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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10-11-22

발효과학이 바꾸는 미생물의 신비한 세계 혐오스런 존재에서 이로운 존재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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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미국 MSNBC 방송은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이 콘크리트 내부의 미세한 균열을 봉합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특별한 접착제를 만들도록 유전자 조작된 이 미생물들은 콘크리트 구조물 내에서 발생한 균열을 봉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생물 박테리아가 만드는 접착제는 박테리아 세포의 섬유질과 결합, 주변의 콘크리트와 같은 강도로 굳어지고 갈라진 부위들을 계속 이어 붙인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제니퍼 홀리난(Jennifer Hallinan) 박사는 “기존의 구조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발견한다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존재는 페스트, 콜레라 등 각종 질병으로 인해 과거엔 무섭고, 혐오스런 존재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과학은 미생물의 세계가 해로운 병원균과 이로운 발효균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300년대 중반 유럽인구 수백만을 희생시킨 페스트균을 비롯해 현대의 SARS, 조류독감(AI) 그리고 신종플루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생물이 해로운 존재인 반면에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세균은 지구상에 퍼져있는 산소의 절반을 만들어내고, 각종 유산균은 인류의 음식문화에 기여하는 유익한 미생물로 존재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미생물은 21세기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인류에 이로운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다.

베일을 벗는 미생물의 신비한 능력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의 미식가들이 즐기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복어요리다. 날회는 물론, 튀김, 탕, 지짐 등 다양한 요리로 애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어는 독으로 유명하다. 복어독 ‘테트로톡신(Tetrotoxin)’은 청산가리보다 10배 이상 강한 맹독성을 자랑한다. 어떤 효소나 물질로도 해독이 안 되며, 영하 20도에 얼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복어독은 복어의 전신에 퍼져있지만 특히 아가미와 난소 그리고 복어 알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수산물을 잘 다루는 일본 사람들 중엔 복어 알을 익히지 않고 먹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이시카와 현 사람들은 2년 숙성된 복어알젓을 날 것으로 즐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방에서 숙성시킨 복어알젓을 날로 먹는 사례가 TV에 소개된 적이 있다.

소량으로도 성인 20-30명을 거뜬히 죽일 수 있는 복어독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2년 이상의 숙성 기간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본 이시카와 현에서는 복어 알을 용기에 담고, 쌀겨를 듬뿍 넣어 버무린 다음에 숙성 실에 2년 이상 보관·저장한다. 그러면 용기에는 수많은 미생물과 벌레들이 자라난다. 이 미생물들이 맹독의 테트로톡신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복어독이 사라진 원인은 바로 미생물들 때문이었다.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그리고 단세포 진핵생물 등 여러 모습을 가진 미생물은 지구상에 세균이 약 1백만 종, 곰팡이는 1백5십만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생물 중에는 3천도 이상의 펄펄 끓는 심해저에 사는 것들도 있고, 150만 rad(인간이 사망하는 핵 방사능 500 rad의 3천배)에서 사는 미생물도 있다. 독성을 가진 중금속을 먹고 사는 미생물도 발견됐다. 미생물중엔 무엇이든지 분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복어독 테트로톡신이 아무리 강력해도 미생물에겐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로운 미생물 이젠 만들어낸다

1995년 이후 미생물이 가지는 중요성이 새로이 부각되면서 미생물의 유전체 해석이 시작됐다. 유전체공학의 발전은 미생물이 갖는 유전정보를 필요에 따라서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이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

유전체공학의 발전에 힘입은 발효공학의 발전은 전통식품인 김치와 된장 등을 웰빙형 식단으로 만들기도 한다. 올해 1월 6일 한국식품연구원 구민선 박사팀은 우리 전통된장의 맛과 효능의 비밀을 2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잘 숙성시킨 전통된장은 맛뿐 아니라 의학효능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구 박사팀에 따르면 지역에 상관없이 2~3년 숙성된 된장은 암세포 억제활성 기능과 인체에 유용한 복합발효미생물 등이 가득해 생리활성기능은 물론 관능적으로 최고의 맛과 품질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구 박사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향후 좀 더 전통된장의 관능적 특성과 품질고급화를 위한 우수특성을 밝혀내 점차 잃어가고 있는 우리 된장 고유의 맛을 계승, 상품화로 연결시키면 산업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전해진 우리 전통 된장의 의학적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이다. 구 박사는 “고형 암인 유방암과 대장암에서 햇된장의 억제활성 숙성 5년 된장까지 거의 모든 시료에서 확인됐고, 작용 기작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은 이제 여성들의 민감한 피부에 바르는 발효화장품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거나 동식물을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더 잘 자라게 하는 데에도 미생물이 이용된다.

두 얼굴의 미생물이 과학에 의해 혐오스러움을 벗고 아름다운 얼굴로 바뀌고 있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1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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