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5-24

여자들은 왜 키 큰 남자를 좋아할까 직립자세 진화에 따른 생존경쟁 선택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사람은 왜 직립으로 걸어 다니는 것일까. 찰스 다윈은 우리의 조상이 직립을 함으로써 손으로 무기와 도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다윈 이후 과학자들은 직립보행으로 음식물 전달, 에너지 절약, 효율적인 뜀박질이 가능해졌다고 제안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인원들은 자주 싸우며 또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직립자세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과학자들이 ‘인류의 조상이 유인원들처럼 폭력적일 것’이라는 가설에 공통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타대 생물학과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는 “학계에서는 인간이 폭력적인 종이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평화로운 존재라는 믿음은 우리가 꿈꾸는 희망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남성과 인류의 유인원 사촌인 수컷 침팬지, 고릴라 그리고 오랑우탄은 각기 서로의 영역과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자주 싸웠다.

왜 직립자세로 진화했을까

인간의 직립자세로의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이론은 이동성의 장점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즉 보행과 달리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립자세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리어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직립자세는 운동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리어 교수는 “만약 당신이 땅 위를 이동하는 침팬지나 고릴라 타입의 조상이라면 직립 보행은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립보행은 에너지를 보다 많이 소비하며 속도를 더 내는 것과 속도를 낮추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또한 민첩성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비용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캐리어 연구팀에 따르면 모든 측면에서 4발에서 2발로 걸어 다니는 것은 운동성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직립보행으로 진화에 따른 선택적 이득은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침팬지와 고릴라를 포함해 거의 모든 포유동물은 땅 위에서 달리거나 장거리를 이동할 때 4개의 다리를 이용한다. 반면 4발 동물들은 싸움을 할 경우 서 있는 자세에서 앞다리를 이용한다. 사자, 늑대, 곰, 말, 토끼, 설치류에서 영장류까지 이러한 현상은 거의 예외가 없다.

캐리어 교수는 4발 동물이 앞다리를 싸움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앞다리로 걷거나 달리는 것에 대한 부산물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동물들이 수평적인 자세로 달릴 때 앞다리는 땅을 내리친다. 몸을 일으켜 수직형태로 자세를 바꾸면 동물들은 앞다리로 땅을 내려쳤던 것과 동일한 힘을 상대방에게 가할 수 있다.

4발 동물은 앞다리를 앞으로 향하는 것보다 뒤로 더 강하게 당긴다. 이는 뒷다리로 일어섰을 때 앞다리를 이용해 강력하게 아랫방향으로의 강타를 날릴 수 있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은 동물들이 2개의 다리로 섰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배우자 선택을 위한 폭력성과 직립자세

캐리어 교수는 동물들이 4발을 모두 땅에 닿는 수평적인 자세보다 똑바로 서있을 때 그들의 앞다리를 보다 강하게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윗 방향으로 앞다리를 휘두르는 것보다 아랫 방향으로 휘둘렀을 때 더 큰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캐리어 연구팀은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결과는 캐리어 교수의 예상과 일치했다. 남성의 펀치는 그들이 손과 무릎을 땅에 댄 자세에서보다 선 자세에서 쳤을때 사이드 방향, 정면 방향, 아랫방향, 윗 방향 모두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손 두 발 모두 땅에 댄 자세보다 두 발로 선 자세일 때 사이드 방향 펀치의 경우 64%, 정면 펀치 48%, 아랫 방향 펀치 44%, 윗 방향 펀치 48% 더 힘을 사용한 것으로 측정됐다. 손과 무릎을 모두 땅에 댄 자세와 두 발로 선 자세 모두에서 실험참가자들은 윗 방향으로 펀치를 날리는 것보다 아랫방향으로 펀치를 날릴 때 3.3배 이상의 힘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리어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인류의 조상이 직립자세로 진화했으며, 이를 통해 남성들이 여성을 얻기 위해 다른 남성과 더 잘 싸우게 됐다는 가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발로 서있는 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앞다리의 힘을 보다 더 위협적인 강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줬다”고 덧붙였다.

‘배우자를 얻기 위한 싸움과 폭력성이 4발로 기어 다니는 것에서 2발로 직립보행으로 변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캐리어 연구팀은 직립자세에서 싸우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물리적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남성 권투선수와 마샬아츠 종사자를 대상으로 이들이 정면, 사이드 방향, 윗 방향, 아랫방향으로 펀치를 날릴 때 펀치의 힘의 크기를 측정했다. 펀칭 백에는 각각의 방향의 펀치의 크기를 측정하는 있는 센서가 부착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손과 무릎을 땅에 댄 자세와 직립 자세 모두에서 4개의 방향 각각 모두 그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힘으로 목표물을 쳤다.

캐리어 연구팀의 연구는 인류의 직립자세 진화를 주목적으로 연구했지만, 여성이 어떻게 배우자를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직립자세는 왜 여성들이 키가 큰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큰 키는 건강, 사회적 우월성, 균형 잡힌 얼굴, 지능과 연관돼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근거로 일부의 과학자들은 “여성들은 키 큰 남성은 우월한 유전자를 갖고 있고 이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키 큰 남성을 선호한다”며 주장했다.

캐리어 교수는 “만약 이러한 주장이 옳다면 똑같은 원리가 남성들에게도 적용돼야 옳다”고 말했다. 즉 남성들도 키가 큰 여성들에게 끌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반드시 키 큰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남성들은 평균적인 키나 자신보다 작은 여성들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들이 키 큰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 조상들 중에서 키가 큰 남성들이 그들의 자원과 배우자 그리고 자손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남성이 윗 방향으로 펀치를 날리는 것보다 아랫 방향으로 펀치를 날릴 때 더 큰 힘을 쓸 수 있다면 키가 큰 것은 싸울 때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키 큰 남성이 위에서 아래로 상대방을 내리치는 것이 싸움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팀은 여성들이 싸움을 좋아하고 입이 거친 남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립자세로 진화하면서 그에 따른 부산물로 여성들이 키 큰 남성을 선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랫 방향 강펀치, 키 큰 남자 배우자-자녀 보호에 유리

캐리어 교수는 “성 선택 이론에 따르면 여성들은 강력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는 강한 남성이 싸움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강한 남성이 다른 남성으로부터 자신과 아이들을 잘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이 각종 무기가 발달한 시대에서 육체적 힘은 싸움에서 별 영향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총이 흔한 무기가 된 것이 15세대도 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현대 여성들이 여전히 그들의 배우자가 싸움에서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지에 남성의 육체적 특질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5-24 ⓒ ScienceTimes

태그(Tag)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