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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1-04

‘원칙’을 뛰어넘은 ‘예외’들의 활약 토끼 이긴 거북이같은 세포 속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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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토끼띠의 해인 신묘(辛卯)년이다. 토끼하면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꾀 많고 영리한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한편 ‘토끼와 거북이’에선 느림보 거북이게 완패를 당할 만큼 자기 꾀에 넘어가는 동물로 그려졌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토끼가 이기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며 원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토끼는 거북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일반적 원칙을 뛰어넘는 예외적 경우들을 종종 목격하기도 한다.

작은 우주 ‘세포’, 원칙을 초월한 예외 존재

작은 우주라고 불리는 세포도 이러한 예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속에는 유전정보를 간직한 DNA가 보관돼있다. DNA에 내포된 유전정보는 인체에서 단백질이라는 생체분자의 형태로 표현되곤 한다.

유전정보를 갖는 DNA로부터 실질적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생물학에서는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고 부른다. DNA로부터 RNA가 만들어지고 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흐름이다.

센트럴 도그마는 유전정보의 흐름에서 흔들릴 수 없는 원칙으로 생명과학 연구의 기본적인 법칙이다. 그런데 이 센트럴 도그마에도 예외는 있다. 바로 RNA로부터 DNA가 만들어지는 역전사 현상이다. DNA로부터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사과정이라고 부르며 이 전사과정에는 전사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역전사는 거꾸로 RNA로부터 D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며 이 역전사에는 역전사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역전사 효소는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효소이다. 역전사 효소는 레트로 바이러스와 같은 특별한 바이러스만 갖는다. 바이러스 중 일부 바이러스는 인간처럼 DNA를 게놈으로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RNA를 게놈으로 갖고 있다. 레트로 바이러스는 RNA를 게놈으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이다.

역전사 효소, 레트로 바이러스 최선의 생존전략

얼핏 생각해보면 RNA를 게놈으로 갖고 있는 레트로 바이러스의 경우 ‘RNA로부터 바로 단백질을 합성하면 될 일이지 무엇 때문에 역전사 효소를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는 바이러스의 생존방식에 해답이 있다. 바이러스는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숙주세포에 기생해야 한다.

숙주세포에 기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숙주세포에 침투해 바이러스의 게놈을 숙주세포의 게놈에 합성시켜 영구히 숙주세포와 공생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인간을 비롯해 대부분의 숙주세포의 게놈은 DNA이다. 때문에 레트로 바이러스는 자신의 게놈인 RNA를 DNA로 역전사한 뒤 숙주세포의 DNA에 달라붙는 방식의 독특한 생존방법을 모색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RNA를 DNA로 역전사하는 것은 센트럴 도그마에 위배되는 예외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안타깝게도 역전사 효소는 레트로 바이러스에게는 최선의 생존전략이지만 인류에게는 최악의 질병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바로 역전사 효소를 갖고 있는 레트로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HIV의 역전사 효소 역할에 주목해 역전사 효소의 기능을 붕괴하는 의약품은 에이즈의 주요한 치료 요법의 하나이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특별히 뉴런(Neuron)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세포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신경세포를 특별히 뉴런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신경세포의 특수한 역할 때문이다.

뇌는 신경세포로 구성된 신경회로망을 구성하고 있으며 기억, 인지, 학습 등 뇌의 모든 기능을 이 신경회로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컴퓨터가 컴퓨터 회로망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매우 빠른 시간에 처리하는 것처럼 인간은 신경회로망을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신경세포 뉴런은 이 신경회로망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이자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 내는 신경세포이다. 이 전기적 신호가 바로 정보처리의 핵심이다. 때문에 신경생물학에서는 그동안 뉴런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인간의 뇌에는 뉴런과 달리 글리아(Glia)라는 신경세포도 존재한다. 글리아는 뉴런 이외의 뇌세포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글리아는 뉴런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신경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등을 청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글리아, 뉴런 이외에 전기적 신호 야기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글리아도 전기 신호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글리아에 대한 연구가 신경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현재 개발돼 있는 대부분의 정신질환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원리이다.

글리아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는 조절하는 것이다.

때문에 신경학계에서는 글리아에 대한 연구가 정신질환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만능성’ 때문이다. 배아 상태의 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완료된 성체 줄기세포와는 달리 여전히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배아상태의 세포에서 분화가 완료된 성인상태의 세포가 되면 그만큼 줄기세포의 잠재력이 훼손된다는 것은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최근 기술발전에 힘입어 이미 분화가 완료된 성인의 체세포도 배아 상태의 줄기세포처럼 잠재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역분화 줄기세포로 불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기술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은 성인의 피부세포처럼 분화가 완료된 일반적인 체세포에 특수한 유전자를 삽입해 배아상태의 줄기세포로 세포의 분화시점을 되돌리는 기술이다. 역분화 이전 피부세포의 분화나이를 100살이라고 가정한다면 역분화를 통해 유도된 줄기세포의 분화나이는 1살로 되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분화 나이 100살 체세포 1살 배아상태로 역분화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배아 상태의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환자 본인의 체세포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의 한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기본적으로 유도만능유전자라는 특수한 유전자를 일반 체세포에 삽입해 만든다. 이 때 유도만능유전자를 피부세포에 삽입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하는데 바이러스 자체로 인한 암 유발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곤 한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유도만능유전자 자체를 삽입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듦으로써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관련 기술이 발전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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