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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3-02

충격의 식인 코끼리는 인류가 만든 것? 초식·육식 동물의 차이와 이해할 수 없는 코끼리의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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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21일 다큐멘터리 방송인 애니멀 플래닛(Animal Planet)에 등장한 ‘식인 코끼리’가 그것이다.

덩치는 크지만 온순한 초식동물로 알려진 코끼리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소식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들은 인터넷과 각종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인도는 본래 코끼리를 성스럽게 여겨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도 동부 서벵골의 작은 마을에 야생 코끼리가 자주 출현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협이 돼 왔다. 심지어는 논과 밭 등 삶의 공간을 망치기도 해 골머리를 앓던 주민들은 코끼리를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냥용 총으로 코끼리들을 위협하던 도중 한 마리의 코끼리가 총에 맞아 사살됐다.

충격적인 것은 이 코끼리의 부검결과다. 코끼리의 뱃속에는 소화가 덜 된 사람들의 DNA가 발견됐는데 무려 17명의 것임이 밝혀졌다. 일부 마을사람들은 코끼리의 이와 같은 행동에 대해 “죽은 어미 코끼리의 새끼들이 사람에 의해 살해되고 나서 돌변해 사람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격까진 이해가 가능해도 잡아먹었다는 것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다.

초식과 육식에 특화된 동물들의 신체 구조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그 먹이에 따라 신체 구조가 차이가 난다. 먼저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에 비해 장기가 길다. 단백질로 구성된 고기에 비해 풀은 소화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에 소화가 어려운 풀이 오랜 시간 장기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풀을 뜯은 후 잘게 으깨 소화에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어금니가 매우 발달해 있기도 하다.

반면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에 비해 장기가 매우 짧은데, 이는 섭취한 고기가 뱃속에 오래 머물러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초식동물들이 섭취하는 풀들은 대부분 셀룰로오스로 구성돼 있다. 사람은 이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킬 수 없으며 다른 육식동물이나 초식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초식동물들은 이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기 위해 다른 생물과의 공생관계를 갖는다. 초식동물의 내장 안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이 이 셀룰로오스를 분해시켜 영양소로 만들고 이를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미생물들의 분해과정에서 단백질과 지방 등 식물섭취로만은 얻을 수 없는 영양소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초식동물은 특별히 육식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햄스터나 닭, 비둘기 등 일부 초식동물들은 맹장이 발달해 그 안에 미생물을 번식케 함으로써 소화를 돕게 하기도 한다.

즉, 장기가 길고 미생물이 번식하고 있는 초식동물에게 육식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굶주림 및 스트레스

이런 이유로, 식인 코끼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초식동물로 알려진 하마가 얼룩말을 죽이고 입을 이용해 씹는 듯한 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얼룩말을 잡아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초식동물 사이에서도 생존이나 경쟁 등으로 서로를 해치는 일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한 신체와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며 날카로운 이빨, 강한 턱 구조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식량난이 발생, 굶주린 생물들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음으로써 영양소를 보충하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극에 달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실제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외부와 단절된 채 식량난에 허덕이다 굶어죽은 사람을 먹는 경우도 있고 식인풍습을 가지고 있는 부족들도 발견된다. 야생동물들에 비해 지능이 높고 도덕적 관념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황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혹은 유전적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죽은 시체를 먹거나 동족을 잡아먹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이들이 번식하고 발달해 육식습성을 갖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식인을 저지른 코끼리가 새끼를 잃은 충격 때문에 발생한 정신적 이상이 생겼는지는 확실치 않다. 동물학자인 데이브 살머니는 이 사건에 대해 “이상기후와 폭발적 인구증가로 코끼리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굶주린 코끼리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먹잇감으로 인간을 공격했을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서식지 파괴라는 특수한 상황이 초식을 하며 살아온 코끼리를 육식습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견도 있다. 굶주림이라는 이유 때문에 초식동물이 육식을 감행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벌써 유사한 사례가 많이 발견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막화 또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굶어 죽는 초식동물들은 많다.

코끼리가 인간을 사냥한 원인이 굶주림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이상 때문일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행동이 야생 동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3-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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