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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승아 객원기자
2011-06-22

SNS 사칭,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내 사이버 범죄 대응의 한계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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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모씨(23,여)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세계적으로 약 7억 명에 육박하는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라고 알려진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이 씨를 사칭한 것. 이 씨의 이름과 사진을 이용해 사칭 후 그녀의 기존 계정에 추가된 친구들에게 새로운 계정을 만든 것처럼 접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다행히 이를 이상하다고 느낀 주위 사람들의 연락으로 사칭 계정을 페이스북 사이트 내부 보호 서비스에 신고했고, 이 사칭 계정은 현재 일시 정지 상태다.

SNS 사칭 범죄, 어떻게 된 일?

유명인도 아닌 이 씨가 사이버 사칭 범죄에 노출된 이유는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시작된 SNS로 국내 사이트에서 행하는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 누구든 메일 주소만 있으면 타인의 이름으로 가입하여 사칭이 가능하다. 지난 해 9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칭 페이스북이 등장했던 사건은 물론, 유명인을 사칭한 사이버 범죄는 이미 도를 지나친 상태다.


페이스북은 실명 인증 없이 가입하는 사이트이므로 접속한 IP 주소를 찾는 것만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며칠 동안 이어지는 사칭 계정의 활동에 지친 이 씨는 이를 알기 위해 지역 경찰서 사이버 수사팀을 찾았다. 들은 대답은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것. 범인이 이 계정에 접속한 IP주소를 알아내려면 판사의 영장 발부가 필요하고, 이를 해당 업체의 본사에 보내서 IP 주소를 받아내야 찾을 수 있단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현재까지 국내 지사가 사실상 없는 상태이므로 접속 서버가 미국에 있어 미국 본사에 관련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미국 FBI의 공조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며, FBI의 사이버 범죄 수사의 경우 ‘테러 수준’이 아니라면 응하지 않는다는 것. 경찰서의 사이버 수사팀은 물론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본부에서도 이같은 복잡한 절차로 인해 성행하는 SNS 범죄에 대한 처벌을 못하는 상황이다. 사칭 범죄의 경우 이용자가 보안에 신경을 쓰더라도 막을 수 없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만 있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명 인증을 하는 국내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경찰서 소속의 사이버 수사팀에서 범인을 잡는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며, 이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수사팀에서 손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해킹 및 사칭으로 메신저를 통하여 돈을 요구하는 흔한 범죄에도 앞서 언급한 ‘판사 영장 발부 → 업체에 공문 송신 → IP 정보 수신’ 의 과정을 거치기 전에는 IP 주소를 확인할 길이 없다.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4일. IP주소 또한 정보 보안문제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을 잡는 일은 사실 상 어렵다.

수사팀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해외 서버 기반 SNS는 물론이며 국내 지사가 있는 구글, 야후 등도 경찰 측에서 IP 정보 관련 컨택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 최종적으로 범인을 추적해도 IP 정보를 조작한 경우에는 잡을 수 없다”고 답했다.

국내 사이버 범죄 대응의 한계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대답은 “페이스북이 어떤 시스템인 지 모른다”는 수사팀의 대응이었다. 급증하는 SNS 범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어떤 것인 지, 심지어 실명 인증이 없이 ‘어떻게’ 가입을 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이버 수사팀이 경찰서에 있다는 사실이 피해자로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유명인의 경우 사칭 에 대한 해명이 쉽게 가능하지만 이 씨의 경우 일반인이고, 사칭 계정과 소통한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하고 해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 더불어 “범죄에 대응할 도구가 없다는 것은 피해자로서는 견디기 힘들다”고 답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현재로써는 ‘없다’. 한국 법인 설립 계획이 없다는 트위터, 서울지방법원 상업등기소에 법인 등록을 완료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고객과 경찰이 접촉할 수 있는 어떤 경로도 마련되지 않아 사실 상 국내 지사가 없는 페이스북. 게다가 지나치게 복잡한 사이버 범죄 대응 절차까지 더해져 SNS는 범죄 무방비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SNS 이용자 수가 급증한 데에는 확실히 스마트폰의 대대적인 보급이 큰 발판이 되었다. 더불어 범죄의 가능성과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수사의 수준은 10년 전에 머무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경찰이 범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고 절차를 간단하게 하는 일, 또 최신 사이버 범죄의 트랜드를 읽을 줄 아는 전문가가 사이버 수사팀에 속해야 범죄 예방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승아 객원기자
himeru67@hanyang.ac.kr
저작권자 2011-06-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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