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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1-04

혹시 나도 폐소공포증? 어느 정도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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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주말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극중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은 과거의 사고 때문에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으며 얼마 전엔 엘리베이터에 갇혀 생사를 넘나드는 듯한 장면이 연출돼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하기도 했다.

폐소공포증은 극중에 나온 엘리베이터나 좁은 방과 같이 밀폐된 장소에 있을 때,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거나 발작증상을 보이기도 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이와 같은 증상은 보통 좁은 곳에 갇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유로 생기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좁은 곳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우리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게 된다.

최근엔 드라마 시크릿 가든 때문인지 폐소공포증을 주장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진단으로 병명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의심이 되면 병원부터 찾는 것이 좋다.

미약한 공포증 증상은 누구나 발생 가능

폐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자신이 그런 증상을 앓고 있다고 얼마든지 착각할만한 이유는 인간의 본능과 높은 지능으로 인한 상상력 때문이다. 이로부터 기인하는 불안감의 경우,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은 시야가 넓은 동물이다. 기본 시력도 좋은 편이며 눈이 높은 곳에 있어 멀리 볼 수 있다. 쉽게 고개를 돌릴 수 있어 움직이지 않아도 정 뒷면이 아니라면 대부분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신체적으로 나약한 동물이기에 맹수 등의 위협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야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들어설 경우 시야는 극히 좁아지게 된다. 맹수가 나타난다면 적이 없는 안전한 곳을 보고 도망가야 하지만 밀실에선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공포는 자연스레 나타난다. 시야가 닿지 않는 등 뒤에서 맹수가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는 본능 때문에 공포를 느낄 경우 자꾸 뒤를 돌아보고 등 뒤가 오싹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증상은 심해진다. 귀신이 나올 것 같다든가 화재, 추락 등의 사고를 상상하다보면 공포심은 더욱 커지고 이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좁은 공간은 더욱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 대한 불안감은 호흡할 산소가 부족하다는 상상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밀폐돼 있기 때문에 점점 산소가 부족해지는 느낌이 들며 불안감이 증폭돼는 것. 하지만 사실 완전 밀폐돼있는 것처럼 보이는 엘리베이터의 경우도 계속해서 산소는 외부로부터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실제 산소가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밀폐공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동물을 극히 무서워하거나 물체의 뾰족한 부분을 보면 불안감을 느끼는 선단공포증, 높은 곳에 서면 불안을 느끼는 고소공포증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특정 요소에 대해 불안감이나 발작 증세를 보이는 것을 통틀어 ‘특정 공포증’이라 한다. 이는 동물적인 본능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단순히 정신질환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특정 공포증은 심리적으로 유발되는 강박 신경증

하지만 그 정도가 드라마 상의 김주원과 같이 심각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심한 특정 공포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은 확실히 일반인들이 느끼는 단순한 불안감과는 차이가 난다. 공포증의 증상은 마치 공황장애에서 나타나는 공황발작과 비슷하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답답한 느낌이 들고 숨이 차며 땀이 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환자에게 또 다른 공포증을 야기한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박동이 빨라지면서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환자를 지배하게 된다. 이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포증으로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포증 외에 심장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질환을 지병으로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급작스런 심장 박동수 증가가 치명적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생명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증상이 지속될 경우 신체가 이를 이기지 못해 종종 실신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공포증들은 의학적으로는 ‘강박 신경증’으로 분류된다. 이는 개인차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경험해보는 것으로 무엇인가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과도한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는 증상이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더러운 것이 묻어 있을 거란 생각에 계속해서 손을 씻게 되거나 자그마한 상처에도 이를 통해 세균이 침투해 심각한 질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일 등이 강박 신경증의 예다.

이렇게 심리적인 영향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특정 공포증이 실제로 신체를 위협하거나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는 힘들다. 더구나 공황장애와는 다르게 위험요소를 예측하고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저 환자의 심리상태에 따라 과도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며, 이에 공포증과 비슷하게 생각되는 알레르기와는 차이가 있다. 알레르기는 특정 요소에 대해 신체가 반응을 나타내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때문에 알레르기의 경우 잘못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피해를 주는 특정 공포증, 심하면 진단 받아야

공포증이 단순히 환자의 심리 때문이며 생명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분명 여러 피해를 주는 증상임에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이와 같은 증상들은 환자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정신과 질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으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경정신과적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공포증의 경우 어떤 기억이나 충격으로부터 기인했는지가 불명확하고, 안다고 하더라도 쉽게 지우기 힘들다.

특정 공포증은 인구 1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고 하며,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2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또한 어린아이의 경우는 약한 특수공포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는데 성인이 되며 나아지는 경우가 많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상태가 심각하거나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사회구조상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강박관념이 강해지고 정서가 불안정해져 이런 공포증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황장애와 마찬가지로 공포증의 경우도 방치하면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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