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스트레스의 냄새’를 맡는다

수학으로 스트레스 받은 사람의 체취를 94% 정확도로 판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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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들은 사람의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반응에 따라 나타나는 호흡과 땀의 변화를 93.75%의 정확도로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퀸스 대학교 벨파스트(Queen’s University Belfast)의 박사과정 연구원 클라라 윌슨의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 과학 도서관 학술지(플로스 원, PLOS ONE)에 9월 28일자 게재했다.

 

개는 코로나19와 암의 냄새를 맡는다?

개는 뛰어난 후각으로 폭발물이나 증거를 탐지하는 경찰견, 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 등 많은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미 기존 연구에서 개가 후각으로 전립선암 환자를 98%의 정확도로, 양말냄새를 맡고 말라리아 감염자를 70%, 비감염자를 90%의 정확도로 가려내는 등 ‘질병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로나19 감염자를 96% 정확도로 판별해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큰 이목을 끌었다.

물론 개들이 주인의 심리상태를 민감하게 감지하며 이에 동화된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시각과 청각 등의 반응을 통한 것일 거라 대략적으로 유추해왔는데, 개가 인간의 마음을 읽는 요소로 ‘후각’에 주목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생물의 ‘체취’는 주로 같은 종끼리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화학적 신호로서 진화해왔다. 연구팀은 개들이 주인의 심리 상태에 따른 화학 신호, 즉 체취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생각이 미쳤다. 특히 스트레스는 심박수와 혈압 및 호흡의 증가와 더불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됨에 따라 생리적 변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후각 및 체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제를 세울 수 있다.

이는 개들의 후각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과 인간과 함께해 온 오랜 역사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의료탐지견들이 불안‧공황발작‧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에 활약하고 있다는 점 등에 기초한다.

 

개의 스트레스 감지 정확도, 97%까지

연구팀은 1시간 이내에 물 외의 식음료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비흡연자들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객관적인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심박 수와 혈압을 측정하면서 암산 문제를 풀었다. 3분 동안 9000부터 17씩 빼가면서 답하도록 하고, 오답을 말하면 즉시 “틀렸다”고 고지했다. 또한 암산을 하는 도중 “가능한 빨리,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계산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 말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총 53명의 참가자 중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느끼면서, 심박수와 혈압이 증가하는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 36명의 참가자를 선별했다. 참가자들은 수학문제를 풀기 전후 3분 이내로 거즈로 땀을 닦고 유리병에 날숨을 불어넣었다. 참가자들의 땀과 호흡 샘플은 채취한지 3시간 이내에 훈련받은 개들이 맡도록 했다.

실험에 쓰인 땀과 호흡 샘플과, 실험을 위해 특수제작된 알루미늄 관의 모습이다. ©Wilson et al. PLOS ONE. 2022

 

4마리의 개들이 해당 실험에 참가하는 모습이다. 4마리 모두 높은 정확도로 ‘스트레스의 냄새’를 판별해냈다. ©Wilson et al. PLOS ONE. 2022

4마리의 개들은 각자의 키에 맞춰진 알루미늄 관을 통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720번의 실험 중 개들은 평균 675번, 즉 93.75%의 정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냄새를 판별해냈다. 개들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90%에서 96.88%의 정확도로, 우연으로 판별했을 경우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일부러 가짜 샘플을 섞어두었을 때에도, 실험 참가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후 평온을 찾았을 때의 샘플에 대해서도 개들의 탐지는 평균 94.44%의 정확도를 보였다. 개들이 스트레스의 냄새를 감지한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연구에는 몇몇 보완점이 존재하는데, 우선 실험 표본인 개가 4마리뿐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개를 훈련시키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에 참가한 모든 개들이 높은 정확도로 스트레스의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스트레스 여부에 따른 냄새의 차이가 확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처음 실험참가자 중 11명(21%)으로부터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 또한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중 5명의 참가자는 스트레스라 느끼지 못했으며, 또 다른 5명은 오히려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스트레스 유발 방법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개인이 스트레스를 인식하는 방법에 따라 실험과 추후 활용에 큰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의 보완 및 추가연구를 통해, 개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GettyImagesBank

연구에 따르면 개가 인간의 ‘스트레스 냄새’를 맡는 데에 인체 세포가 호흡, 피부, 타액, 대소변 등을 통해 배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주요 지표일 것이라 추측된다. 연구팀은 이 VOCs의 구체적인 변화 양상과 더불어, 스트레스가 아닌 행복감에 따른 체취 변화와 감지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의료탐지견으로 활약하고 있는 개들의 훈련방법은 시각적 반응 탐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을 함께 활용함으로써 의료탐지견의 훈련과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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