부의 기능이 집 안으로 역이동하는 패러다임 전환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곧 다가올 미래의 집과 공간은 마치 영화 속 트랜스포머 로봇처럼 쉽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간 정형화된 방법으로 구조화된 내부 공간, 값비싼 노동력과 건축비용이 투입돼 섣부르게 변화를 줄 수 없었던 집. 이들이 이제는 빠르고, 가볍게,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러한 니즈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이 건축에 더해지기 시작했다.

집 짓기에 3D 프린팅과 같은 과학기술이 더해지고 있다. ⒸForbes

거주의 ‘0’, 세계와의 공존

거주(居住)는 ‘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일, 또는 그곳’을 의미한다. 단어의 의미 기저에는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 의지, 삶의 과정, 장소적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즉 거주란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인간과 환경과의 공존, 그리고 인간의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 낸 거주 형태는 개인, 가족, 지역, 더 나아가 나라의 문화를 집약한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형성되면서 인간의 삶, 그 자체로서 역동적이었던 거주의 의미가 매우 축소된 경향이 있다. 거주지는 획일화되었고, 집 안에서 행해지던 일들이 외부로 확장되었으며, 거주 세계를 구성하는 집·가족·이웃의 결속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표현한바 “환금성 높은 자산으로서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하우스”만 남은 셈이다.

역설적으로 거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안전한 곳을 찾아 거주하기 시작했던 선사시대와 다름없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집에서 은신하는 요즘에야 거주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거주란 자아를 표현하며, 세계와의 관계이며, 목적 지향적이라는 의미의 회복이다.

거주 형태는 개인, 가족, 지역, 더 나아가 나라의 문화를 집약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집 짓기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예부터 인간은 자연과 환경에 맞춰 거주해왔다. 자연은 훌륭한 재료이면서 모방과 극복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 도시화율 50%를 넘었고, 우리나라도 90%를 넘으면서 과거의 모습과 같은 거주 형태는 사라졌다. 하지만 기후변화 및 생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조성 사업 및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이른바 3E(Energy, Environment, Ecology)에 의존한 바가 크다.

1970~80년대에는 기존의 도시개념에 반대되는 전원도시가 등장하여, 사라져가는 커뮤니티를 살리고 친환경적인 거주 환경을 조성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환경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어 생태 도시, 녹색도시의 개념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주로 재생에너지 및 신에너지를 활용하거나 바람길을 이용하여 거주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 개별 주택을 짓는 기술이 속도전을 방불케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간편한 제조법인 3D 프린팅 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뽑히면서 우리의 거주에 획기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ICON사의 최초 3D 프린팅 주택 Ⓒwww.iconbuild.com

3D 프린팅은 설계 도면을 입력하면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데에서 시작했다. 초기에는 고비용 대비 결과물의 질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의료 분야에서 이식용 장기를 찍어낼 만큼 기술력의 진화가 뚜렷하다.

이 기술로 멕시코 남부의 한 오지마을에는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주택단지가 조성되었다. 미국의 아이콘사의 3D 프린터 ‘불칸2(Vulcan II)’는 가로 10m, 세로 3.3m의 이동형 기계로 현장에서 바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콘크리트보다 저렴하고 견고한 재료인 라바크리트를 개발해 3D 주택을 짓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마이티 빌딩스는 3D 프린터로 제작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벽과 바닥, 지붕까지 외관 전체를 완공하여 올해 초에 공개했다. 이 역시 콘크리트보다 가볍고, 방수·방화 기능을 갖춘 신소재를 개발하여 3D 프린터에 넣어 노즐을 통해 뽑아내고, 빛에 노출해 굳히는 방법이다. 집 한 채를 짓는데 소요된 시간은 48시간. 기존의 건축 시간을 상상 이상으로 단축하고,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는 이점이 있다.

또 유럽우주국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달 표면에 ‘문 빌리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집 짓기에 할애되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효율성이 높아지며, 친환경적인 기술이라면 거주 자체가 의미가 되는, 세계와의 공존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604)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