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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임동욱 기자
2011-01-13

2010년의 자연재해는 ‘기후변화’가 원인 총 950건의 재해로 경제 피해만 150조원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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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자연재해로 얼룩진 한 해였다. 연초의 아이티 대지진에 이어 2월에는 칠레 대지진, 3월 유럽 폭풍우, 4월 중국 대지진 등 한 해 내내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보고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독일의 유명 보험사인 뮌헨레(Munich RE) 그룹이 지난 3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해 평년 대비 훨씬 큰 규모의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대부분은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기상이변이 차지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큰 재해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발생한 총 950건의 자연재해 중 기상이변에 관련된 사건은 90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자연재해 발생건수 중 두 번째를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평균 발생회수인 785건을 훨씬 상회하는 기록이다. 자연재해로 지난해 발생한 총 피해액은 1천300억달러(한화 약 150조원)로 추정되며, 이 중 370억달러(한화 약 40조원)가 보험급으로 지급됐다.

아이티, 칠레, 중국 등지에서 대지진 잇따라

지난해 1월 12일,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의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아이티에 리히터 규모 7.3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지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어서 피해가 컸다. 사망자가 22만명에 달했고 전 인구의 3분의1이 이재민 신세가 되었다. 아이티는 소득수준이 지난해 기준으로 5백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어서 보험급 지급액은 많지 않았지만 인적 피해가 막심하다. 2천5백만톤에 달하는 건물 잔해를 치우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릴 지경이라 국제기구들의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재민이 밀집한 임시 주거지역은 위생시설이 열악해 전염병이 창궐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콜레라는 11만건 이상의 감염으로 2천5백명이 넘게 사망했다. 과학자들은 유엔평화유지군 자격으로 입국한 네팔 군인들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적하고 있어서 이재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어 2월 27일에는 남미의 칠레 연안에서 진도 8.8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아이티 지진보다 5백배나 더 강력한 규모다. 지진으로 인해 해안에는 쓰나미가 발생했고 지구의 자전축이 8센티미터나 이동해 하루의 길이가 100만분의 1초 정도 단축되기도 했다. 칠레는 연간 200만건의 지진이 발생하는 곳으로 내진설계가 법률로 의무화되어 있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 규모는 80억 달러(한화 약 9조원)로 지난해 자연재해로 전 세계에서 지급된 보험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4월에는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칭하이고원에서 7.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1천400명 이상의 사망자와 1만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현장을 방문해서 위로했지만, 티베트 지역 주민들과 중국 정부 간의 오랜 불화로 인해 승려와 군인들이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2008년 대지진이 일어났던 쓰촨지역 인근에 위치한 칭하이고원은 지각의 불안정으로 인해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그러나 1900년 이래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지진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인도네시아 하늘 뒤덮은 화산재

지난해 4월 14일, 북유럽의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해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유럽 지역을 뒤덮었다. 이로 인해 9.11 테러 이후 최악의 항공대란이 발생했고, 유럽의 항공기와 승객들은 공항에 발이 묶인 채 1주일 이상을 보내기도 했다. 북미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닿은 곳에 위치한 아이슬란드 지역은 활화산이 30여개에 달하며, 지난해 폭발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140년을 주기로 화산재를 분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월 26일에는 인도네시아의 머라피 화산이 폭발해 마을주민 273명이 희생되고 40만명이 대피했다. 화산재 인근 지역은 토양이 비옥해 농경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앞서 25일에는 남쪽 해역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지역은 유라시아판, 인도판, 호주판 등 3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경계부이며 최근 5년 동안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88건이나 발생한 곳이다.

홍수, 가뭄, 대화재, 산사태 등 잇따라

지난해 2월 26일에서 3월 1일까지 폭풍우 신시아(Xynthia)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프랑스에서만 5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포르투갈 연안에서 발생한 신시아는 스페인, 프랑스를 지나 북상하면서 벨기에와 독일을 통과해 동부유럽에까지 영향을 끼쳤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7월에는 ‘느린 쓰나미’라 불리는 최악의 홍수가 파키스탄을 엎쳤다. 5만제곱미터가 물에 잠겼고 200만헥타르의 농지가 피해를 입었다. 11월 초까지도 7백만명이 집 없이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몇 주간 지속된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95억 달러(한화 약 11조원)에 달했다. 파키스탄의 국가 경제가 휘청일 만큼의 많은 액수다.

8월 31일에 중국 당국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5월부터의 여름 기간 동안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4천200명에 달하며 200만채의 가옥이 파괴되었고 500만채가 물에 잠겼다. 양쯔강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건설된 산샤댐의 수위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에는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300여 건의 산불이 합쳐진 대화재가 발생했다. 1백만헥타르가 화염에 휩싸였다. 연기로 인한 피해는 이보다 크다. 모스크바에는 40도가 넘는 더위와 함께 유독가스가 밀어닥치면서 최소 5만6천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이 대피했으며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되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아직 방사능이 남아 있는 지역의 핵시설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러시아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이 외에도 브라질과 중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고, 중앙아시아와 중국은 가뭄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

지난해 보고된 950건의 자연재해 중 365건이 북미대륙에, 310건이 아시아에 집중되었다. 유럽은 120건, 아프리카가 90건, 호주와 오세아니아가 65건을 기록했다. 피해액 규모는 북미와 남미대륙이 전 세계의 3분의2를 차지했고 유럽이 17%를 기록했다. 자연재해는 이제 인명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가져다 주며, 화산재로 인한 항공편 결항 등 간접적인 피해가 커지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토르스텐 예보렉(Torsten Jeworrek) 뮌헨레 그룹 CEO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자연재해”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연재해는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많은 인명 피해가 동반되는 것이 문제점이다. 정밀한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초국가적인 구호체계를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임동욱 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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