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요계 대세는 걸그룹이다. 그 숫자도 많아 각 멤버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한 어린 여가수가 화제가 됐다. 작고 마른 몸을 가진 이 여가수는 체구와는 달리 3단 고음을 내지르며 단숨에 가요계의 디바로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이유이다. 화려하고 섹시한 춤이 아닌 가창력으로 스타가 된 아이유. 어떻게 그는 고음의 노래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발성 제대로 이용해 노래 불러야노래를 부를 때의 발성법은 보통 흉성, 두성, 가성으로 나눌 수 있다.
흉성은 성대를 두껍게 진동시킬 때 나는 소리로 성대가 닿는 면적이 넓어 진동범위가 크고 배음이 풍부해 소리가 강하다. 배음이란 어떤 한 음이 소리 날 때에 귀에 들리는 한 음 이외에 다른 여러 음이 섞여 울린다는 것을 말한다. 두성은 성대의 윗근육만 진동하는 발성법으로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성대를 이루는 근육들이 얇고 길게 늘어난다. 운동범위가 좁아 배음이 적고 소리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성은 가장 높은 음을 낼 때 사용하는 발성법이다.
흉성으로 고음을 내려고 하면 강한 호흡으로 큰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성대가 쉽게 피로해진다. 하지만 반대로 저음부터 두성으로만 내면 고음으로 올라갈 때는 부담이 적지만 음색이나 음의 강도가 떨어지게 된다. 즉 음질을 풍부하게 하고 음악적 표현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는 음의 높이에 따라 적절하게 이를 배치할 줄 알아야 된다고 할 수 있다.
성대 길이가 고음의 차이를 결정하지만 아무리 고음을 멋지게 내질러도 대체적으로 남성의 목소리 높이는 여성보다 낮다. 그리고 아무리 여성이라도 아이유의 고음은 쉽게 따라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음은 목소리의 진동으로 결정되는데 보통 남성 목소리의 진동수는 150~160Hz이고 여성은 240~250Hz이다. 수치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고음을 낼 수 있다.
남녀의 음역이 이렇게 차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성대 길이 때문이다. 변성기 전 성대의 길이는 0.8cm 정도이다. 하지만 변성기를 거치면서 남성은 평균적으로 성대 길이가 1.8~2.4cm까지 자라고 여성은 1.3~1.7cm 정도 성장한다. 사춘기에 변성기를 겪는 남학생들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성대의 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져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성대 길이와 고음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성대 길이가 짧으면 고음 소화가 쉬워진다. 이는 성대를 통과하는 진동수가 적기 때문이다.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고음과 가성이 유리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파리넬리’를 보면 주인공은 변성기 이전에 거세를 당한다. 그 대가로 거세된 남성 소프라노인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변성기 이전에 거세를 하는 이유는 바로 성 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후두와 성대가 자라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거세된 남성이 어른이 되면 성대는 소년의 크기인데 반해 폐와 목구멍인 인두는 성인과 같은 기형적인 발성구조를 갖게 돼 여성과 남성의 음역을 모두 가질 수 있게 된다.
건강은 아름다운 목소리의 중요한 원인고운 목소리는 성대의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의 목소리는 공기의 떨림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성대 양쪽에 붙어 있는 성대점막의 떨림으로 해서 목으로 유입된 공기가 소리가 돼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안에 있는 성대점막 안에 근육이 노화가 진행되면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 근육을 비롯한 호흡기관 근육 안에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의 성분이 빠져나가게 된다. 여기서 콜라겐은 동물의 결합조직인 힘줄이나 뼈를 구성하는 단백질이고 엘라스틴은 폐나 피부 등 신축성이 큰 장기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결국 이 성분의 부족으로 탄성이 약해지고 부어오르면서 떨림 정도가 떨어지게 된다. 더불어 목소리도 거칠어지게 된다.
지난 2007년 한 음성전문치료기관에서 20대 이상의 건강한 성인 여성 170명을 대상으로 목소리 노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대에 비해 50대가 피아노 건반 한 음 반 차이인 평균 27Hz가 낮아지고 소리의 거친 정도도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폐 자체의 기능 약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폐활량이 떨어지고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공기를 밀어내는 호기력이 약해진다. 이렇게 되면 꾀꼬리 같은 고음을 제대로 낼 수 없게 된다.
자세도 중요하다. 지난해 방영된 KBS ‘남자의 자격-합창단’편에서는 자세와 발성의 연관관계에 대한 장면이 나왔다. 배다해 씨가 노래를 부르면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자, 화가 난 박칼린 음악감독이 그를 벽에 기대게 한 다음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다. 이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바른 자세가 필수적임을 나타낸 것으로, 실제 배다해 씨는 자세가 안정되자 발성이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턱을 최대한 뒤로 당기고 귀가 어깨 라인과 일치하는 자세를 취하면 좋은 소리를 내는데 유리하다. 턱이 앞으로 나오면 목이 조이기 때문에 음색이 탁해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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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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