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다. 이맘때쯤 되면 야구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TV앞에 모여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이도 곧잘 시청하곤 한다. 투수가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 마다 극도의 긴장감에 숨을 죽이게 된다. 바라보는 사람도 이러한데 직접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긴장감이 심할지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선수들은 나름대로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기 힘들지만 TV에선 타석이나 마운드에 올라선 선수, 더그아웃에 대기 중인 선수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다. 재밌는 점은 매우 많은 선수들이 껌을 씹고 있다는 것. 이는 다른 스포츠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다. 선수들이 껌을 씹는 이유는 개인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말한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행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껌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침 분비량 많아져 구강건강에 도움껌은 합성수지에 향료, 감미료 등을 혼합해서 만든 기호식품이다. 식품이라지만 본래 목적이 먹는 것은 아니며 입안에 넣고 씹는 것이다. 향료와 감미료 때문에 독특한 향을 내며 달콤한 맛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씹는 과정에서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
무언가를 씹게 되면 우선 침의 분비가 활발해진다. 이에 입 냄새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침은 구강의 산성화를 막기 때문에 충치를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침에는 칼슘, 인산, 불소 성분 등이 들어있어 약하게 손상된 치아를 재생하는데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침이 포함하고 있는 항체들은 세균들이 구강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침을 많이 분비하면 충치와 세균감염, 입 냄새 등을 예방할 수 있다.
껌 씹으면 똑똑해진다?
‘씹는’활동은 뇌에 공급되는 혈액을 증가시켜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따라서 씹는 활동이 기억력과 집중력, 사고능력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음식물을 씹어 먹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가지고 미로를 찾아가는 실험을 한 결과, 평소 음식을 씹어 먹게 한 쥐는 미로를 제대로 통과했지만 씹지 않은 쥐는 통과하지 못했다. 이는 씹는 행동이 기억력과 사고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씹는 활동은 소화도 촉진시켜 줄 수 있다. 침은 아밀라아제를 포함하고 있어 다당류를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무언가를 씹게 되면 인체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 소화액 분비가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약하지만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에도 효과껌을 씹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껌을 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뇌파를 조사한 결과 기분이 좋을 때 나타나는 알파파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껌을 씹으면 긴장감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집중력이 높아지고 긴장이 해소된다니 껌은 야구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하다. 또한 당분을 섭취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이 외에 껌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물론 칼로리가 낮은 무설탕 껌에 한해서이다. 껌을 씹는 동작에서 턱 근육이 신경을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며 식전에 껌을 씹음으로써 식욕이 감소해 실제 식사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미국 Rhode Island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실제로 식전에 껌을 씹은 경우와 씹지 않은 경우 섭취한 칼로리 양에서 차이가 났다고 한다. 또한 껌을 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5%정도 에너지를 더 소비한 것으로 조사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요즘엔 자일리톨이나 비타민C와 같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들을 첨가한 껌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꼭 껌에서 생체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 씹는 것만은 아니다. 껌을 씹는 것으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하며 식사 후 양치가 힘든 상황에서 치아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껌은 이렇게 생각보다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무 과도하게 씹거나 당 성분이 많은 것을 많이 씹으면 오히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과도하면 오히려 건강 해쳐
껌을 오래 씹게 되면 그만큼 턱의 운동량이 증가하게 되고 턱 부위의 근육이 발달한다. 이에 턱이 두터워져 보일 수 있다. ‘이에 껌을 많이 씹으면 사각턱’이 된다는 말이 있다. 뼈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찌 보면 틀린 말일 수 있지만 근육이 증가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형의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껌을 과도하게 씹음으로써 턱 관절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을 무언가를 씹을 때 습관적으로 한쪽으로만 씹게 된다. 이에 양쪽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과도한 활동을 한 쪽의 관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턱을 자주 괴거나 질긴 음식을 즐겨 먹고 한 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등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턱관절 장애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턱뼈와 머리뼈 사이에 턱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연골이 빠져나와 생기는 병으로 턱을 움직일 때 ‘딱’하는 소리가 심하게 나고 통증이 있다면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가지고 있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버린다’는 뜻으로 ‘단물 빠진 껌’이란 말을 종종 사용하는데 보통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진짜 껌에 한해서는 바람직한 말이다. 단물이 빠져도 계속해서 무의식적으로 껌을 씹는 사람의 경우 턱관절 장애를 유발하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양쪽 턱을 번갈아가며 씹고 오랜 시간 동안 껌을 씹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껌들은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당분을 많이 첨가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씹으면 다이어트는 커녕 비만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충치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에 비만이나 충치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무설탕 껌인지를 확인하고 적당히 씹는 것이 좋다.
환경과 타인을 생각하는 에티켓도 필요껌은 환경에도 문제가 된다. 학생들이 많은 학교나 학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를 지저분하게 하는 일등공신이 바로 껌이기 때문. 어딜가나 길바닥에 붙어있는 검은 껌 자국은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떼기도 힘들다. G20의 정상회의가 코 앞인데 길바닥의 껌자국들은 대외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이에 서울시는 길에 껌을 뱉다 발각되면 최대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처음엔 나무의 수액을 씹는 것으로 시작해 감미료와 향료가 첨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기호식품인 껌. 무엇이든 마찬가지지만 과도하면 문제가 된다. 영양소 섭취 목적이 아닌 기호식품인 만큼 섭취하는 사람의 조절이 필요하다. 적당한 양과 씹는 시간을 조절하면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긴장감 완화, 침 분비 증가로 인한 구강건강 효과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소리내 씹거나 아무데나 뱉는 등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환경을 해치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0-10-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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