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간 뇌 지도 구축에 5억 달러 대규모 투자

[세계는 지금] ‘뇌’의 비밀을 파헤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현주소

▲ 형광 이미징을 통해 인간 뇌의 다양한 세포 유형을 포착한 모습. Ⓒ Oier Pastor-Alonso, UCSF

미국 정부는 인간 뇌세포 지도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에 총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투자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계획을 밝히고, 2014년부터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2,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 그리고 이들 신경세포의 신호를 전달하는 최소 100조 개의 시냅스의 역할, 위치 등을 면밀히 규명한 ‘지도’를 제작하여 현대 과학이 아직 풀지 못한 미스터리인 뇌의 비밀을 풀어내겠다는 목표다. 연구 9년차를 맞는 현재,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뇌 지도 구축의 5부 능선을 넘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NIH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셀 아틀라스 네트워크(BICAN)’와 ‘정밀 뇌세포 접근을 위한 아마먼타리움(브레인 아마먼타리움)’으로 명명한 2개의 프로젝트를 신규 출범하고 이 연구에 각각 1억 달러(약 1,441억 원)와 3,600만 달러(약 518억 원)를 지원한다.

BICAN은 브레인 이니셔티브가 2017년 시작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셀 센서스 네트워크(BICCN)’ 프로젝트가 진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이어간다. BICCN 프로젝트에는 인간 뇌 지도 구축에 앞서 쥐 뇌의 정밀 구조와 기능을 정밀 규명한다는 목적하에 세계 45개 기관, 25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BICAN 연구팀은 5년간의 연구 성과를 17편의 논문을 통해 2021년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특별 호에 공개했다.

▲ 후성유전학을 이용해 뇌 세포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연구의 과정에서 나온 이미지로 뇌 세포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 Michael Nunn, Salk Institute

이들 연구는 인간 뇌 연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쥐의 10만 3982개의 뇌 세포를 분석하고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기준으로 161개의 세포 유형을 구분하는가 하면, 설치류·영장류 및 인간의 뇌에서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1차 운동피질’의 세포 유형을 규명하고 종간 차이를 분석하는 등 다수의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BICCN 프로젝트에서 더 나아가 BICAN 프로젝트는 연구 대상을 인간으로 확장한다. 인간 뇌는 쥐보다 1,000배가량 크고 그 연결도 더 복잡하다. 최종 목적은 인간 2,000억 개에 달하는 인간 뇌 세포를 기능 및 병리학적 유형별로 정리하여, 세계 과학자들에게 뇌 연구 및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참고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솔크연구소는 태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에 걸친 인간 뇌 데이터를 구축한다. 미국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UTHealth Houston)는 데이터과학을 도구로 이용해 전례 없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신경 기능 및 장애 치료를 위한 가치 있는 정보를 뽑아낼 예정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뇌 발달에 영향을 주거나 뇌 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세포를 유형별로 정리할 계획이다. 미국 앨런연구소는 뇌 MRI(자기공명영상)와 ‘공간전사체학’을 이용하여 뇌 기능과 세포 지도를 연결하는 연구를 한다.

요셉 에커 솔크연구소 교수는 “뇌 관련 질환은 유전자의 이상이나 뇌 세포에 생기는 분자 수준의 오류 등 다양한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BICAN 프로젝트가 제작할 뇌 지도는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올바른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통해 각 질환을 유발하는 뇌 세포가 뇌의 어느 부위에 위치하는지와 유전적·후성유전학적 특성을 파악하게 되면, 해당 세포만을 목표로 삼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프로젝트인 브레인 아마먼타리움은 뇌 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정하는 등 뇌 지도를 활용할 도구를 개발에 집중한다. 특정 세포 유형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운반체 개발, RNA를 감지 및 교정하는 기술을 포유류와 조류의 뇌에서 검증하는 연구 등이 진행된다.

▲ 미국 알렌연구소가 전사체 분석 기술을 이용해 시각화한 대뇌 1차 운동 피질의 뇌 세포 유형. Ⓒ Allen Institute

존 응가이 브레인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는 신경과학 연구의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들 프로젝트들을 토대로 인간 뇌의 뉴런과 시냅스의 다면적 특성을 전례 없는 고해상도로 탐구하여, 특정 세포 유형의 병리학적 변화가 어떻게 신경학적 장애를 일으키는지를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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