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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등껍질을 가지게 된 이유는?

고대 화석 연구 통해 등껍질 진화 과정 밝혀

거북은 오늘날 현존하는 ‘뼈 있는 동물’ 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편에 속한다. 거북은 껍질 속으로 머리와 팔, 다리, 꼬리를 넣을 수 있으며, 동물 중에는 유일하게 갈비뼈와 등뼈가 붙어있는 특징이 있다.

거북의 껍질은 본래 늑골(갈비뼈)과 흉골(등뼈)이 진화되어 형성된 것이다. 등 쪽을 배갑(carapace), 배 쪽을 복갑(plastron)이라고 하는데, 배갑과 복갑이 맞닿는 부분을 골교(bridge)라고 한다. 맨 바깥에는 케라틴 성분으로 구성된 각질판이 있고, 각질판 아래로 척추뼈와 늑골, 복늑골(파충류의 배 부분을 감싸는 뼈)이 합쳐져 있다.

이처럼 늑골, 흉골, 복늑골이 합쳐져 만들어진 거북의 껍질은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쳤다.

에우노토사우루스, 거북 등껍질의 기원 밝히는 열쇠

거북의 가장 대표적인 조상으로는 프로가노켈리스(Proganochelys)가 꼽힌다. 독일과 태국에서 발견된 프로가노켈리스는 높이가 거의 없는 평평한 등껍질을 지녔으며, 현대 거북처럼 8개의 경추를 가지고 있다.

거북의 조상으로 꼽히는 원시 생물은 프로가노켈리스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1892년 남아프리카의 중기 페름기 2억 65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에우노토사우루스(Eunotosaurus)는 거북 등껍질의 기원을 밝히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에우노토사우루스 화석은 넓은 갈비뼈 때문에 발견 당시부터 분류학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생물학 교수 D.M.S. 왓슨은 1914년 에우노토사우루스를 원시적인 파충류, 그중에서 ‘코틸로사우루스류’라는 분류군과 현대 거북의 중간으로 분류했다.

이후 1956년 하버드대 알프레드 로머 교수는 에우노토사우루스를 수렴진화(각기 다른 분류군에 위치한 생물이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 결과라고 주장했다. 에우노토사우루스가 넓은 갈비뼈가 거북과 비슷하긴 하나 거북의 조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에우노토사우루스ⓒWikimedia

하지만, 에우노토사우루스가 거북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지시하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 예일대와 하버드대, 독일 튀빙겐 대학은 거북의 계통분류군(진화의 흐름에 따른 생물의 분류 단계)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1956년 로머 교수의 연구 이후에, 남아프리카에서 추가로 발견된 화석들을 토대로 분류를 진행한 결과, 에우노토사우루스가 원시적인 거북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2013년에도 나왔다. 예일대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뉴욕 자연사 박물관과 뉴욕 공대 스위스의 취리히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등뼈에 주목했다.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등뼈는 9개이며, 길이는 너비의 4배 이상이다. 그리고 늑골의 단면은 T자 형태이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에우노토사우루스를 원시적인 거북의 분류군에 속한다는 결론을 냈다.

에우노토사우루스가 현대 거북의 조상으로 거론됨에 따라 거북의 등껍질은 최소 2억 6000만 년 전부터 진화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표적인 거북 조상으로 알려진 프로가노켈리스가 서식했던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약 2억 1000만 년 전)보다 에우노토사우루스가 더 오래전부터 껍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껍질의 기원을 지시하는 고대 거북은 프로가노켈리스와 에우노토사우루스 외에도 또 있다. 2008년 중국의 남부 구이저우성에서는 오돈토켈리스 세미테스타케아(Odntochelys semitestacea)로 명명된 화석이 보고됐다.

오돈토켈리스ⓒWikipedia

이 화석은 갈비뼈는 넓으나 아직 등껍질로 융합이 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거북의 배 껍질의 형태는 갖추고 있으나, 등껍질로는 아직 발달하지 않은 진화 단계였던 것이다.

오돈토켈리스에 대한 연구는 거북이 등껍질보다 배 껍질이 먼저 발달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오돈토켈리스가 다른 해양 생물들과 함께 발견됨에 따라, 거북이 과거에도 수생 생활을 겸했음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고대 거북의 연구 결과에 따라 밝혀진 껍질의 진화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거북의 껍질은 먼저 원시 파충류의 일부가 에우노토사우루스처럼 갈비뼈가 넓어지고, 등뼈가 9개로 줄어들고 길어졌다. 그 후 오돈토켈리스처럼 단면이 T자 형태로 변형되었고, 복늑골의 숫자가 5쌍에서 4쌍으로 줄어들어 넓어졌다. 마지막으로 프로가노켈리스처럼 복늑골과 갈비뼈 중간에 골교가 진화하게 되면서 현대 거북의 껍질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거북의 등껍질, 땅을 파기 유리하게끔 진화

2016년 덴버대학교 외 미국과 스위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은 새로 발견된 에우노토사우루스의 화석을 토대로, 에우노토사우루스의 신체가 땅을 파기 유리하게 진화했으며, 그 결과로 껍질이 발달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테일러 라이슨 박사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에우노토사우루스 화석의 앞발과 머리, 눈뼈를 통해서 땅을 파기 적합한 신체구조를 지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땅굴을 파는 에우노토사우루스ⓒAndrey Atuchin

에우노토사우루스의 앞발은 크고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어 강한 힘을 낼 수 있었으며, 등과 배가 납작해져서 껍질을 만들게 되면서 몸이 납작해져서 땅에 굴을 팔 때 몸이 경직되기 쉬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눈 뼈의 크기를 토대로 수정체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눈이 빛에 매우 둔감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에우노토사우루스와 같은 고대 거북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땅을 팠고, 그 결과 갈비뼈가 변형되면서 현재의 등껍질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특징들은 땅굴을 파며 살아가는 남아메리카 땅거북과 유사하다.

에우노토사우루스를 포함한 고대 거북 화석이 해양생물 화석과 함께 발견된 오돈토켈리스를 제외하면 모두 육지 환경에서 발견되었다는 점도 이러한 진화 과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원시 거북이 대부분 육지 생활을 했고, 다양한 이유로 땅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넓어지고, 등껍질이 발달한 증거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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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해광 2020년 2월 18일1:04 오후

    거북의 등껍질은 어떤 기능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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