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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1-03-15

일본 지진, 8.8에서 9.0으로 바뀐 이유 지진 크기의 차이, 리히터 규모 vs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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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본 기상청은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지진의 규모를 당초 발표했던 8.8에서 9.0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46분 혼슈 센다이 동쪽 179㎞ 해역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일본 기상청은 처음에 규모 7.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규모 8.4로 수정한 뒤 곧 이어서 8.8로 수정했다가 이날 다시 지진 규모를 3번째로 수정한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도 일본 동북부 지진이 발생한 당일 지진 규모를 7.9로 밝힌 뒤 8.8로 수정했다가 다시 8.9로 잇따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왜 이처럼 자주 바뀌어 발표되는 것일까.

지진 규모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크기를 말한다. 1935년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가 지진파를 측정해 지진의 에너지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한 이후 사용된 개념으로서, 흔히 ‘리히터 규모’라고 불린다.

따라서 리히터 규모는 지역별로 다르게 느껴지는 상대적인 개념의 ‘진도’와는 달리 지진의 크기를 말하는 절대적인 개념이다. 이런 절대적인 개념의 지진 규모가 처음 발표와는 다르게 자꾸 수정되므로 의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히터 규모를 산출하는 방식을 알고 나면 그 같은 수정 발표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리히터 규모는 S파의 최대 진폭, 주기, 진원의 깊이와 진앙 거리 등을 계산해 산출된다. 그런데 이런 수치는 지진을 측정하는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만약 지구가 아주 균일한 물질로 되어 있다면 같은 수치가 나오겠지만, 지질 조건 등이 지역마다 다르므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지진 발생 후 다른 지역의 관측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정확한 지진의 수치가 나오고, 기상청은 그것을 토대로 리히터 규모에 대한 보정작업을 거친 후 최종적인 값을 산출해낸다. 따라서 리히터 규모를 계속 바꿔 발표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일 뿐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측정한 가장 강한 지진은 1960년 칠레 발디비아 대지진으로서 리히터 규모 9.5였다. 2위는 1964년 미국 알래스카 지진으로서 리히터 규모 9.2, 3위는 쓰나미를 일으켜 22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규모 9.1)이다.

세계 최대 지진으로 기록된 1960년의 칠레 발디비아 대지진 역시 처음엔 규모 8.6으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미국 지질조사국 등에 의해 9.5로 수정됐다.

진도 5에 불과한 도쿄가 쑥밭?

한편 11일 센다이 동쪽 해역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한 뒤 미야기현 쿠리하라시 스키다테에서는 진도 7이 관측되었으며, 센다이시 미야기노구, 센다이 쿠코우, 토요마시 등에서는 진도 6이 관측됐다. 또 진원지에서 400㎞ 떨어진 도쿄에서는 진도 5가 관측됐다.

지진이 발생한 각 지역의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개념인 ‘진도’의 크기는 이처럼 진앙에서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진원에서 출발한 지진파가 땅속을 퍼져가면서 그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같은 규모의 지진이 지하 10㎞에서 발생했을 때와 지하 100㎞ 깊이에서 발생했을 때는 같은 장소라도 진도 차이가 매우 크다. 만약 규모 6의 지진이 도시 한복판의 지하 10㎞ 깊이에서 발생했다면 진도 8(땅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짐) 정도가 측정되는데, 지하 100㎞ 깊이에서 발생했을 경우 진도 3~4(건물이 흔들리고 가벼운 진동만 느낌)가 될 뿐이다.

즉, 지진의 피해를 몸으로 느끼는 일반인들의 삶에서는 진앙으로부터의 거리나 암반, 토양 등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는 진도의 개념이 훨씬 중요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일본 지진에서 발표된 ‘진도’에서도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진앙지에서 400㎞ 떨어진 일본 도쿄의 진도는 5였다. 진도 5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을 느끼고 잠을 자던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며 집 안의 물건들이 떨어지는 수준의 지진이다.

하지만 이번에 도쿄에서는 고속도로가 파괴되고 도쿄타워 상부가 휘었으며, 하네다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 또 철도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도쿄 지하철 전 노선이 중단됐으며, 수많은 가구가 정전되고 휴대전화 등의 통신 장애도 보고되었다. 진도 5의 지진에 도쿄가 왜 이처럼 혼란에 빠졌던 걸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진도 계급과 일본의 진도 계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진도 계급은 일본 기상청(JMA)에서 정한 JMA 진도가 기준이다. JMA 진도는 0에서 7까지 8단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진도 5와 진도 6에 강·약이 따로 있어 실제로는 10단계로 구분된다.

리히터 규모 2.5의 경우 JMA 진도는 0으로서 사람의 몸으로 느낄 수 없고 지진계에만 기록된다. JMA 진도 4가 되면 건물의 흔들림이 심하고 그릇이 물이 넘치는 수준이며, JMA 진도 5가 되면 굴뚝, 돌담. 축대 등이 파손되고 서 있기가 곤란하며 공포를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는 MM 진도 방식 사용

이에 비해 우리나라 및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진도 계급은 ‘수정 메르칼리(Modified Mercalli)’ 진도로서 간단히 ‘MM 진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까지 JMA 진도 계급을 사용했으나 국제 간 표기 혼동을 피하고 지진 관련 연구를 국제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MM 진도 계급을 사용하고 있다.

MM 진도는 1~12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JMA 진도 0은 MM 진도 1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본 도쿄의 JMA 진도 5는 MM 진도 7~8에 해당하는 등급으로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굴뚝과 탑이 무너지기도 하는 지진 등급이었다.

MM 진도와 JMA 진도는 표기할 때 리히터 규모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로마자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상황을 정확하게 말하려면 ‘일본 센다이 동쪽 179㎞ 해역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도쿄에서 JMA 진도 Ⅴ가 관측되었다’고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똑같이 MM 진도 계급을 사용하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지진 발생시 느끼는 정도 및 피해 상황의 차이는 매우 클 수 있다. 건축물의 형태나 소재, 구조 등에 따라 훨씬 심각한 지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건축물 내진 설계 기준이 적용됐으며, 1992년부터는 교량에 대한 내진 설계 기준도 도입됐다. 이 말은 곧 1988년 이전의 건축물과 1992년 이전의 고량에는 내진 설계 기준조차 없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내진 설계 기준은 미국 동부 지역의 설계 기준을 많이 참고하여 MM 진도 6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내진 설계 기준에 맞게 지어졌다고 해도, 이번에 일본에서 기록된 JMA 진도 5~6 등급의 지진에서는 취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1-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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