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처음 발사돼 26년 동안 무려 38번이나 우주를 왕복하며 많은 임무를 수행한 노장이라 할 수 있다. 기계장치와 부품의 노화로 인해 더 이상 운행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라 판단, 39번째 비행을 끝으로 명예로운 퇴역을 앞두고 있다.
NASA는 올해까지 기존에 사용하던 오래된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호, 엔데버 호, 디스커버리 호 세 대의 임무를 종결하고 이른바 1세대 우주왕복선 시대를 끝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재검토로 인해 지난 번 마지막이 될 뻔한 비행을 마친 아틀란티스 호와 엔데버 호는 내년까지 한두차례의 임무를 더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오래되고 비행수도 많아 낡은 디스커버리 호는 이번이 마지막 비행이 될 것이 확실하다.
우주왕복선들은 여태껏 수많은 임무를 성공시켜 왔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야 하는 이륙과정은 물론 대기와의 마찰을 견뎌내야 하는 착륙과정까지 모두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헌데 우주왕복선들이 이런 고난의 과정을 수십 차례나 반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사용 가능한 우주왕복선
우주왕복선은 이름처럼 우주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사용 가능 우주선이다. 그 외형부터가 타 우주로켓과는 매우 차이가 난다. 우주 탐사가 진행되면서 아폴로 계획에 사용했던 다단 분리 형태의 로켓들은 한 번의 발사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이륙과정에서 대부분의 부품이 분리돼 파손되기에 비효율적이라 여겼다. 이에 우주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간단한 수리와 보완 과정만 거치면 곧바로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우주왕복선이다.
우주왕복선의 외형은 이미 영화나 발사 시 보도영상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해져 있다. 우주왕복선 모형의 장난감이나 프라모델 등도 많이 나와 있기도 하다. 우주왕복선은 커다란 연료 탱크와 양옆에 붙어있는 작은 부스터 둘, 그리고 일반 비행기와 비슷해 친근한 모양인 궤도선이 그 위로 붙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외형으로만 보기엔 본체인 궤도선이 가장 무겁고 다음으로 큰 연료탱크, 다음이 양옆의 부스터라고 생각되지만 정 반대다.
궤도선은 우주왕복선 전체 질량의 5%에 불과하며 양옆의 부스터가 가장 많은 질량을 차지한다. 부스터 한쪽의 질량이 중앙의 연료탱크보다 무겁다. 이는 부스터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이기 때문. 이는 우주왕복선을 이륙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게다가 재사용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연료를 다 소진하면 분리돼 바다로 떨어져 회수를 기다린다. 수거된 부스터는 약 20번의 재사용이 가능하다.
재사용 비결은 궤도와 내열타일
우주왕복선은 이륙시 받는 압력이 타 로켓들에 비해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최소한의 속력으로 오랫동안 추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주왕복선은 인공위성들처럼 지구의 중력에 잡혀 지구를 공전하며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왕복선의 본체를 궤도선(Orbiter)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인공위성 수리나 우주 정거장으로의 물자 보급 등의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는 것이며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일단 왕복선의 착륙과정은 매우 어렵고 힘들다. 다단 분리 형태 로켓의 경우는 최종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땐 작은 캡슐에 불과하다. 안전하게 설계된 캡슐이 낙하산을 펼치며 바다 혹은 평지로 떨어지고 이를 지상에서 구조하게 된다.
또한 거대한 비행체인 궤도선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데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상대적으로 넓은 단면적이 대기권의 마찰로부터 오는 엄청난 압력과 열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왕복선의 바닥엔 그 열을 견딜 수 있는 내열타일이 부착돼 있다. 대기권 진입시 왕복선은 약 1천500℃의 열에 휩싸이게 되는데 바닥에 부착된 내열 타일은 세라믹 재질로 약 1천800℃의 온도까지 견뎌낼 수 있다. 대기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후엔 글라이더처럼 활공해 일반 비행기와 같이 활주로에 착륙한다.
애초 계획에서 빗나간 경제적, 안정성 문제
이에 애초 1~2주일로 잡았던 수리·보완 기간이 수개월로 늘어났고 이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번 디스커버리 호만 하더라도 애초 9월로 잡았던 발사 계획이 벌써 다섯 차례나 연기되며 그 안정성의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이렇게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디스커버리 호의 선배 격인 콜롬비아 호와 챌린저 호가 모두 폭발 사고로 우주 왕복선은 물론 14명의 우주 비행사 전원이 사망하는 뼈아픈 비극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챌린저 호는 1986년 이륙단계에서 공중폭발, 컬럼비아 호는 2003년 28번째 비행을 마치고 귀환하던 도중 폭발했다. 이런 두 차례의 사고로 인해 우주왕복선은 그 안정성에 심각한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이런 전례 때문에 앞선 두 왕복선보다 더욱 많은 비행을 한 디스커버리 호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엔 디스커버리 호의 연료탱크에 생긴 균열을 촬영한 사진이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06년에도 연료탱크에 균열이 발견됐지만 발사과정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 발사를 강행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적이 있다. NASA는 디스커버리 호에서 발견된 수소 가스 누출 위험에 대해 인지해 수리·보완 중이며 이 외에 마지막 성공적인 비행을 위한 여러 보완점들을 개선하고 있어 이번 달 30일 발사 예정이라 밝혔다.
오리온 계획 앞두고 우주왕복선 사실상 종료
비록 우주 왕복선들이 애초의 계획 의도와는 다르게 재사용으로부터 많은 이득을 보진 못했지만 그간 수많은 비행과 임무를 거치며 인류의 우주 진출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NASA가 앞으로 선보일 유인우주선 오리온 계획이 우주 왕복선이 아닌 기존의 아폴로 계획과 같은 로켓 발사체와 분리 캡슐의 형태임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우주 왕복선의 시대는 종료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비용이나 안정성 면에서 다단로켓형태의 우주선이 더 효율적임을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있을 우주 계획에 다시금 우주왕복선과 같은 형태의 비행체가 등장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인류의 우주 진출 역사를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디스커버리 호 같은 우주왕복선이 아닐까. 계속해서 발사가 늦어지는 NASA의 디스커버리 호가 각종 위험성에 철저히 대비해 완벽히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역사 속에 화려한 모습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0-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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