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가장 얇은 반도체, 가능성을 보다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이관형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관형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이관형

이관형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이관형

표준소자의 상세구조. 이황화몰리브덴을 채널로 그래핀을 전극으로 질화붕소를 유전체로 사용하는 표준소자의 상세구조 분해도를 보여준다. ⓒ 한국연구재단

표준소자의 상세구조. 이황화몰리브덴을 채널로 그래핀을 전극으로 질화붕소를 유전체로 사용하는 표준소자의 상세구조 분해도를 보여준다. ⓒ 한국연구재단

2차원 반도체의 실현 가능성이 입증됐다. 이관형 연세대 교수팀과 제임스 혼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교수팀, 그리고 이철호 고려대학교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2차원 신소재를 적층함으로써 원자층 두께로 얇은 반도체에서 최고 속도의 전하이동과 양자수송현상을 최초로 관측한 것이다. 앞으로 이를 통해 국내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의 산업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원자층 두께에서 관측한 양자수송현상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초스피드 양자소자와 초박형(Ultra-thin) 반도체를 실현하는 것은 반도체 기술의 최정점으로 언급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밤낮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매진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기술 가능성을 입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관형 교수팀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황화몰리브덴과 그래핀, 유전체인 질화붕소(hBN)를 층층이 쌓는 방식을 이용, 수개의 원자층 두께로 얇고 매끄러운 계면을 갖는 신개념 소자구조를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4월 27일 온라인 판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원자 한 층으로만 이뤄져 세상에서 가장 얇은 2차원 물질로 거론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래핀입니다. 그래핀은 우수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반도체 소자에 가장 필수적 요소인 밴드갭이 없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 적용하기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밴드갭을 갖는 2차원 반도체 물질인 이황화몰리브덴이 발견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황화몰리브덴은 그래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이용해 만들어진 반도체 소자는 큰 특성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저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소자구조를 개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하이동도를 측정하고 이러한 고효율의 소자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수송현상을 관측한 거죠.”

이관형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반도체 소자의 특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자구조를 개발한 것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기존에는 관측이 불가능했던 새로운 물리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소자 적층 구조를 개발하고 이종 물질 사이에서 아주 깨끗한 계면을 만듦으로써 이론적으로만 예상했던 이황화몰리브덴의 최고 전하 이동도를 처음으로 관측했다. 원자층 두께의 얇고 매끄러운 계면. 이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했다.

“기존에 사용된 소자구조는 2차원 반도체 물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좋은 소자특성을 얻기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2차원 반도체는 얇은 만큼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전체인 산화실리콘을 사용할 경우 그 특성이 크게 저하됩니다. 따라서 소자구조를 개선해 2차원 반도체의 뛰어난 특성을 유지하는 고효율의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번 연구 전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황화몰리브덴의 전하이동도는 매우 뛰어날 것으로 이론적인 예측됐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10%에 못 미치는 특성만을 보여 왔죠. 때문에 이황화몰리브덴에서 관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물리현상도 관찰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관형 교수팀은 새로운 소자구조를 디자인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공정을 개발했다. 우선 뛰어난 2차원 반도체 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슷한 2차원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 2차원 물질이지만 금속의 특성을 갖는 그래핀을 전극을 사용하고 절연체의 특성을 가지는 질화붕소를 유전체로 사용하는 구조를 디자인했다.

“이 구조는 따로 합성한 2차원 물질을 블록 쌓듯 한 층 한 층 쌓는 방식(적층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2차원 물질을 오염이나 손실 없이 적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조금만 상상해보면 원차 한층 내지는 수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을 하나씩 쌓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예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부분이 실제로도 많이 힘들었죠.”

 

기존의 한계 극복한 연구, “어려웠지만 보람 돼”

연구팀이 이황화몰리브덴을 사용한 것은 기존의 정설을 넘어야 하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아직 입증되지 않은 물질이었지만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뛰어난 반도체 소자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 확신은 결국 현실이 됐다.

“세계적으로 이황화몰리브덴을 연구한 기간은 4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기에 뛰어난 반도체 소자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도전했음에도 수 년 간의 연구결과는 그리 전망이 밝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인 전하이동도 값의 10분의 일 정도 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많은 연구자들이 회의를 가질 수 있는 지점에 있었죠. 저 또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말의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요. 하지만 이론을 실제로 검증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컸고 가능성 또한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것이고요.”

실제로 처음 소자를 제작한 후 이론치에 가까운 높은 전하이동도를 얻었을 때는 결과를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오히려 계산이나 측정이 틀린 게 아닌지 여러 번 재측정을 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소자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 없고 숙달되지 않아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죠. 소자를 만들었지만 동작하지 않아 수 주 간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고, 측정 중 실수로 소자를 태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아주 좋은 소자를 만들었는데 재현이 되지 않아 원인을 찾는데 몇 달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어요. 결국 연구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소자 하나를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소자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측정이 되지 않거나 측정 중 소자를 망치는 경우였습니다. 그 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거잖아요. 때문에 소자를 완성한 다음 처음 측정을 할 때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하곤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소자제작 기술이 발전해 실패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었죠. 처음 연구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함께 있던 사람들과 함께 얼싸안고 기뻐했어요.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죠.(웃음)”

이번 연구결과는 이황화몰리브덴 뿐 아니라 다른 2차원 반도체 물질에도 적용될 수 있어 그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2차원 물질은 그 종류가 무궁무진한 만큼 본 연구에서 제안된 소자구조를 적용한다면 다른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사용해서도 고효율의 소자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해당 소자구조를 이용하면 2차원 반도체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방식의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재료‧전자‧물리 등 많은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실제로 2차원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분야, 예를 들어 반도체 메모리, 디스플레이, 유연하고 투명한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실제로 2차원 물질을 적용한 사례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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