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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조재형 객원기자
2010-11-09

동물들의 신비로운 겨울잠 동면에서 찾는 냉동인간 연구, 우주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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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입동이 지났다. 지난 주말, 비가 내린 후 기온이 점차 떨어지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난방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우린 추울때 옷을 입고 보일러를 틀면 된다. 하지만 밖에서 사는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입을 옷도, 따뜻한 방도 없다. 게다가 먹을 것도 없다.

그래서 일부 동물들이 택한 것이 바로 ‘잠’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 요즘, 동물들은 길고 긴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다. 혹은 이미 빠져들어 버린 녀석들도 있다.

‘겨울잠’이란 말은 인간이 행하는 행동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동화에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문점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 같은 경우는 그 큰 덩치를 숨기고 약 3개월 동안 겨울잠을 잔다. 인간은 3일 동안 물을 안마시고 3주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데 3개월을 굴속에서 버티는 곰들이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동면 이유는 낮아진 기온, 식량 부족

곰 외에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대표적으로 개구리, 뱀 등이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들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체온과 먹이다. 사람이나 개, 고양이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이들은 정온 동물이기 때문에 외부의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충분한 에너지만 있다면 체온을 유지시킬 수 있어 겨울에도 활동이 가능하다.

반면에 개구리나 뱀 같은 양서류, 파충류들은 변온동물로써 외부의 기온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도 함께 내려가는 것. 인간이야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사망에 이르지만 변온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다만 체온이 낮아지면서 체내의 물질대사가 둔해진다. 이에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면에 들게 된다.

헌데 포유류인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겨울잠의 두 가지 이유 중 체온보다는 먹이의 부족 때문이다. 포유류인 곰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선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헌데 포악하기로 소문난 곰의 주식은 의외로 도토리, 나뭇잎, 곤충, 꿀 등이다. 모두 겨울엔 구하기 힘든 것들임에 분명하다. 이에 먹이도 부족한 상황에서 활동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겨울잠에 드는 것이다. 포유류 중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곰 외에도 다람쥐, 너구리 등이 있으며 곰과 같은 이유로 겨울잠을 잔다.

이렇게 겨울잠을 자는 원인이 다른 만큼 그 형태나 신체 변화과정에서도 차이가 나며 각각의 형태에 따라 재미있고 신기한 현상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세포 동결방지 부동물질 만들기도 해

우선 변온동물들의 겨울잠부터 살펴보면 이들은 거의 죽은 상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체온이 외부온도를 따라가기 때문에 최대한 온도변화가 적은 깊은 땅속에서 잠을 잔다.
 
이에 먹이를 통한 에너지 보충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오랜 시간 잠을 자고도 생존할 수 있다.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이 이런 겨울잠을 자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어류는 얼어붙은 강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체온이 0℃까지 내려가는 동물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체온이 이렇게까지 내려가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세포가 얼어버리는 것. 본지에서 다룬 적이 있는 냉동인간에 대한 기사(생명 연장의 꿈, 냉동인간)에서 밝혔듯 냉동인간 프로젝트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빙결에 의한 세포 파괴현상이다.

물은 얼면서 분자 배열의 구조 상 부피가 증가하는데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수분이 얼어 세포를 변형시키거나 파괴하는 것. 하지만 동면을 하는 동물들 중 체온이 매우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깨어나 활발히 활동하는 동물들도 있다. 놀랍게도 이들은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세포가 얼어붙지 못하게 하는 부동액을 만들었던 것이다.

북아메리카 동부 습지에 서식하는 송장개구리(wood frog)의 경우는 동면 전에 섭취한 녹말을 포도당으로 바꿔 체액의 동결을 방지하는 일종의 부동액으로 사용한다. 또한 기생말벌류 중에는 몸속의 글리세롤 농도를 높여 어는점을 낮추는 것도 있다. 글리세롤은 냉동인간의 세포 동결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 어류, 곤충 중 자체적인 부동물질을 통해 안전하게 겨울을 나는 생물들이 있어 이런 생물들의 연구는 냉동인간의 연구·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보다 얕은 잠을 자는 정온동물

이렇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변온동물들의 동면과는 다르게 곰, 다람쥐와 같은 정온동물들은 비교적 얕은 잠을 잔다. 기본적으로 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가 먹이의 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나타난다.

박쥐나 겨울잠쥐 등의 소형 정온동물의 경우 변온 동물들처럼 체온이 매우 낮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점은 체온이 과도하게 낮아질 경우 잠에서 깨 활동을 통해 체온을 높인다는 것이다.

곰들의 경우는 겨울잠에 들기 전 엄청나게 살이 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겨울이 오기 전엔 거의 하루 종일 먹기만 하는 정도로 체내 에너지 축적을 위해 노력한다. 이에 피하지방이 매우 두꺼워진다.

에너지를 충분히 모아둔 곰들은 운동량과 신진대사 량을 감소시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잠에 근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의 충격이나 자극에 깨어나기도 하며 배설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곰들은 겨울잠 도중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르기도 한다.

곰의 동면 연구로 유용한 기술 개발 가능할지도

곰의 겨울잠이 많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들의 겨울잠 전후의 변화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오랜 시간 잠을 자거나 근육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된다. 하지만 곰들은 그렇지 않다.

일년 중 반을 겨울잠으로 보내는 곰들도 있지만 그들의 근육량은 잠을 자기 전에 비해 인간처럼 크게 줄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들은 충분한 연구가치가 있다. ‘우주병’이라 알려진 우주공간에서 머무름으로써 발생하는 신체적 이상의 하나로 근육의 기능 이상이 있다.

오랜 시간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해 근육량이 줄고 지구로 돌아와서는 제대로 걷기조차 못하는 현상. 곰의 근육량 보존 능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일부 곰들은 오랜 시간 배설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축척해 둔 지방을 사용한 후 남은 찌꺼기마저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이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대사과정에서 물이 생성되기 때문에 물을 마실 필요도 없다는 것. 이런 정확하고도 매우 효율적인 과정들을 연구한다면 여러 과학기술 분야에서 효과적인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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