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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임동욱 객원기자
2011-09-21

숲 늘어날수록 지구 온도 낮아진다 과학적으로 증명한 논문 최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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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에 속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킬 방법으로 ‘나무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산소로 전환시키는 허파 역할을 한다.

▲ 숲과 호수에서 증발되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지구 전체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 카네기연구소도 “나무를 심으면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온도가 내려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가 아닌 ‘수증기’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조사해서 얻어낸 결과다. 나무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잎에 도달해 수증기로 증발하면 해당 지역에 냉각현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지구 전체의 기온을 낮춘다는 것이다.

논문은 온라인 학술지 ‘환경연구 레터스(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최근호에 ‘지표면 잠열과 현열의 변화로 인한 기후의 반응(Climate forcing and response to idealized changes in surface latent and sensible heat)’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카네기연구소에서 로렌스버클리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조지 밴와이즈(George Ban-Weiss) 박사가 이끌었으며, 카네기연구소 지구생태학 연구팀의 롱 차오(Long Cao), 율리아 폰그라츠(Julia Pongratz), 켄 칼데이라(Ken Caldeira) 박사, 인도과학연구소(IIS)의 고빈다사미 발라(Govindasamy Bala) 박사 등이 참여했다.

대기 중 구름 많아지면 반사되는 태양열 늘어나

물이 흐르거나 나무가 많을수록 주변 기온이 낮아진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한여름 더운 대낮에 동네 골목에 들어서면 슈퍼마켓 주인 아주머니가 바가지에 물을 가득 떠 여기저기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1996년부터 최근까지 1천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실제 여름 기온을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물이 증발하면서 기온이 내려가는 현상을 ‘증발냉각(evaporative cooling)’ 효과라 부른다.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면서 주변의 잠열(latent heat, 숨은열)을 빼앗아 대기 중으로 이동시키는 원리다. 숨은열은 물질 내에 숨어 있다가 상태가 변할 때 온도가 변하지 않고도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열을 가리킨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거나 물이 증발하는 순간에는 온도가 그대로 유지되어도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숨어 있던 잠열이 전이되는 것으로 본다.

잠열의 반대는 현열(sensible heat)이라 부른다. 물질을 냉각시킬 때 소실되고 가열시킬 때 발생하는 열량을 가리킨다. 현열이 소모되어 온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잠열의 흐름이 빨라지기 때문에 냉각에 가속도가 붙는다. 마찬가지로 잠열의 이동이 빨라지면 현열의 소모도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증발냉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이 증발되면서 지표면에서 대기 속으로 이동한 잠열은 결국 수증기가 응결되어 빗방울로 변할 때 재흡수되어 지표면으로 되돌아온다. 잠열이 이동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에너지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기존 학계에서는 잠열의 이동은 해당 지역의 현열만을 변화시킬 뿐 지구 전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고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수증기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과 함께 온실가스로 분류된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지구에 도달한 태양복사(solar radiation) 즉 태양이 방출하는 열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 중에 갇히면서 기온이 올라간다. 수증기로 증발되는 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온도가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드러난 현열과 숨은 잠열 모두 조사해야

지금까지는 현열이 이동해서 기온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에만 관심을 가졌다. 지표면의 현열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대기의 온도분포가 달라지고 구름의 밀도와 모양도 달라진다는 식이다. 물질 내에 숨어 있는 잠열의 이동에 대해서는 대규모 연구가 진행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잠열과 현열의 전환을 계산하는 기후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제작해 지구 전체 차원의 에너지 흐름을 추적했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잠열이 낮은 고도에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촉진시켜 결국 태양복사가 반사되는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증발냉각은 지역적인 현상이지만 저고도 구름이 늘어나면 더 넓은 장소의 온도가 낮아질 것이고 지구 전체의 기온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 잠열의 이동으로 인해 낮은 고도에서의 구름 생성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프
지표면의 현열이 공기 속으로 이동하면 대기권 상층부에서 구름이 생성되는데 여기서 반사되는 태양복사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에 잠열의 이동으로 인해 대기권 하층부의 낮은 고도에서 구름이 생성되면 더 많은 양의 태양복사가 우주로 반사되어 지표면 온도가 떨어진다. 현열뿐만 아니라 잠열의 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잠열의 이동과 흐름 현상은 경작지보다 숲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나무는 작물에 비해 땅 속 깊은 곳까지 뿌리가 뻗어 있고 잎 면적이 넓기 때문에 더 많은 물을 빨아들여 대기 중으로 증발시키기 때문이다. 숲을 초지나 경작지로 바꾸면 증발되는 물의 양도 줄어든다. 도시가 생기면서 포장도로가 늘어나도 증발현상은 둔화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역사적으로 숲을 파괴하던 시기마다 제곱미터당 0.5와트 가량의 잠열이 지표면에서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 지역이나 계절에 따라 20와트까지 줄어든 사례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숲이나 호수가 많아져 수분 증발량이 늘어날수록 지구 전체의 온도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제곱미터당 각각 1와트의 현열과 잠열이 이동하면 지표면 온도는 절대온도로 0.5~0.6K 가량 낮아진다는 것이다.

▲ 논문에 참여한 카네기연구소의 켄 칼데이라 연구원 ⓒCarnegie
그러므로 잠열과 수증기의 이동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지구 전체의 기후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연구에 참여한 켄 칼데이라(Ken Caldeira) 박사는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도심 속 숲이나 공원이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온도를 낮춰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잠열의 이동을 거시적으로 바라봐야만 지구 전체의 기후체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물주전자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낮은 고도의 구름을 만들어 기온을 낮출 수도 있지만, 물을 끓이느라 가스나 석탄을 사용한다면 냉각효과가 소용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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