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로 가득한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피로를 풀고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 이용되는 사우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헌데 여러 종류의 사우나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드는 의문이 있다. 분명 사우나 내부의 온도를 표시하는 온도계 수치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실제 들어가 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2배나 더 높은 온도의 사우나가 덜 덥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알고 있듯이 이는 사우나의 방식인 건식과 습식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증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습식 사우나는 온도가 낮아도 습도가 낮은 건식 사우나에 비해 더욱 덥게 느껴진다. 이렇게 실제 온도와 인체가 느끼는 온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체감온도 때문이다.
체감온도는 실제 외부 온도와는 달리 인체가 감지하는 온도를 말한다. 이는 비단 사우나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기예보 뉴스에서도 “내일의 최고기온은 ○○℃이며 체감온도는 ○○℃입니다”와 같은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신체는 실제온도보다 체감온도에 따라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체감온도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체감온도는 추위나 더위가 심해지는 겨울 및 여름에 더욱 중요시된다.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가 더욱 높거나 낮은 경우, 이에 대처하지 못해 신체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체감온도는 이처럼 중요한 것이지만 실제 기온보다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는 체감온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정확한 수치로써 객관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기온도 수시로 변화하는데 체감온도는 여기에 각종 환경들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바람 및 습도에 따라 달라지는 체감온도기상청에는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공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실제 기온과 지상 10m 지점에서의 풍속으로 결정하게 된다.
바람은 체감온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여름 선풍기를 켜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는 확실히 낮아지며 겨울엔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일 수록 더욱 춥게 느껴진다.
이는 바람이 피부의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함으로써 신체에서 뺏기는 기화열이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바람 자체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체온은 평균 36.5℃인데, 이때문에 일반적으로 신체 주변의 공기는 약간 데워져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헌데 바람이 불어 이 데워진 공기를 날려 버리고 일반적인 공간에 있던 공기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에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이는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체감온도를 풍속으로만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풍속 외에도 체감온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여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습도다. 인체는 더위를 느끼면 땀을 배출하고 이를 증발하게 함으로써 기화열을 방출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습도가 높다는 것은 주변 공기에 수분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때문에 땀의 증발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땀은 흐르지만 증발이 되지 않아 찝찝한 느낌이 들고 체감온도도 낮아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공기에 비해 수분의 열전도율이 높은 것도 습기가 많은 곳에서 체감온도가 높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요즘같은 경우 실제 기온은 그다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마의 영향으로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높게 나타난다. 이처럼 습도가 높은 날엔 평상시보다 쉽게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이를 두고 “불쾌지수가 높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불쾌지수도 체감온도와 관계가 있다. 실제 불쾌지수를 계산할 때, 습도 측정 시 사용되는 건습구 온도계의 건구온도와 습구온도를 이용하게 된다. 즉, 불쾌지수가 바로 습도에 의한 체감온도를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의복이나 개인의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져의복 또한 체감온도를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옷의 재질이나 형태, 옷을 입는 방법 등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진다. 고유가시대에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넥타이 풀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가 2~3℃정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냉방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 또한 긴 바지 대신 반바지를 입거나 와이셔츠의 윗 단추를 푸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는 낮아진다.
또한 나일론과 같은 재질의 의복보다 통풍이 잘되는 면이나 모시 재질의 의복을 입을 경우에도 체감온도는 낮아진다. 어두운 옷은 밝은 옷에 비해 더 많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흰색 계통의 옷을 입는 것이 체감온도를 낮춰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체감온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태양의 일사량이나 거주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심지어는 개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흥분하거나 긴장했을 경우 체감온도는 더 높아진다. 또한 신체의 이상 여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체감온도 효율적으로 조절해 에너지 절약
이렇게 기상현상 혹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체감온도에 대해 잘 알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더위나 추위를 이겨내는데 유용하다. 장마철처럼 집안 내부의 습도가 높은 경우 짧은 시간 보일러를 약하게 가동해 습도를 낮춰주면 체감온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찝찝함도 줄어들어 비교적 쾌적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통풍에 신경을 쓰고 의복의 형태 및 입는 방법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체감온도를 조절해 냉·난방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러 기업에서 직장인들에게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게 하거나 반바지, 샌들 등의 자유롭고 시원한 차림의 의복을 허용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함과 동시에 업무효율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체감온도를 낮추면 에어컨의 냉방온도를 더 높게 설정해도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게 되는데, 에어컨의 냉방온도를 1℃만 올려도 약 7%의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냉방기기의 사용으로 여름철의 전력소비량은 매우 높은데다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절약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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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7-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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