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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10-12-10

극단적 조건에 적응하는 미생물의 능력 고온, 방사능 그리고 독성 물질에도 생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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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나사(NASA)의 우주생명체 관련 발표 내용을 놓고 과학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발표 내용은 비소 성분이 아주 많은 캘리포니아 동부 ‘모노 호수(Mono Lake)’의 침전물 속에서 신종 박테리아(GFAJ-1)가 발견됐고, 이 박테리아가 DNA 구성 성분으로 인(P) 대신 독극물질인 비소를 쓴다는 것.

이에 대한 각국 과학계는 긍정과 부정 그리고 신중론 등으로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나사(NASA) 측은 “생명의 정의를 바꿀 새로운 발견”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심해저 열수구나 산성호수 등의 극한지역에 적응해 사는 극한 미생물일 뿐이다”는 부정론과 “외계생명체와의 관련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 등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발견이 그동안의 인류가 가져온 생명체의 정의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과 나아가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선 대체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과학계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C)와 수소(HBBB), 질소(N), 산소(O), 인(P), 황(S) 등 이른바 ‘생명체 필수 6대 원소’만을 그 구성요소로 한다는 점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나사가 발표한 신종 슈퍼박테리아는 6대 원소중 인(P) 대신에 강력한 독성물질인 비소(As)를 DNA 골격에 이용하고 있었다. DNA 학설에 새로이 등장한 인과 비소의 치환, 그 의미는 무엇인가?

적응을 위해선 유전자도 바꾼다

지난 2009년 애리조나 주립대 폴 데이비스(Paul Davies) 교수는 미국 고등과학 연합 (AAAS) 학회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생명체는 인간이 미치지 않는 곳에 존재할 것”이라며 “지구에서 가장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인 사막이나, 소금호수, 그리고 고압, 고온 또는 높은 자외선 등에 노출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사례가 이 설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펜실베니어 주립대의 제니퍼 러브랜드(J. Loverland)와 커츠(Curtze) 박사 공동연구팀은 ‘헤미니모나스 글라시에 (Herminiimonas glaciei)’라 불리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이 미생물은 무려 12만년 동안 그린란드의 3킬로미터 밑에 있는 빙하에 갇혀 있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박테리아는 다른 행성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극단적으로 추운 환경이 외계서식지와 최선의 유사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9월 한국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의 이정현 박사 연구팀은 산소가 없는 고온의 심해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수소와 함께 에너지를 생산해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천650m 깊이의 태평양 심해열수구(70~90도씨)에 서식하는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라는 고세균(NA1)이 수소를 생산해 내는 대사 작용을 규명한 것.

이를 위해 연구팀은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종합연구선인 온누리호를 이용,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해역의 1천650m 심해저 탐사를 통해 NA1을 채집, 이를 배양해 전체 유전체를 해독해냈다.

고온의 심해 열수구, 또는 극저온의 빙하 그리고 강한 방사능 환경 등에서 사는 미생물의 놀라운 적응 능력은 유전자 변형에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앞서 데이비스 교수는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생명체는 DNA나 RNA에 기반을 두어 약간 다른 유전자 코드나 다른 아미노산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인(P)이 수행하는 일을 비소(As)가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P) 대신에 비소(As)로 골격 갖춰

1859년 ‘종의 기원’을 쓴 진화론자 찰스 다윈(C. Darwin)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자연의 선택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며, 모든 생명체들은 단순한 단세포 형태에서 진화됐다”고 말했다.

이는 DNA 발견에 중요한 단초가 됐다. 이후 1869년 스위스의 젊은 화학자 미셔(F. Miescher)는 폐기된 붕대에 남아 있는 고름을 검사하면서 DNA를 발견, 이를 ‘뉴클레인(nuclein)’이라고 명명했지만 당시엔 누구도 확실한 개념을 세우지 못했다.

미셔가 발견한 물질이 DNA이었다는 사실은 1세기가 지난 후였다. 1953년 왓슨(J. Watson)과 크릭(F. Crick)이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하면서 DNA의 모든 비밀을 풀어냈다.

DNA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당-염기-인산으로 이뤄진 구조이며, 이를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부른다. 세포를 이루는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가 연속적으로 결합된 고분자 화합물로 사슬로 이뤄진 뉴클레오티드 서열은 당과 인산의 인산디에스테르 결합을 통해 그 골격을 이룬다.

생명공학자들은 “인(P)은 DNA 및 RNA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며 “많은 조효소(coenzyme)의 구성성분이고, 포도당과 그 유도체간의 인산 결합, 다른 당들과 ADP, ATP 및 크레아틴 포스페이트(creatine phosphate)와 같은 고에너지 화합물과의 인산 결합 등에서 에너지의 이동에 깊이 관련돼있다”고 설명한다.

약 1%라는 적은 양으로 DNA 골격 형성은 물론 체내의 모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인(P)은 생명체의 필수 6대 원소에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슈퍼 박테리아가 인(P) 대신에 비소(As)를 DNA 골격에 사용함에 따라 기존의 생명체의 정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또한 외계생명체와 관련해 과학계의 주목을 끌 전망이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1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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