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한 과학계의 견해는 크게 두 편으로 나뉜다. 인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전 세계로 퍼졌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류 조상이 나타나 이들 전체가 현생 인류를 이뤘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프리카 기원설 vs 다지역 기원설
지난 2008년 과학저널 네이처(Natrue)는 인류 DNA분석을 통해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전 세계 29개 인류 집단별로 485명의 DNA를 채취해 50만개의 DNA표지를 상호 비교한 결과 인류 집단 간 관계와 고대 이주 경로가 밝혀졌다. 네이처에 따르면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발원했으며 이후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지나 태평양의 여러 섬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산했다.
이를 반박하는 것이 지난 2007년 중국 창장 유역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이다. 이 화석이 240만년 전 인류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다지역 기원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지역 기원설 학자들은 고대 인류가 각 지역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하며 점전적으로 합쳐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현생 인류의 언어의 발생지가 아프리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전 세계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주요한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앳킨슨, “인류 언어의 기원은 아프리카” 주장
오클랜드대 퀀틴 앳킨슨(Quentin Atkinson) 박사는 사이언스 논문을 통해 아프리카가 인류 언어의 기원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의 언어들을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의 구어는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다.
앳킨슨 박사는 오늘날 504개의 언어에서 사용되는 음소를 연구했다. 음소는 뜻을 구별하는 최소 음성 단위이다. 연구팀은 음소의 숫자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았으며 아프리카에서 지리적으로 멀어질수록 음소의 수가 감소함을 발견했다.
가장 적은 음소는 남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의 열대 섬에서 발견됐다. 이러한 패턴은 ‘연속 창시자 효과(serial founder effect)’이론에 잘 부합한다. 창시자 효과는 인구 유전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원래 개체군으로부터 작은 단위의 개체가 확산돼나갈 때 지속적으로 다양성을 잃는다는 이론이다.
앳킨슨 박사는 “음소의 이러한 패턴은 인간 유전학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인간 유전학의 다양성도 아프리카에서부터 다른 식민지로 확장되면서 감소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경우 가장 최근에 식민화된 지역의 언어는 적은 음소와 그 지역의 언어를 포함한다. 반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대부분의 음소를 사용한다.
연구팀은 “음소 사용의 감소는 인구통계학이나 다른 지역적인 요소로 설명될 수 없으며 현생 인류 언어의 기원지가 아프리카라는 점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 사이에서 유전학과 언어학 모두는 느리면서도 평행하게 진화했다”고 덧붙였다.
앳킨슨 박사의 논문은 “약 5만 년 전 현생인류가 동굴 예술과 뼈 조형물을 창조하고 정교한 사냥 도구를 개발하는 등 비약적인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추상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복잡한 언어 사용과 연관이 있다”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앳킨슨 박사의 연구에는 물론 한계도 있다. 유전자는 많은 세대에 걸쳐 느리게 변하지만 언어인 음소의 다양성은 한 개체군에서도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라는 거리 개념을 적용해 다양성을 설명하는 것은 음소 다양성 변이의 19%만을 설명해준다.
거리 개념을 적용한 유전적 다양성은 85%까지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앳킨슨 박사팀은 19%라는 수치만으로도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그레이 연구팀, 언어의 보편성 반박
오클랜드대 러셀 그레이(Russel Gray), 사이몬 그린힐(Simon Greenhhill) 연구팀은 인간의 뇌가 언어에 대한 보편적인 법칙을 만들었다는 보편성 이론을 반박하고 “언어는 언어 자신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연구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그레이 박사팀은 동사의 순서와 4개의 언어계통에서 명사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지만 이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핀란드어는 복잡한 방식으로 합성어를 만들지만 만다린 중국어는 간단하고 짧다. 어떤 언어는 동사를 문장에 맨 앞에 놓지만 어떤 언어는 중간에 또 어떤 언어는 맨 마지막에 놓는다.
대다수의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언어에는 보편적인 논리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를테면 문법 구조를 뒷받침하는 공통의 인지적 요인이다. 저명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와 조셉 그린버그가 이런 보편성 이론의 대가들이다.
촘스키와 그린버그, 보편성 이론 지지
촘스키는 어린아이들의 놀라운 언어습득 능력에 대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뇌의 특정 영역이 언어에 특화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모국어의 문법적 원리를 보편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법칙들이 문화를 통해 재정립될 때 언어는 변화하고 진화한다고 추정했다.
그린버그 박사는 어순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가정문은 결과문에 선행한다. 예를 들어 “만약 오늘 비가 온다면 나는 우산을 가져갈 것이다”와 같이 가정문이 먼저 오고 이후에 결과문이 나온다. 그린버그 박사는 언어의 이러한 보편성은 인간 인지의 기본원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진화생물학으로부터 차용한 컴퓨터 분석법을 통해 어순 진화의 글로벌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언어의 보편적인 패턴이 어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언어는 그 자신만의 진화적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그린버그가 예측했던 어순의 보편성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계통에서도 서로 달랐다.
각각의 언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
각각의 언어 계통의 문법 구조는 다른 계통의 문법구조와 달랐다. 각각의 언어 계통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했다. 때문에 언어가 보편적인 인지 요소에 지배받는다는 가설을 지지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언어학자 마틴 하스펠마스는 그레이 박사의 연구에 동의하면서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문법적 특성과 종속성은 계통 특이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스펠마스 박사는 “언어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는 것보다 언어에서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적 진화가 언어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지라도 인지적 요인이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전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기원설 vs 다지역 기원설
이를 반박하는 것이 지난 2007년 중국 창장 유역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이다. 이 화석이 240만년 전 인류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다지역 기원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지역 기원설 학자들은 고대 인류가 각 지역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하며 점전적으로 합쳐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현생 인류의 언어의 발생지가 아프리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전 세계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주요한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앳킨슨, “인류 언어의 기원은 아프리카” 주장
오클랜드대 퀀틴 앳킨슨(Quentin Atkinson) 박사는 사이언스 논문을 통해 아프리카가 인류 언어의 기원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의 언어들을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의 구어는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다.
앳킨슨 박사는 오늘날 504개의 언어에서 사용되는 음소를 연구했다. 음소는 뜻을 구별하는 최소 음성 단위이다. 연구팀은 음소의 숫자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았으며 아프리카에서 지리적으로 멀어질수록 음소의 수가 감소함을 발견했다.
가장 적은 음소는 남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의 열대 섬에서 발견됐다. 이러한 패턴은 ‘연속 창시자 효과(serial founder effect)’이론에 잘 부합한다. 창시자 효과는 인구 유전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원래 개체군으로부터 작은 단위의 개체가 확산돼나갈 때 지속적으로 다양성을 잃는다는 이론이다.
앳킨슨 박사는 “음소의 이러한 패턴은 인간 유전학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인간 유전학의 다양성도 아프리카에서부터 다른 식민지로 확장되면서 감소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경우 가장 최근에 식민화된 지역의 언어는 적은 음소와 그 지역의 언어를 포함한다. 반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대부분의 음소를 사용한다.
연구팀은 “음소 사용의 감소는 인구통계학이나 다른 지역적인 요소로 설명될 수 없으며 현생 인류 언어의 기원지가 아프리카라는 점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 사이에서 유전학과 언어학 모두는 느리면서도 평행하게 진화했다”고 덧붙였다.
앳킨슨 박사의 논문은 “약 5만 년 전 현생인류가 동굴 예술과 뼈 조형물을 창조하고 정교한 사냥 도구를 개발하는 등 비약적인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추상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복잡한 언어 사용과 연관이 있다”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앳킨슨 박사의 연구에는 물론 한계도 있다. 유전자는 많은 세대에 걸쳐 느리게 변하지만 언어인 음소의 다양성은 한 개체군에서도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라는 거리 개념을 적용해 다양성을 설명하는 것은 음소 다양성 변이의 19%만을 설명해준다.
거리 개념을 적용한 유전적 다양성은 85%까지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앳킨슨 박사팀은 19%라는 수치만으로도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그레이 연구팀, 언어의 보편성 반박
그레이 박사팀은 동사의 순서와 4개의 언어계통에서 명사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지만 이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핀란드어는 복잡한 방식으로 합성어를 만들지만 만다린 중국어는 간단하고 짧다. 어떤 언어는 동사를 문장에 맨 앞에 놓지만 어떤 언어는 중간에 또 어떤 언어는 맨 마지막에 놓는다.
대다수의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언어에는 보편적인 논리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를테면 문법 구조를 뒷받침하는 공통의 인지적 요인이다. 저명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와 조셉 그린버그가 이런 보편성 이론의 대가들이다.
촘스키와 그린버그, 보편성 이론 지지
촘스키는 어린아이들의 놀라운 언어습득 능력에 대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뇌의 특정 영역이 언어에 특화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모국어의 문법적 원리를 보편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법칙들이 문화를 통해 재정립될 때 언어는 변화하고 진화한다고 추정했다.
그린버그 박사는 어순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가정문은 결과문에 선행한다. 예를 들어 “만약 오늘 비가 온다면 나는 우산을 가져갈 것이다”와 같이 가정문이 먼저 오고 이후에 결과문이 나온다. 그린버그 박사는 언어의 이러한 보편성은 인간 인지의 기본원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진화생물학으로부터 차용한 컴퓨터 분석법을 통해 어순 진화의 글로벌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언어의 보편적인 패턴이 어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언어는 그 자신만의 진화적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그린버그가 예측했던 어순의 보편성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계통에서도 서로 달랐다.
각각의 언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
각각의 언어 계통의 문법 구조는 다른 계통의 문법구조와 달랐다. 각각의 언어 계통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했다. 때문에 언어가 보편적인 인지 요소에 지배받는다는 가설을 지지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언어학자 마틴 하스펠마스는 그레이 박사의 연구에 동의하면서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문법적 특성과 종속성은 계통 특이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스펠마스 박사는 “언어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는 것보다 언어에서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적 진화가 언어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지라도 인지적 요인이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전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1-04-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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