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약물 처방에 필수인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 높인 새 수식 제시
효과적 치료를 위해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하나의 약이 다른 약의 대사를 변화시켜 목표로 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약물 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s, DDI)이라고 한다. 과거 무좀약(항진균제)과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복용한 환자들이 부정맥으로 사망한 사건이 약물 상호작용 고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약물 상호작용은 복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할 때 약물끼리의 상호작용에 의해 약효가 달라지고,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충남대 약대와 공동으로 약물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약물 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이 빈번해지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개발 단계에서부터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하라는 내용의 지침서(FDA Guidance)를 1997년 최초 발행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시판되는 1만2,000여 종의 약물의 상호작용을 모두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FDA 가이던스에서 제시하는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다.
문제는 이 수식이 부정확하다는 거다. 단백질이나 세포 수준에서 진행되는 실험(in vitro)과 임상시험(in vivo)에서 확인되는 약물 상호작용이 상당히 달랐다. 25년이 넘도록 제약회사 등 연구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인위적인 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FDA의 수식을 보정해서 사용해왔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FDA 수식이 부정확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새로운 수식을 제시했다.
이 연구의 공동 교신저자 중 한 명인 김재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 수학 그룹 CI는 수학으로 생물·의학적 문제를 푸는 수리생물학자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여성 혈액암 환자, 오후 항암치료가 더 효과적”) FDA 수식에 대한 학계의 고충이 많다는 정보를 접한 김 CI 연구팀은 약물 상호작용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펼치고 있는 충남대약대 연구진을 찾아갔다.
FDA 수식은 효소의 반응속도를 설명하는 ‘미카엘리스-멘텐(Michaelis-Menten) 식’을 기반으로 한다. 미카엘리스-멘텐 식은 1913년 처음 제시된 후 현재까지 22만여 편의 논문에 인용되고, 생화학 교과서에서 다뤄질 정도로 생화학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수식이다. 이 수식은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의 농도가 낮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 효소의 농도가 낮을 때(검은색 삼각형)와 달리 효소 농도가 높은 실제 간 환경에서는 기존 공식(파란색 선)은 약물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우선, 연구진은 약물이 주로 대사되는 간에서의 실제 효소 농도를 확인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간에서의 효소 농도는 기존 예측에 사용돼온 값보다 1,000배 이상 높았다. 기존 FDA 수식이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낸 것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채정우 충남대약대 교수는 “생화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정확하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구자들이 수식이 틀렸다는 의심 없이 사용해왔다”며 “과거 과학자들이 당시의 정설이던 천동설을 기반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궤도를 도입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학-약학 협력연구를 통해 효소의 농도에 상관없이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토대로 효소의 농도와 상관없이 항상 정확한 약물 상호작용 값을 얻어낼 수 있는 수식을 유도할 수 있었다.
▲ 기존 FDA 식과 연구진이 새로 유도한 식(위). 기존 FDA 식은 약물-약물의 상호작용 정도를 실제 측정값보다 낮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회색 점). 이에 반해 새로 유도된 식(빨간색 점)은 측정값의 오차 범위 2배 이내로(0.5~2배) 예측하는 비율이 기존 식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림의 실선은 측정값과 일치하는 예측 값을 의미하며, 점선은 0.5~2배의 오차를 가지는 예측 값을 나타낸다(아래). ⓒ기초과학연구원(IBS)
이후 새 수식을 이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험으로 측정된 값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위적인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FDA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2배의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한 비율이 38%인데 반해, 수정된 식은 80%에 달했다.
김상겸 충남대약대 교수는 “현재 의약품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약물 상호작용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용설명서에는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약물 상호작용 정보가 쓰인다. 이번 연구는 주로 초기 연구 단계에서 쓰이는 공식의 오류를 찾고, 정확한 수식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신약개발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기초과학연구원(IBS)
이번 연구는 임상약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에 실렸다. 연구진은 향후 다른 연구팀에 의한 검증 연구가 진행되고 나면,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FDA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경 CI는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향후 미국 FDA 가이던스에 우리의 수식이 반영되고, ‘K-수식’이 국제 표준이 되길 꿈꿔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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