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복제를 통해 증식, 대표적 무성생식 원생동물로 알려져 있는 아메바가 사실은 양성 생식을 하며 이런 행태는 진화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23일 보도했다.
약 10억년 전에 등장한 지구 역사상 최고(最古)의 생물체 가운데 하나로, `진핵생물'이라고 불리는 아메바는 모양이나 기타 특징이 동물이나 식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동물이나 식물 등 모든 생물의 모든 계보를 통해 퍼지며 발처럼 생긴 세포막 부분이 서서히 뻗어나가는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연구진은 영국 생물학회지 프로시딩스 B.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아메바가 무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는 실험실에서 배양할 때는 대부분의 개체가 양성 간 짝짓기 행위의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을뿐더러 무한 자기 복제를 통해 증식하는 능력도 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메바가 양성 간 짝짓기 행위의 조짐을 보일 때는 과학자들이 이를 예외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메바와 같은 원생동물의 암수 간 행위는 조류나 곤충 같은 고등동물과는 달라 각자의 유전물질을 두 몫으로 똑같이 나누고 이를 새 유기체 안에서 섞는 것인데 이 두 몫은 한 개체에서 나올 수도 있고 다른 개체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런 유전물질은 나누어질 때 일정 과정을 거치며 개체의 DNA 주변에서 작동을 시작하는데 이런 작동 스위치가 새로운 개체에 더 큰 유전자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는 무성생식을 하는 편이 더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언제나 양성생식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빠른 분열은 개체에 당장은 이득을 가져 오지만 대부분은 멸종을 초래하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섹스의 기원을 설명하는 `멀러의 깔축톱'(Muller's Ratchet) 이론에 따르면 무성생식은 궁극적으로는 `패자'의 게임이 된다. 왜냐하면 게놈 안에 오류가 축적돼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자손이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성생식에서는 DNA가 분리되고 재조합되면서 게놈이 섞이는 과정에서 자손들이 이런 오류를 제거할 수 있다.
'델로이드 로티퍼'(bdelloid rotifer)라고 불리는 미세한 담수동물 등 일부 무성생식 동물들은 게놈을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해 멀러의 깔축톱에 끼여 죽는 사태를 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에 대해 아칸소 주립대의 프레드 슈피겔 교수는 "이는 생물학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연구이다. 앞으로 섹스의 역할에 관해 진지하게 가설을 제기하려는 과학자들은 관찰 범위를 보다 넓혀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현존하는 모든 진핵생물의 공동 조상은 양성생식을 했음이 분명하다. 양성생식은 예외없는 규칙"이라고 단언했다.
- (서울=연합뉴스)
- youngnim@yna.co.kr
- 저작권자 2011-03-2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