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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조재형 객원기자
2011-03-10

하늘에 여러 개의 태양이 보인다 햇무리의 특수한 형태, 빙정이 만드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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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신비한 현상이 관측됐다. 대만의 펑후제도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발견된 것. 대만 방송이 이 두 개의 태양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떤 것이 실제 태양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2개 모두 형태가 또렷했고 거의 붙어있다 싶을 정도로 근접해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기이한 현상에 대해 ‘지구 종말의 징조가 아니냐’며 불안에 떨기도 한다. 예로부터 태양이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은  재앙을 불러온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있었다. 1월 28일 오전, 경북 청송군 일대 남쪽 하늘에서 태양의 양 옆에 두 개의 태양형상이 더 나타난 것. 또한 그에 앞서 중국 창춘 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대기 중의 빙정에 빛이 굴절돼 나타나는 현상

이처럼 태양이 두 개 혹은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을 ‘환일현상’이라 한다. 대기 중에 떠있는 얼음 결정인 빙정이 태양 빛을 굴절시켜 실제 태양과 떨어진 곳에 다른 형상을 보이게 하는 현상이다.

대기 중의 작은 얼음조각들이 프리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 이상의 한대지방에선 이 빙정들에 수증기가 들러붙어 성장해 무거워지면 떨어지며 온도가 높아 녹으며 비가, 그대로 떨어지면 눈이 내린다고 알려져 있다.

즉, 고도가 높은 곳에 빙정이 분포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환일현상이 나타나려면 빙정의 존재 외에도 까다로운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시각적으로 관측이 될 만큼의 굴절현상을 일으킬 빙정이 충분해야 한다. 또한 빙정의 고도와 분포 형태도 중요하다. 빙정이 불규칙적이고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다면 여러 개의 태양이 아닌 희미한 빛의 고리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빙정은 수직으로 분포하게 돼 또 다른 태양으로 보이는 형상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태양뿐만 아니라 달에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환월현상’이라 한다. 환일현상과 환월현상은 생소한 듯 싶지만 사실 잘 알려져 있는 햇무리, 달무리 현상의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다.

햇무리의 특수한 형태에 불과

햇무리와 달무리는 얼음 결정이나 대기 중의 수증기로 인해 빛이 굴절, 분산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무지개와 그 형성 원리가 비슷하다. 형태도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이 나타난다. 다만 해당 지역에 고루 퍼져있는 수증기와는 달리 빙정들은 일반적으로 수직적인 분포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태양이 두 개 이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햇무리와 달무리는 기상상태를 예측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유용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태양과 달이 떠있는 주위에 수증기가 다량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저녁 시간 생기는 햇무리는 강우의 예보가 된다. 우리나라는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편서풍대에 속하기 때문에 서쪽으로 지는 해 주변에 수증기가 많다는 것은 곧 비가 올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 햇무리를 나타나게 하는 것은 권층운인데, 이는 해당 지역에 온난전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난 전선의 앞쪽에서는 넓은 지역에 이슬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가 올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 해무리가 관측된 후엔 그 일대의 강수확률이 약 60~70%에 달한다.

자연스런 기상현상, 종말·재앙설은 근거 없는 소문

이처럼 환일현상은 드물지만 자연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관측되는 환일현상을 보고 지구 종말을 운운하거나 재앙이 올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모두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닌데다가 관측이 잘 이뤄지지 않는 지역들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특별한 면도 있다. 환일현상은 보통 기온이 낮은 남극지방과 그 일대에서 관측되며 우리나라나 중국, 대만과 같이 중위도 지방에선 환일현상을 관측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연적인 현상이 연달아 일어났을 수도 있다. 혹은 이 현상들을 최근 들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이상기후의 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만서 나타난 현상은 환일현상 아닐 수도

붉은 태양 두 개가 또렷이 보인 이 현상을 대만 기상관측소 역시 환일현상이라 설명했지만 이견 또한 제시되고 있다. 대만에서 나타난 현상은 일반적인 환일현상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보통 환일현상에 의해 분리된 다른 태양형상들은 쉽게 굴절된 빛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형태가 일그러져 있다. 또렷한 실제 태양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태양이라고 보기에는 불규칙적이고 빛이 분산된 형태를 띠고 있다.

혹은 또 다른 태양이라기보다는 짧고 밝은 무지개로 보이기도 한다. 빛이 굴절돼 분산되는 원리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불규칙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 이는 최근 우리나라 청송과 중국 창춘에서 발견된 현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에서 관측된 영상엔 어떤 것이 실제 태양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두 개 모두 또렷이 나타나있다. 게다가 두 개의 태양이 거의 붙어있다 싶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것 역시 기존에 관측되던 환일현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이 현상을 두고 일부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환일현상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3-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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