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00 없이는 살 수 없다”와 같은 말을 많이 한다. 사람마다 그 종류도 당연한 것부터 특별한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공통적으로 빈칸에 들어가야 할 단어 세 가지가 있다. 바로 공기, 물, 음식이다. 정신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생물학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수적인 것 세 가지다.
특히 최근 개봉한 영화 대지진을 보면 함몰된 건물더미 속에 갇혀 생명을 유지한 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엄청나게 답답하고 두려워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누구라도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앞서 말한 세 가지 요소의 결핍이 한계에 다다를 때 까지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사례들 중에는 보고 듣는 이를 놀라게 하는 것들도 많다. 우리나라 최악의 사고로 기억되는 1995년 서울 서초구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501명이 목숨을 잃고 937명이 부상, 4명이 실종당한 이 사고에서 무너진 건물더미 사이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해 내는 모습은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특히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포기하고 있을 때 전해오는 생존자 소식은 가족은 물론 보는 이까지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는데 그 중에는 매몰된 지 15일 만에 구조된 사람도 있었다.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기 힘든 그 상황에서 어떻게 15일이나 버틸 수 있었을까.
흔히 말하는 333생존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인간은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것. 온기 없이는 3시간을 버틸 수 없다고 해 3333법칙이라고도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위 세 가지를 든다. 물론 삼풍백화점의 생존자 경우만 보더라도 이것은 틀렸다 말할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저 정도의 시간이면 생명에 지장 있을 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이지 절대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다.
수련을 위해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나 기네스북에 도전해 숨을 오래 참는 사람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공기, 물, 음식 없이 최소 저 정도의 시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개인차나 상황에 따라서는 더 오래 생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소 없으면 에너지 생산과정에 제동 걸려
공기 없이 3분. 공기라기보다는 공기의 구성 성분인 산소라고 하는 게 더 구체적이다. 산소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포는 호흡을 통해 인체의 에너지원인 ATP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해당과정-TCA회로-전자전달계의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체가 섭취한 음식물들은 그 자체로는 에너지를 낼 수 없는 탄소유기화합물이다. 고분자물질인 음식물들이 소화효소에 의해 영양소로 분해되고 이 영양소들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대부분의 ATP를 생산하는 전자전달계에서 산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전자전달계를 거치며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게 하는 전자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산소다.
이 과정에서 활성 산소가 발생되며 이는 앞서 분해된 수소이온과 결합해 물을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최종 전자 수용체 역할을 하는 산소가 없다면 전자는 오갈 데 없이 버려지게 되며 이로 인해 전자전달계가 전자로 가득 차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상적인 과정이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게 돼버리는 것이다.
산소를 가장 필요로 하는 기관은 뇌다. 뇌에는 약 145억 개로 알려진 뇌세포가 존재한다. 하루에 뇌에 산소를 보급하는 혈액량은 약 2000리터 정도라 하니 엄청난 양이다. 이 뇌세포들은 계속해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만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심장이 멈춰 뇌에 산소를 포함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할 때, 뇌사상태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 세포들은 사용하지 않을 땐 산소 소비량이 적어지지만 뇌는 다르다. 깨어있을 때는 물론 잠을 자고 있을 때도 항상 산소 공급을 필요로 한다.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면 뇌에 손상이 가기 시작하며 약 3분 정도부터는 재생 불가능한 뇌세포 파괴가 일어난다고 한다.
여러 기능을 하는 물, 하루 2000cc는 마셔야물은 어떨까.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는 것만 봐도 물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말했던 중요한 산소를 몸의 구석구석에 전달해 주는 것은 혈액이다.
혈액은 94%가 물로 이뤄져 있다. 이에 ‘혈액=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혈액이 하는 일은 산소 운반뿐만이 아니다. 산소 외에도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도 운반한다.
또한 세포에서 발생하는 노폐물들도 배설기관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은 외부 요소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작용을 하기도 한다. 혈액에 포함된 백혈구나 림프구가 그 역할을 담당해 주는 것이다. 또한 혈액은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순환시켜 체온조절도 돕는다.
혈액은 몸의 전체 수분 중 일부일 뿐 실제 세포와 조직들이 포함한 수분은 더욱 많다. 세포와 조직에 있는 물은 이들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헌데 이런 수분이 체내에서 계속해서 순환하거나 머무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예로 소변을 들 수 있다. 혈액의 한 기능인 노폐물 처리작용의 일환으로 소변을 배출하게 되는데 성인이 하루 평균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약 1500cc. 이 외에도 수분은 폐호흡, 피부호흡, 땀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체내의 수분이 1~2%만 떨어져도 갈증을 느끼며 10%가 손실되면 탈수증을 일으키고 20%가 손실되면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음식물의 수분까지 포함해 하루 약 2000cc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3일 물을 마시지 않으면 6000cc, 체중의 약 60%가 수분임을 감안하면 성인기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분 손실 량은 약 7800cc정도가 된다. 적은 활동량과 수분섭취로 인한 소변량 감소 등을 생각하면 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겠지만 3일 정도 마시지 않으면 신체에 이상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음식 없이 오래 버티는 이유는 야생본능마지막으로 음식. 음식은 앞선 산소의 이유와 비슷하다. 산소가 에너지 생산 과정에 필수 요소라면 음식은 그 원료가 되는 것. 원료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어 생존할 수 없다.
다만 인체는 평소 섭취한 영양소들의 여분을 체내에 축적해두기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여분의 영양소 축적은 이런 과거의 생존 본능으로부터 형성된 기능이라 볼 수 있다. 며칠을 쫄쫄 굶다가 한 번의 사냥으로 포식하는 사자들을 보더라도 이는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인 것이다. 사냥을 통해 음식을 얻었던 원시 인류도 마찬가지.
음식은 개인의 영양 상태와 심리적인 것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산소나 수분섭취에 비해 개인차가 매우 크다. 짧게는 3주부터 길게는 몇 달씩 버티는 사람도 있다. 공기 3분, 물 3일, 음식 3주를 섭취하지 않았을 때 신체에 큰 이상이 생길 수 있기에 기억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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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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