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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1-19

결혼의 조건과 임신전 검사 입양 등 선택 폭 확대… 사회적 함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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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 연령과 여성의 초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건강이 결혼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상대 배우자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혈액 검사 정도는 기본으로 요구하는 커플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 피 한 방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 정보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열성 유전병에 대한 정보는 이러한 고급정보 가운데 하나이다. 유전병은 특정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나타나는 질환으로 자손에게도 유전될 수 있는 대물림 질환이다. 인간의 유전자 정보는 2가닥의 DNA에 담겨있다. DNA가 2가닥이라는 말은 한 가닥은 아버지로부터 나머지 한 가닥은 어머니로부터 유전정보를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열성 유전은 2가닥의 DNA 가운데 한 가닥의 DNA가 정상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나머지 한 가닥의 DNA에 열성 유전자가 있더라도 열성 유전자의 특징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열성 유전병은 2가닥의 DNA가 모두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어야 나타나는 유전병이다.

보인자 부부, 열성 유전병 25% 확률로 대물림

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각각 열성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열성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유전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한 가닥 DNA에는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나머지 한 가닥의 DNA에 정상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유전병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어머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열성 유전자는 갖고는 있지만 열성 유전자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을 보인자(carrier)라고 일컫는다.

아버지나 어머니 세대에서는 유전병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보인자 스스로는 자신의 유전자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보인자 커플들이 결혼해 자식을 낳는다면 자식세대에는 유전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르면 같은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보인자 부부는 25%의 확률로 자식세대에서 유전병이 발병한다. 예를 들어 열성 유전병의 하나인 테이삭스병(Tay-Sachs disease)의 보인자인 남성과 여성이 결혼하면 25%의 확률로 자식은 테이삭스병을 반드시 앓게 된다. 테이삭스병은 유아에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생후 1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유전병의 가능성은 잠재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보인자 커플들에 있어 임신 전 검사를 통한 열성 유전병에 대한 정보는 자녀계획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외수정을 통해 건강한 배아를 선별해 자궁에 수정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을 수도 있다. 출산 대신 입양의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미국 뉴멕시코 주 소재 국립 유전체자원연구소 스티븐 킹스모어 연구팀은 최근 400가지 이상의 열성 유전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술을 개발했다. 이 검사기술은 DNA염기서열 분석기술을 적용해 환자의 혈액샘플로부터 생후 1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유전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400가지 열성 유전병 진단키트 개발

400가지 유전병에는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 테이삭스병, 배튼병(Batten disease) 등이 포함된다. 배튼병은 덜 알려진 유전병이지만 눈을 멀게 할 수 있으며 마비, 조기 사망 등을 유발한다. 이들 열성 유전병은 출생 초기에 종종 발병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개별적으로 빈도가 낮지만 종합적으로는 유아 사망 원인의 20%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또한 일반인들도 평균적으로 2~3개의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 때문에 운이 나쁠 경우 자손에게 유전병이 대물림될 수도 있다. 킹스모어 박사는 “이번 연구는 보인자들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고안됐다”면서 “이들의 유전자에 유아에게 치명적인 448가지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테이삭스병의 경우 기존의 검사방법을 통해 거의 완벽하게 근절됐다. 지난 40년 동안 부모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90% 가까이 발병률이 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또는 이로 인해 자신에게 유전병을 전달할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한다. 연구팀은 테이삭스병의 경우처럼 다른 병도 비슷한 수준으로 발병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DNA 염기서열 분석을 기반으로 한 연구팀의 검사기술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문제점은 있다. 알려진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검사는 이미 상용화됐지만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의 정보가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검사비용은 현재 618달러 수준이지만 향후 2년 이내에 500달러 수준으로 비용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 적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FAD승인을 얻기 위한 임상실험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임신전 검사는 태어날 아기가 유전병이 발병할 가능성 미리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몇 가지 사회적 함의를 내포한다. 유전자 검사의 오남용, 검사 가능한 질병의 선정, 우생학 논란 등의 문제이다.

윤리적·법적·사회적 딜레마 고려해야

결혼 상대자 가족이 암 발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정보를 병원에서 빼내 알려 주는 결혼정보회사, 태아의 유전질환 발병 가능성만으로 낙태를 결정하는 부모, 제약회사와 보험회사의 상술에 이용되는 유전정보는 오남용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DailyMail)은 “임신전 검사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했더라도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전검사보다 위험한 우생학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방식의 검사가 한번 도입되면 검사결과를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기본 의무사항이 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검사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오명을 얻을 수 있으며 결혼을 못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과학의 발달로 완벽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믿기를 원한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많은 자녀를 원하지 않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이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한 내가 원하는 아이를 1명만 낳아 기르는 것이다. 이른바 ‘홈메이드 우생학’이다.

때문에 임신전 검사 또는 유전자 검사는 그로 인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딜레마에 대한 고려를 수반한다. 유전자 검사는 커플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보조적인 역할이지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검사는 건강한 아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의 아이가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을 줄여줄 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시투룰린형증(Citrullinemia)등 76종의 유전병을 새로이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진환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에 따라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질환은 기존의 테이삭스병, 낭성섬유증 등 63종에 추가해 총 139종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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