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졸음이 오고 나른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현상을 춘곤증(春困症)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뜨거운 여름날에도 낮에 졸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중해의 스페인이나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같이 더운 나라에서는 시에스타(siesta)라고 하여 오후에 낮잠을 자는 시간을 가진다.

낮잠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돼

여름에 짧게 15분이나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은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것은 몸을 더 덥게 만들고 밤의 수면패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넬대학병원의 인체시간생물학연구소의 머피(Patricia Murphy)와 캠벨(Scott Campbell)소장은 낮잠이 오후에 하는 활동의 증진에 도움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신체나 정신을 연구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이 어떠한지 테스트했다. 실험참가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연결하고 손목에 감지기를 설치한 후 몇 번의 세션으로 나누어, 잠들었을 때와 깨어있을 때의 상태를 기록했다. 또한 낮잠을 잔 후와 낮잠을 잔 다음날 산수 계산을 하게 하고, 반응시간 테스트 등을 실시했다. 흥미롭게도 낮잠을 안 잤을 경우와 비교해, 낮잠을 잔 직후나 그 다음날 인지적 수행능력이 향상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하버드의과대학 정신의학과의 수면과 인지 센터의 매튜 터커(Matthew A. Tucker)박사에 의하면 낮잠을 잘 때의 45분 정도의 비 렘수면¹은 사람들의 서술 기억(declarative memory)에 도움을 준다. 서술 기억은 무엇을 했고, 무슨 기사를 읽었고, 무엇을 먹었는지와 같이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는 ‘무엇(what)’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터커 박사는 33명의 실험대상자에게 서술 기억에 관한 훈련을 한 후, 16명은 낮잠을 자게하고 17명은 깨어있게 했다. 연구 결과 낮잠을 잔 경우가 기억을 더 잘했으며, 특히 훈련을 한 기억에 대해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낮잠을 자는 동안 혈압이 낮아진다

‘낮잠 자는 동안의 심장 혈관변화’라는 주제로 연구한 영국 연구팀은 응용생리학지에 시에스타와 심각한 심장 마비의 발생은 역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전에 낮잠이 심장 마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와 상반되는 결론이다.

최근에 그리스에서는 23,00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시에스타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정기적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7%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고, 가끔 낮잠 자는 사람은 낮잠을 안자는 사람보다 12% 낮다고 밝혔다.

낮잠이 왜 심혈관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밤에 잠들 때, 혈압과 심장박수는 감소한다. 몇몇 연구자들은 낮아진 혈압이 심장의 긴장을 낮춰주고 이것이 갑작스런 심장마비의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예상한다.

평소에 낮잠을 안자는 9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낮잠과 휴식을 비교한 연구가 진행됐다. 실험대상자들은 한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팀, 서서 휴식을 취하는 팀,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팀으로 나뉘었으며 각 사람의 혈압, 심장 박동을 측정하고 혈관의 팽창을 확인하기 위해 팔뚝의 피부 혈관의 전도성도 측정했다.

혈압은 낮잠을 자는 실험대상자들의 경우에만 낮아졌으며, 특히 불을 끈 후 잠들기 직전에 낮아졌다. 즉, 꾸준히 낮잠을 자는 사람이 혈압이 낮아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아졌다는 것. 하지만 또 다른 연구들에 의하면 밤에 자고나면 혈압은 결국 다시 상승하기 때문에 심장관련 사망은 아침에 많다고도 한다.

낮잠에 있어서도 과유불급이 적용된다. 밤잠을 설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낮잠을 많이 잤기 때문. 낮잠을 너무 많이 자면 기존의 수면패턴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이제 곧 다가올 한여름에는 열대야 현상과 모기 때문에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의 낮잠이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