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진화 역사에서 침팬지와 갈라진 것은 지금까지 널리 인정된 것보다 300만년이나 앞선 약 800만년 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생물인류학자 로버트 마틴 박사는 수학, 인류학,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 지금까지 발견된 다양한 종의 유전물질에서 수집한 진화 관련 정보를 화석 기록들과 종합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계통생물학(Systematic Bi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유연관계에 있는 동물들의 DNA를 비교하면 이들의 공동유전자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해 새로운 별개의 종이 태어나게 됐는지 분명히 드러나긴 하지만 이런 분자 정보만으로는 분화 시기를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 오래 전에 멸종한 종과 이들의 진화에 관해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증거는 화석이지만 화석 기록에는 큰 공백이 있어 정보를 해석하기가 어렵다.
고생물학자들은 지금까지 빈약한 화석 증거를 토대로 인류가 침팬지와 갈라져 독자적인 종이 된 시기를 500만~600만년 전 경으로 생각해 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런 추론 방식에서 벗어나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영장류와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영장류 화석을 관찰하는 한편 DNA 증거와 컴퓨터 모델을 적용한 결과 이런 사건이 훨씬 오래 전에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연구에서는 화석 기록 사이의 공백을 통계적으로 메우는 방법이 사용됐다.
과학과 상업 부문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런 모델링 기법은 단 몇 개의 화석 자료를 사용해 진화의 역사를 추정하던 기존 연구 기법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정보를 계산에 넣게 되며 자료 해석의 범위를 확장해 준다.
그 한 예가 중앙 아프리카 차드에서 지난 2001년에 발견된 이른바 `투마이' 화석이다.
사헬안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라는 학명의 이 인류 두개골은 인류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700만년 전이라는 연대 때문에 인류 진화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없어 분류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새 분류법에 따르면 투마이는 인류가 침팬지와 갈라져 나온 뒤의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진화의 역사를 추적하는 이런 새로운 방법은 연구진의 이전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2002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오늘날 영장류의 마지막 공동 조상이 약 8천500만년 전에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대형 공룡들이 멸종하기 2천만년 전에 이미 영장류의 초기 조상들이 존재했고 진화했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룡이 멸종한 뒤에야 비로소 영장류를 비롯한 포유동물이 번성했을 것이라는 지배적인 가설에 도전하는 것이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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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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